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어느새 하늘에 걸렸고, 반즈는 아놀드를 부축해 밀폐된 해치를 통과해 다시 지상으로 돌아왔다.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멀리서 계속 들려왔고, 아놀드는 부서진 벽에 기대어 반즈를 토닥였다.


 

아놀드

하하, 가라.

 

반즈 

아놀드 씨, 곧 돌아올게요.

 

아놀드는 대답을 하지 않고 반즈에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반즈는 그의 장비를 정리하고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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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도시 폐허에 금속 충돌 소리가 메아리쳤다.

 

푸른색, 금색, 검은색의 형상이 얽히고 섥힌 무기의 돌풍은 주변의 자갈을 가루로 부숴 버렸다.

 

크롬과 카무이는 계속되는 기어의 근거리 공격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거리를 벌려도 기어의 중기관총에 제압당했다.

 

그리고 기관총 사격 뒤에는 폭풍우 같은 근접 타격이 또 있었다.

 

상대는 공격을 거듭할 때마다 지칠 줄 모르고 공격을 쏟아냈고, 이러한 제압 속에서 크롬도,카무이조차도 함겨운 기색을 보였다.


 

크롬

콜록……

 

카무이

......정말 놀랍네요.

그러나 이 정도 공격쯤은, 우리가 버틸 수 있어요. 계속합시다.


 

기어? 

Stupido! 왜 당장 죽지 못하는지. 나와 같이 ‘선현’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카무이와 크롬의 ‘기어’에 대한 대답은 공격이었다. 대검과 낫이 ‘기어’를 동시에 베었지만 ‘기어’의 단단한 양팔에 막혔다.

 

기어? 

어이어이, 공중정원은 이 정도까지 수준이 떨어졌나?

 

카무이는 ‘기어’가 말하는 틈을 타 검신으로 ‘기어’의 펀치를 막은 뒤, 재빨리 검을 뒤집어 비스듬히 아래로 내리쳤다.

 

그러나 카무이의 손에 든 대검은 '기어'가 간단히 밟아버렸고, 카무이가 대검을 뽑기도 전에 '기어'의 펀치가 카무이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고, 미처 피하지 못한 카무이는 이 주먹으로 인해 건물의 옆쪽으로 날아갔다.

 

크롬 

카무이!

 

크롬은 낫을 수평으로 휘둘러 기어와 거리를 두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의 퇴각 경로는 칠흑 같은 광선에 의해 갑자기 끊어지고 이전의 '기어'의 이미지가 점차 사라졌고, 크롬에게 무거운 충격이 눈앞에서 다가왔다. 

 

기어? 

안녕.

 

크롬이 반응하기도 전에 기어가 손을 뻗어 크롬의 어깨를 잡고 무릎으로 내리쳤고, 날카로운 무릎의 타격이 계속해서 크롬의 복부를 가격했다.

 

크롬 

윽...!

 

크롬의 입에서 순환액이 뿜어져 나왔다. 이때 거대한 바위가 '기어'를 향해 날아갔고, '기어'가 바위를 향해 손을 뻗어 팔을 중기관총 구조로 변형했다. 맹렬한 총소리에 바위가 산산조각이 났다.

 

바위 파편이 갈라지면서 땅에 떨어졌지만 기어 앞의 크롬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기어가 올려다보니 카무이가 건물 옆에 서서 헐떡거리며 크롬을 지지하고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카무이 

헉, 헉...

 

크롬

괜찮나……

 

카무이 

움직일 수 있다면 대장 자신을 먼저 걱정하세요.

 

크롬

하하.

 

크롬은 쓴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입가에 묻은 순환액의 흔적을 닦아냈다.

 

크롬 

얼른 튜닝 중인 기체 감각에 적응해야겠어.

 

카무이 

근접전도 강력하고 원거리 소모전도 가능하다니, 너무 억지에요.

 

크롬 

적은 강하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아.

 

카무이 

아아, 그렇죠.

우리를 걱정시키는 바보를 찾아 함께 임무를 순조롭게 완수해야죠.

 

기어? 

아직도 허황된 환상을 품고 있는가?

 

작은 폐허 뒤에서 크롬과 카무이를 또 다른 포격이 압박해왔다.

