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명석한 사고력의 소유자이자 화려한 문체의 명료한 글을 쓸 줄 아는 문장가였지만, 훌륭한 교사는 아니었다.
말을 입속에서 웅얼거리는 데다가 주제를 벗어나 곁길로 빠지기 일쑤였다.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영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도 간간이 있었다.
그라츠에서의 첫 해에는 그래도 대여섯 남짓한 학생들이 수강했지만 다음 해에는 수강생이 한 명도 없었다.
그가 수업에 짐중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연상과 사색이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아우성댔기 때문이다.
어느 화창한 여름날이었다. 그날도 말 못하게 지루한 강의를 하던 중이었으리라.
갑자기 멋진 아이디어가 그의 머리를 번뜩 스치고 지나갔다.
천문학의 역사가 결정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그는 하던 말을 뚝 멈추고 잠시 멍하니 서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은 지루한 강의가 끝나기만을 고대하며 그 역사적 순간을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살던 시대에 알려진 행성은 지구를 포함하여 모두 여섯개 뿐이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이 전부였따.
그는 행성들이 왜 하필 여섯개뿐이어야 하는가 하고 깊이 고민했다.
스무개면 어떻고 또 100개라면 어떻단 말인가? 행성들은 왜 코페르니쿠스가 알아낸 바로 그 간격들을 유지하며 궤도를 도는가?
그 누구도 이런 질문을 일찍이 던져본 적이 없었다.
그는 행성 사이의 간격이 정다면체의 수학적 특성과 연관돼있으리라고 추측했다.
(중략) 그는 가능한 정다면체의 가짓수와 행성의 수 사이에 모종의 연관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행성이 여섯 개밖에 없는 까닭은 가능한 정다면체가 다섯 가지뿐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다면체는 다른 정다면체 안에 꼭 맞게 들어갈 수 있다.
정다면체들의 이러한 관계가 태양과 행성들 사이의 거리를 결정한다면 완전한 형상인 정다면체를 통해서 행성의 상대 배치에 숨겨진 근본 원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케플러는 행성의 여섯 개 구들을 유지해주는 하나의 투명 구조물을 플라톤의 정다면체에서 찾아냈다고 확신했다."
-요하네스 케플러 이야기. 칼 세이건 <코스모스> 발췌
책읽다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기에 가져왔습니다 ㅋㅋㅋㅋ
요즘 수업 스터디를 자주하다보니 저 수학교사 케플러 이야기가 무척 와닿더라구요 ㅋㅋ
그래도 참 대단한 인물인 것 같아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