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스팅거>

그녀의 소망을 끝까지 관철하겠습니다.


루나: '승격자'가 된 이상 너의 힘은 나를 위해 사용되어야 해.


롤랑: 무슨 근거로?


루나: 내가 너를 만들었으니까. 나대로 '새 생명을 줬어'


롤랑: 넌 분명 신경쓰지 않았어.


루나: 내가 마음을 바꿨어. 어자피 넌 '목적'을 찾을 수 없잖아?


롤랑: 알았어.


롤랑: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면 나는 반드시 이곳을 떠나고, 심지어 너와 적이 될수도 있는데 괜찮아?


루나: 네 마음대로 해, 난 신경쓰지 않고 내 계획을 계속 진행할거야.


롤랑: 하하, 정말 마음대로인 하는 아가씨네.


한마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롤랑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고, 그는 일어나서 루나쪽으로 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한 손으로는 주먹을 쥐고, 자신의 가슴에 올렸다. 마치 익살스러운 연극의 기사같았다.


롤랑: 그렇다면, 목적을 찾기 전까지 당신에게 충성을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롤랑: 루나 아가씨


맹세 한마디가 끝나자 롤랑은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갑작스런 롤랑의 선서를 눈으로 본 루나의 얼굴은 놀라지도 눈썹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약간 사색하는 것 같고, 또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루나: 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


루나: 우린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녀는 입을 열었다. 입을 열면서 몸을 돌아 발걸음을 옮겼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고, 그저 제 마음대로 떠났다. 롤랑도 별말 없이 일어나 그녀의 뒤를 따랐다.

롤랑?: 연기 잘하네 롤랑. 역시 너야


결국 그를 인정한 것은 롤랑이 방금 서 있던 곳에서 들려오는 순진한 소음이였다. 롤랑은 '롤랑' 이 등 뒤에서 손을 들고 소리치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박수 소리가 우렁차고 휘파람이 날카롭다. 무대 위의 배우에게 있어 최고의 포상이다.


그러나 이 박수 소리, 이 휘파람은 그가 들어보니 오히려 귀에 거슬렸다.


롤랑: 연기? 아마도. 어쨌든 난 평생 연기를 해왔어.


롤랑: 삼류 기사, 경찰 조수, 심지어 구조체 전사까지 오로지 연기에 의지하며 버틸뿐이야.


롤랑: 어자피 다른 장점도 없고, 다른 욕심도 없으니, 그 자리에서 연기를 한번 더 보여주면 무슨 상관이 있겠어?


롤랑: 난 심지어 살고싶지 않아

???: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해 롤랑.


???: 네가 정말 살고싶지 않았다면, 넌 애초에 극단의 진실을 알았을때 낡은 기계들과 함께 매장되는 것을 선택했어야 했어.

롤랑: ......

롤랑?: 그러나, 넌 살아남는걸 택했어


롤랑?: 왜냐면, 누군가 너를, 너의 이름을, 너의 모든 경험을 기억했기 때문이지.


롤랑?: 누군가 너라는 어릿광대의 훌륭한 연극을 기억했기 때문에, 어릿광대는 살고 싶어해. 넌 반드시 살아가야해.


롤랑: 그런가?


롤랑?: 그래, 맞아, 너는 살고싶어해! 만약 너가 죽음을 원한다면 극단에서부터, 구조체로 변할 때부터, 넌 죽을 기회가 수없이 많았어.


롤랑?: 혼자 반프랑스 식민지로 옮겨진 시간, 핵을 거의 파괴당할뻔 했던 시간, 팀에게 미끼로 이용당한 순간.


롤랑?: 심지어 방금 그 초대형 감염체에 의해 죽을뻔 했을때, 넌 이미 스스로 죽을 준비를 하도록 권하고 자신이 결심을 했다고 생각하지.


롤랑?: 그래도 결국 살아남았어.


롤랑?: 롤랑, 넌 단지 몇 초의 대본을 보고도 모든 연극을 기억할 수 있는 전문 배우인데, 너는 어떻게 아직도 답을 알아내지 못할 수 있니?


롤랑?: 넌 살고싶어해! 소원을 바라고 있어!


롤랑?: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해. 기사가 자신의 삶을 바치기에 충분한 자신만의 '소망'을 찾아야해.


롤랑?: 비록 잔혹하고, 위험하고, 세계를 전복시키기에 충분한 소망이라도, 네가 살아갈 수 있도록 지탱해 줄 수 있다면, 다 괜찮아.


롤랑?: 넌 살아갈 이유를 원하고있어!


말솜씨가 유창하며 말도 빨라서 구질구질한 면이 없다. 마치 무슨 광고멘트를 하고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말에는 정말 사실적이고, 분명했고, 거짓이 없었다.


롤랑은 고개를 돌리면 롤랑이 모닥불 옆에서 가슴을 펴고 손을 흔드는 모습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까지 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연기로 보일 수 도 있지만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다.


롤랑: 내가 연기했던 정치가보다 더 심하네. 난 너에게 완전히 설득당했어.

롤랑: 설득된 이상 내가 좀 정정하도록 하지.


롤랑: 난 살고싶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난 살고 싶었어. 비록 이유가 없더라도 살고싶어.


롤랑: 그러면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야해.


롤랑: 극단 내 광대처럼 조종당하는 것도 아니고, 구조체가 된 후 매일매일 해야하는 과제도 아닌.


롤랑: 나만의, '롤랑' 만의 이유를


롤랑은 두 손을 불끈 쥐고 앞으로 나아갔다. 작은 롤랑의 목소리는 그의 뒤에서 멀어졌다.


롤랑: 승격 네트워크, 승격자, 낙원... 모두 미지의 개념...


롤랑: 어자피 더 이상 기대할게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게 낫지.


롤랑: 그녀의 소망을 끝까지 관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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