 

몇 초 후, 폐허의 벙커가 산산조각이 났고, 강한 압박과 함께 크롬과 카무이 앞에 다시 '기어'의 어두운 실루엣이 나타났다.

 

불꽃을 동반한 빠른 충격음이 세 사람 사이에서 계속 터져 나왔고, '기어'의 주먹으로 인해 생긴 강한 바람이 두 사람에게 계속 접근하면서, 카무이와 크롬의 인조 피부에 점점 더 많은 흠집을 냈다.

 

기어?

끝났다.

 

크롬과 카무이의 공격은 '기어'에게 맞아 튕겨 나갔고, 두 사람의 방어를 무력화시킨 ‘기어’는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기어'가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세사람 위로 은빛 섬광이 나타나 ‘기어’의 후속 공격을 무참히 끊었다.

 

카무이

대장! 저것 봐요.

 

크롬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만든단 말이지.

 

기어?

오? 드디어 숨는 건 멈춘 건가? 그렇게 큰 부상을 입고도 계속 움직일 줄은 몰랐군.

 

그 직후 하늘에서 몇 개의 백색 반점이 쏟아져 나와 '기어'를 몇 미터 떨어진 벙커 뒤로 밀어 넣었다.

 

주변의 폐허에 빛의 반점이 튀고 희미한 하얀 안개를 불러일으켰다.

 

안개에 휩싸인 크롬과 카무이의 지친 표정이 다소 풀렸다.


 

카무이 

헤헤, 네 지원이 드디어 왔군.

 

세 사람 사이에 반즈가 떨어졌고, ‘기어’가 쏘려는 공격은 반즈가 던진 수류탄에 의해 중단되었다.

 

수류탄이 폭발하고 많은 양의 안개와 연기가 공간을 채웠다.

 

안개가 걷히자 매 세 마리는 이미 저 멀리 건물에 서 있었다.

 

반즈 

과정이 너무 까다로워서요...

어쨌든, 돌아왔습니다.

 

카무이

헤헤, 오래 기다렸다구.

 

크롬 

돌아왔으니 됐다.

 

기어?

흠, 쓰레기가 아무리 늘어난다고 해도 결국 쓰레기지. 세 명이 됐다고 대체 뭘 할 수 있지?


 

반즈 

대장, 이번 임무는 기대 이상으로 행동량이 많네요. 돌아가면 휴가 신청을 해야겠습니다.

 

크롬 

생각해볼게.

 

카무이

대장, 나는요?

 

크롬

기지에 얌전히 있을 수 있어?

 

카무이

헤헤, 글쎄요.

 

기어?

안하무인도 정도껏 해야지!

 

'기어'가 으르렁거리며 돌격매 세 마리에게 총알을 쏟아부었지만, 총알은 맞기도 전에 반즈에 의해 격추됐다.

 

반즈 

과거에 네가 무엇을 했는지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넌 내 앞에 나타나 내 손이 닿는 곳에서 내 존재를 위협한다.

그건 네가 사거리 안에 들어왔다는 의미다.

살짝, 진지해져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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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는 폐허에 기대어 있었고, 그의 옆에 있는 로봇은 멀리서 그들의 전투를 비췄다.

 

흰색, 파란색, 노란색 도형이 검은 도형 주위를 빠르게 움직였다.

 

다른 세 사람을 제압하던 검은 적은 이제 약한 기색을 보이며 세 사람에게 밀려 계속 뒤로 물러섰다.


 

아놀드 

이것이 오늘날 지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존재들인가.

강철의 몸으로 일반 사람이 해낼 수 없는 일을 거뜬히 해내는군.

감정의 흐름에 영향을 받고, 혼란스러워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일어나 앞으로 나아간다.

동료를 버리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아니, 어떤 면에선 인간보다 더 인간답지 않은가.


 

한스 

너 정말 여기 혼자 남을 거야?

나랑 같이 돌아가자. 내 체면을 봐서라도 군대가 너를 감싸줄 수 있을지도 몰라.

 

아놀드 

멍청한 [삐——], 너도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잖아.

돌아가. 난 네 오점이 되고 싶지 않아. 이건 내가 너한테 빚진 것이다.

황금시대의 부적합자인 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나는 이 시대의 영광과 부패, 그리고 인류 사회의 병폐가 지구 전체에 퍼진 것을 목격했다.

