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상한 포인트에서 감동을 받았었는데

마지막에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대화에서 아인슈타인이 대충 이런 말을 함.

"내 이론을 더 잘 이해한건 느그들인데 상은 느그들이 받아야지 왜 나를 주냐"


왜 이 장면이 유독 좋게 느껴졌냐면

내 생각에 이론에 세대 교체가 일어날 때

founders에 해당하는 이전 세대 물리학자들은 좀더 실험적, 현상론적인 직관이 강하고,

반면에 그 이론을 물려받고 발전시키는 다음 세대 물리학자들은 그 이론을 군더더기 없이 더 잘 표현해주는 추상적, 수학적 도구들로 무장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그럼.

어느 쪽이 딱 정답이라기보다는 그런 식으로 각자의 강점을 통해 과학을 발전시키는거고.

내가 평소에 받던 그 느낌을 이 장면이 정말 잘 표현해준듯.

어디까지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슷한 인상을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에 대한 묘사에서도 각각 받았었음.


작품 초반에 보어의 강의에서 오펜하이머가 중요한 질문을 한듯한 장면이 나오는데,

보어가 왜 지난번 강의에서와 똑같은 것을 또 물어보냐고 의아해 하고,

오펜하이머는 처음 질문했을 때 답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함.

양자역학의 founder 입장에서는 이미 있는 이론을 연구하는게 아니라 아예 이론을 만드는 입장으로서

당연히 아직 있지도 않은 이론에 대한 이해도는 낮고, 이론과 함께 성숙해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라서

첫번째 답과 두번째 답의 퀄리티가 차이가 난게 아닐까 추측함.


한편 오펜하이머가 대령에게 독일 쪽에 있는 인재들을 빼와야 한다고 말할 때,

하이젠베르크에 대해 "그 어떤 사람보다도 원자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한다"고 하며 그를 치켜세움.

비록 이제 갓 태어난 이론과 함께 성장기를 겪는 인물들일지언정,

반대로 세계 최고의 직관을 가진 자들이기에 그런 theory builders로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이들의 직관은 무서울 정도로 강력한 것임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됨.



영화에서 전체적으로 전달하는 메세지는 물론 이런 내 개인적인 해석과는 아주 다른 것이고

그닥 비중있는 장면도 아닌데 내가 뻘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함.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면들이 크게 와닿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