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하아아....


카무이

대장! 저거 봐봐! 해변가야! 홀로그램에서 봤던 모래사장이라구! 우와아아...저건 뭐야? 해변가에서 누워 쉬는 의자인가?


아이라

이런 아름다운 곳이 아직 이 세계에 있다니...



뒤에 위치한 거대한 건물 주위에 펼쳐진 모래사장과 바닷가. 주위는 이따금 들리는 자연의 소리와

약간 비릿한 바다내음, 이따금 파도에 부셔져 흩날리는 물방울이 얼굴을 스친다.

공중정원에서 경험했던 홀로그램이 아닌, 실존하는 바닷가...

발 밑의 모래 사장은 체중에 눌려 점차 파묻히고 있었다, 발가락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가 간지러웠다.



리브

이게 세리카 씨가 말했던 휴가라는 건가요...두근거려요.


지휘관

그래, 맞아


리브

백사장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니 확실히 편안해지는 기분이네요.


루시아

흐아아암....

으음, 뭐지... 어째서 졸음이...


지휘관

구조체도 졸려?




루시아

음, 뭐랄까 인간의 아날로그 감수기의 자동반응이라고 할까... 지휘관, 이 기능 좀 차단해주시겠어요?


리브

모처럼 여기까지 왔는데, 루시아는 "릴렉스" 안하려고?



정곡을 찔려 당황하는 소녀처럼, 루시아는 허둥대기 시작했다.



루시아

그, 그게 아니라! 갑자기 전투가 발생하면 위험하니까...!


리브

그것도 그렇네.



루시아가 허둥대는 틈을 타, 루시아의 뒤로 돌아간 리브가

루시아의 등을 향해 바닷물을 끼얹었다.



루시아

꺄악! 리브, 뭐하는 거야!?


리브

황금시대 사람들은 이러고 놀더라구!



두 소녀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서로에게 물장난을 시작했다.



...복귀하면 관절부에 들어간 소금기를 제거하고 유지보수를 해야겠군요.


지휘관

리, 괜찮으니까 긴장 좀 풀어.


...알겠습니다.



루시아와 리브가 노는 곳에 이윽고 나나미, 소피아, 아이라까지 가세했다.

카레니나는 가장 마지막에 참가했지만, 아주 화려하게 저질렀다.

설마 누가 해수욕을 하면서 바닷물에 대포를 쏠 거라고 생각했을까.


지금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싸워 온걸까

나중에도 이렇게 놀 수 있을까?, 문득 감상에 빠져있는 자신이 있었다.


카무이를 보자 등에 맨 대검을 서핑보드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었고,

크롬이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있지만 택도 없어보였다.

카무이, 그런게 물에 뜰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고 보니 루시아와 리브는...


루시아

지휘관.


리브

그런 곳에 누워 있으면 감기 걸려요.


지휘관

미안, 왠지 기분 좋아서.


리브

확실히...주변 기온도 매우 쾌적하네요. 이 정도라면 걱정 없을거 같아요.



옆에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루시아와 리브가 옆에 앉아 있었다.



루시아

지휘관.


지휘관

응?


루시아

언젠가 퍼니싱 바이러스와의 싸움도 끝나겠죠? 그 뒤에 저희는 어떻게 될까요?


지휘관

분명 새로운 싸움이 있을 거야.


루시아

새로운 싸움이요?


리브

왠지 복잡한 기분이네요.


루시아

설령 싸움이 계속된다 해도 지휘관은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시겠죠.

싸움이 계속 되는 한, 저는 지휘관의 검이에요. 언제까지고...


리브

싸움은 언젠가 끝이 날거에요. 지휘관은 만약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으면

어떤 나날을 보내고 싶으세요?


지휘관

으음....루시아가 보기에 내가 뭘 할거 같아?


루시아

전...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아이라가 말한적이 있어요.

지휘관이 붓을 잡으면 어떤 경치가 만들어 질지 궁금하다고.


리브

그러고 보니,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네요.


루시아

그러게...지휘관, 우리는 미래에 뭘 하고 있을까요?


지휘관

미래라...글쎄, 모르겠다.



적어도 사관학교의 교사들에게선 미래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 

퍼니싱 바이러스가 퍼진 이후, 오랫동안 많은 희생자가 나왔고

공중정원이 겨우 반격의 봉화를 울리기 시작했다.

공중정원의 승리, 퍼니싱 바이러스의 위협으로 부터 인류를 해방시켰을때

우리의 "희생"은 끝난다...


그 뒤의 일은 의장님이건 교수건 언급한 적이 없다.

루시아의 말을 듣고 떠오른 생각은 '미래'라기 보단 과거였다.

그래, 마치 다신 닿을 수 없는 황금시대의 그때처럼...



루시아

지휘관? 아직 대답 안해주셨는데요?



지휘관은 루시아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루시아

...뭔가 이상한가요?



왜 웃었는지 말해주진 않았고, 루시아도 더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뜻이 통한 기분이 들었다.


뭐, 모두가 그랬던 건 아니지만...



카무이

지휘관~ 뭐하고 있는 거야!


크롬

죄송합니다, 방해하지 말라고 말해 뒀는데...


지휘관

괜찮아.


카무이

봐봐, 지휘관은 괜찮다고 하잖아.