엘리트들은 최고 권력을 책임지고, 그들은 눈부시게 빛나고, 민중들은 사회의 밑바닥에서 허덕이며 연명하고 있고, 너와 나는 빈민가의 현장을 아주 잘 알고 있지.

그것이 내가 인간 사회에서 탈출하기로 선택한 이유다.



아놀드 

피하기만 하던 나한텐 괜한 고집이 있었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양극화되고 분열된 인간 사회, 인간의 의지를 타락시킨 시대다.

그 시대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고, 바깥세상이 아무리 요동쳐도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이제 와서 살아간다는 건 그저 내 태엽을 감고 연명하는 것뿐이다.

내가 잘못됐다는 걸 증명하고 싶던 시대는 시간의 급류 속에 사라졌다.

인류의 영광은 끝났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구조체?

하하, 너희들은 지금 인간이 가져야할 모습인지도 모르지.

지구는, 사실 그렇게 그리워할만한 곳은 아니다.

지구를 되찾아도, 무엇을 할건가. 과거의 잘못된 광란의 시대를 재건한다는 것일까?

중력의 족쇄를 풀지 못하는 영혼의 마지막 자기 위안일 뿐이다.

하지만 구조체라는 놈들이 내린 결정이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예전 지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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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소용 없다!

 

'기어'는 주먹을 휘두르며 다시 카무이를 쓰러뜨릴 준비를 했지만, 카무이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갑자기 옆으로 몸을 비틀 줄은 몰랐다.

 

카무이가 '기어' 옆으로 몸을 비틀자 카무이 뒤의 반즈가 연속적으로 발사한 총알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어?

소용없어, 소용없어.

 

'기어'는 자신을 향한 총알을 격추할 준비를 하며 다른 손을 들었지만, 갑자기 전신이 마비된 것을 발견했다.

 

기어?

언제? !

 

새파란 번갯불의 허영이 사라지고, 크롬은 한 손을 뻗어 옆의 벽을 짚고 숨을 몰아쉬었다.

 

크롬 

휴.

 

하지만 이 순간 '기어'는 약한 크롬을 더 이상 신경 쓸 수 없었고, 총알이 정확하게 머리를 명중해 몇 번이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빠른 행동 때문에 크롬이 쓰러지려 할 때, 카무이가 크롬의 옆에 나타났다.

 

기어? 

약한 놈부터 처리해야겠군.

 

어쩔 수 없이 후퇴한 '기어'는 몸을 돌려 크롬을 공격했지만, 펀치는 카무이에 의해 막혔다.

 

카무이는 충격으로 인해 몇 걸음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그의 군화는 땅에 깊은 흠집을 남겼다.

 

카무이

내 방어를 뚫을 수 없을 걸.

 

기어? 

흠.

 

'기어'는 발을 들어 카무이를 차려고 했지만 발을 딛는 순간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맞고 거의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이처럼 '기어'는 도시의 거리와 건물을 가로지르는 세 마리의 돌격 매의 공격을 받아 끊임없이 밀려나고 있었다.

 

기어? 

장난은 그만하지! 뜻밖에도 ‘전차’를 보게 되겠군.

 

자신을 향해 날아온 총알을 팔을 휘둘러 떨어뜨리고, 총격을 가하려던 순간 머리 위로 풍압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카무이 

어이 어이, 날 잘 보라고.

 

카무이의 대검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기어’는 무거운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그 공격으로 인해 지면의 자갈을 사방으로 튀었다.

 

'기어'는 날아오는 자갈이 자신의 기체를 치자마자, 손으로 날리는 연기와 먼지를 헤집고 카무이를 움켜쥐려고 했다.

 

그러나 '기어'가 연기와 먼지를 넘었을 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낫이었다.

 

크롬 

성 엘모의 불*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성 엘모의 불(St. Elmo's Fire): 중세 선원들을 보호한다고 성스롭게 여겨졌던 돛대 위의 파란 불.


낫의 참격은 '기어'의 손바닥을 세게 베었고, ‘기어’는 몇 걸음 물러난 뒤, 자신의 손으로 날을 잡고 크롬을 자기 앞으로 잡아당기려 했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측면에서 발사된 총알에 의해 중단되었다.

