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번 글을 썼다가 지웠는데, 

미약한 지식으로나마 글을 하나 얹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저는 '여성들은 컴퓨터에 관심이 별로 없다.' 가 전반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그러니 잘못되었다. 여자들은 남자 개발자들처럼 컴퓨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마치 '남자들은 뜨개질에 크게 관심이 없다.' 가 일반적으로 맞는 말일 수 있으나

'그러니 잘못되었다. 남자들은 조금 더 가정적인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 이상한 말인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왜냐하면 그건 '컴퓨터를 좋아한다' 라는 흥미에 기반한 특징을,

어떤 우월한 특성처럼 생각하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컴퓨터를 좋아하고 잘하면 취업 시장에서 유리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건 절대적인 우위를 잴 수 있는 척도가 아닙니다.

세상은 컴퓨터 밖에 있어요.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세상에는 직업으로 삼아서 평생을 기여해보고 싶을 만한 일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컴퓨터를 좋아하게 된 외골수형 인간이지만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당장은 취업을 못해보이고, 당장은 별로 빛을 발해보이지 않는 뭔가를 하는 사람이라도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에요.


저는 어느정도 진로가 보장되는 학교에 다니지만, 

생 문과에 다니고 문과를 깊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저보다 모자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저희 어머니보다 프로그래밍을 잘하지만, 그게 저희 어머니보다 제가 나은 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택트로 세상이 바뀌고, SW에 대한 지식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어요.

그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입니다.

여기 계시는 분들은 그런 좋은 성질을 갖고 계신 분들이니, 분명 축복받으신 분들입니다만, 그것이 어떤 다른 집단보다 절대적인 우월함을 가리킨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음.... 저라면 나중에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ㅠㅠㅠㅠㅠ 


다만 여자들이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가 

학창시절에 겪은 교육과정에 의해 심어진 편견에 기인한다면, 이것은 깨볼만한 가치가 있겠죠.

(개인적으로 진짜 그런지 의문은 듭니다. 저도 평범하게 학교나왔지만 전 '여자는 컴퓨터 못해~'이런 생각 같은거 해본적이 없어요. 그리고 저는 문과였습니다.)


어려운 주제이고, 일부 페미니스트쪽 사람들이 이것을 성차별적 주제로 몰아가는 것 때문에 말 얹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사실 저도 여자들이 문과쪽 계열에 진학했기 때문에 임금이 낮은 일에 종사하거나 취업을 못하는 것이 어느정도는 자업자득이라 생각하는 편인데요... 왜냐면 같은 상황에서도 현실적으로 사리분별해서 취업 잘되는 자리로 들어간 여성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있어야 한다면, 그건 컴퓨터를 접하지 않고 성인이 된 여/남성들이 본인들이 원한다면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도가 해볼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