그게 나라서 이 글은 자기 보고서가 될 예정이다.

나는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급발진을 한다거나, 화가 많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감정이 정말 길고 오래 간다. 뒤끝이 긴 인간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와 약간 다르다. 뭐가 다르냐면 나는 안 좋은 일이 좋게 마무리 돼도 열이 안 내려간다.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 열이 안 내려간다. 코로나 때문에 열체크 하는데 하루종일 열이 37도를 넘는다. 상담사한테 상담을 받을 때 이렇게 살면서 한 번도 병원 올 생각을 안 했어요? 이런 소리도 들었다.

이런 성격의 큰 단점이 있다면 단연 감정 해소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일이 좋게 마무리 돼도 맘이 안 풀린다. 남들이 말하는 고구마, 사이다로 따지자면 내 삶엔  사이다가 없다. 그러니까 약 먹는 정신병자지.

그래도 견디는 노하우가 없는 건 아닌데 그건 내 모든 인지자원을 다른 데다 돌리는 거다. 글을 쓴다거나, 어려운 책을 읽는다거나, 철학적인 만화를 읽는다거나, 운동을 해도 좋았다. 대개 일주일 지나면 잊고 살 수 있다.

사도 마조히즘은 내 천적이다. 내 감정을 쉽게 조종할 수 있다. 내가 언어를 공부한 사람이고 또 랜선 너머라 티는 잘 안 나지만 키배를 뜰 때 나는 식은 땀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게 보상 체계가 박살난 사람의 특징이라고 어디서 들었다. 왜 박살났는지 짚이는 데가 너무 많다. 지나친 냉소는 몸을 망치는 모양이다. 너희도 이렇게 안 되게 조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