크롬

너무 무르신거 아닙니까...하지만 저도, 방금 얘기 내용에 관심이 많긴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크롬

싸움이 끝난 뒤라...확실히 생각해 본 적 없군요.


소피아

소피아도 없어. 하지만 퍼니싱 바이러스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으면

열차는 멈출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되면 아딜레 사람들도 녹음이 풍부한 수상식물이 있는 곳에서 다시 살 수 있을거고.

고향에 다시 벽돌로 집을 만들어서 잠도 잘 수 있을 거야. 밥도 많이 먹을 수 있고...


지휘관

그거 좋네.


소피아

정말? 소피아가 생각한 미래는 정말 괜찮은 거야? 아, 아냐. 소피아는 지휘관이 괜찮다면 그렇게 믿을거야.


왜 다들 모여있는 겁니까?


리브

미래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어요.


미래? 그게 뭐죠?


카무이

리 형아는 모르는게 많네~ 퍼니싱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나서 말이야.


누가 형아입니까... 흠, 퍼니싱 바이러스가 사라진 후라... 확실히

생각해본 적 없군요. 그 뒤는 어떻게 변할까요?


크롬

구조체가 된 우리는 자연에서 주어진 수명과는 이제 상관이 없어졌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겠죠.


리브

지휘관은...



갑자기 모두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빨리 다른 화제거리를 꺼내야겠다. 모두의 표정이 다시 풀리도록.



지휘관

흠, 나같은 경우는 일단 살아남아서... 퇴직해서 연봉을 받으면서 살고 싶은데.


카무이

오오, 지휘관 같은 베테랑이면 받는 금액도 짭짤할테고, 연봉만으로도 먹고 살수 있겠지!

지휘관이라면 할 수 있을거야.


크롬

맞습니다, 지상에서의 전투는 순조롭게 진행중이며 적어도 안전 지역을 확보하는 일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끝이 나겠죠...

아, 본론으로 돌아가서 앞으로의 일들을 다시 생각해볼까요?


아이라

앞으로의 이야기라고 하면, 황금 시대에 있던 내용에 초점을 두고 얘기해야하지 않을까?


엣?


크롬

확실히...


카무이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나면, 앞으로 게임이 잔뜩 개발될 거야!


아이라

맞아, 황금 시대의 게임 생산량은 엄청나다고 그랬어.


카레니나

수리가 필요한 건물들이 잔뜩 있을거야! 아마 공사부대도 바빠지겠지?

흐흐... 다 터트릴 생각을 하니 두근거리네!


크롬

카무이, 좀 더 성실하게 생각해봐.


리브

리 씨, 리 씨는 뭘 하고 싶으세요?


글쎄요, 생각해본 적이 없군요.

굳이 말하자면 모레(리의 동생)는 공중정원과 관련된 일을 하지말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줬으면 하지만...


지휘관

좋은 형이네.


아뇨, 단지 제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결정권은 모레한테 줘야죠.


루시아

그럼 다 같이 리가 뭘 할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지휘관도 같이 생각해봐요.


지휘관

재밌겠는걸.


엑...잠시만요!



다들 모여서 황금시대의 다양한 직업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아이라

흐음, 리는 성격상 의사가 딱일 거 같은데.


제 성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의료 훈련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크롬

바이러스의 위기가 사라지면 의과 대학도 재건될 겁니다.


리브

하지만 구조체 학생을 모집할 까요?


아이라

그럼, 전투 방식을 의식의 바다에 연결해서 주입하는 방식으로 의료 지식도 넣으면 어때?


리브

정형화된 지식 보다는 강의실에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도 좋을 거에요.


그건 너무 비효율 적인거 같습니다.


아이라

그럼 리가 하고싶은 직업이 있어?

예를 들어서 까마귀 소대 휴게실 책장에 꽂혀있는 [달빛 아래에서 춤추는 생선가게 사장] 의 주인공인

카시디우스 처럼 건맨이 된다던가.


건맨은 위법입니다. 퍼니싱 바이러스가 물러나면 질서도 재건되고 법률도 재구축 되겠죠.


지휘관

수영 선수는 어때?


루시아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의외로 어울릴 거 같네요.


리브

분명 옛날 수영 선수들은 몸의 유체역학을 연구했다고 했어요. 리 씨와 잘 맞네요!


아니, 그 쪽은 별 생각이...



그때-



크롬

누구냐!


카레니나

거기 서!



크롬은 낫을 펼쳐 참격을, 카레니나는 대포를 장전하고 쏴버렸다.



지휘관

대열정비!



모두들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10M 간격으로 수색망을 펼쳤다.



여기입니다!



땅바닥의 모래 위엔 수많은 발자국이 있었고, 모래 투성이의 기묘한 젤리같은 액체가 떨어져있었다.

리브는 액체를 바로 스캔했다.



리브

...순환액입니다. 하지만 좀 이상해요, 이 순환액은 면역시대 초기에 사용되던 구조체들의 것이에요.

하지만...다른 성분들로 개량되어 있어요, 성능은 현재 공중정원에서 사용되는 순환액의 50% 정도...!


지휘관

구조체인가?


리브

아마도요.



루시아

지휘관, 쫒아가죠.


그 구조체가 적이건 아군이건 일단 확인해봐야한다.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