 

'기어'가 들어오는 총알을 다른 손으로 막자, 그 앞에 검은 대검이 나타났다.


카무이

헤헤, 이번엔 못 막겠지.

 

대검의 예리함은 번개와 총알을 넘어 '기어'의 머리를 내리쳤다. 둔탁한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기어'는 수십 미터 뒤로 날아가 길가 옆 건물에 부딪혔다.


 

기어?

그렇게 하자.

 

자신을 누르고 있던 석판을 들어올린 '기어'는 천천히 건물에서 천천히 걸어나왔고, 몸에는 희미한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기계 껍질을 한방에 부술 수 있는 대검도 그 투구에 희미한 검흔만 남길 수 있었다.


 

반즈 

다시 여기로 돌아왔네.

 

'기어'가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도 모르게 눈앞의 세 사람에게 제압당해 반즈를 처음 제압했던 곳으로 돌아온 자신을 발견했다.

 

기어? 

흥, 그렇군. 너희 강아지들을 너덜너덜하게 만든 이곳으로 돌아왔구나.

정말 슬프다. 너희들은 여기서 또 한 번 지게 될 것이니. 하지만 이번에는 도망가게 놔두지 않겠다!

 

반즈

그럴 수 있을까.

 

카무이 

흥, 이번에 도망가는 건 누굴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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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개시)


 

기어 

시간 낭비는 이제 됐다. 여기에서 쳐부숴주지!


 

기어 

쳇, 빌어먹을.


 

카무이 

어이 어이, 내빼는 거야? 싸우기 전에 도망치지 못하게 한다고 외친건 너 아니였어?

 

크롬 

카무이, 쫓을 필요는 없다.

 

카무이 

알겠습니다.

 

반즈

……끝났다.

 

(전투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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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즈가 눈앞의 적을 노려보고 있었다.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고, 공기 중에는 반즈 자신의 호흡과 ‘기어’의 발자국 소리만 남아 있을 정도로 고요했다.

 

 

반즈 

(1……)

(2……)

(3.)

 

반즈의 마음 속에서 조용히 계산된다.

 

정보 포착, 방향 계산, 각도 조정.

 

돌격 매 소대의 암호 채널을 통해 반즈는 이미 크롬과 카무이가 만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텔로의 복수를 위해, 아놀드의 개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동료들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항상 믿어오던 것을 관철하기 위해.

 

이 시대는 슬프다. 인류는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지구 귀환이라는 위대한 목표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반즈는 스스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손이 닿는 곳에서 이 목표를 위해 희생되는 동료가 더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반즈가 취해야 할 행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동료를 돕고, 적을 쏘고, 전장에서 불굴의 깃발이 되어라. 이것이 지금의 자신과, 죽음으로 간 사람들에 대한 최고의 보답이다.



 

반즈

……끝이다.

 

3마리의 돌격 매의 합동 공격으로 '기어'는 이미 시작할 때의 우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반즈는 팀의 윤활유와 같이 크롬과 카무이의 공격 사이의 간격을 완벽하게 연결했다. 반즈의 공격은 치명적이지 않지만 가장 필요할 때 항상 나타난다.

 

방어하는 ‘기어가’ 자신이 3명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될 정도로, 돌격 매의 연계 공격은 굳건한 철벽을 구축하고 있었다.

 

'기어'의 공격은 멈췄고, ‘기어’의 방어가 풀렸다.

 

크롬 

모두 한 번에.

 

펑--

 

반즈의 총구에서 은빛 섬광이 뿜어져 나와 달아나는 '기어'를 향해 똑바로 나아갔다.

 

크롬은 낫을 휘둘러 푸른색 번갯불을 섬광 주위에 감쌌다.

 

카무이의 대검이 약한 부위를 파괴했고, 계산대로 섬광은 궤적을 따라 '기어'의 머리를 관통했다.

 

기어? 

'기어'... 녹이 슬었다...

 

마지막 가느다란 말 한마디를 흐린 뒤, ‘기어’는 바닥에 쓰러진 뒤 활동을 멈췄다.



크롬 

이번에도 아주 큰 일을 저질렀구나.

 

반즈 

흠...그러네요.

 

카무이 

하하, 그래도 다행히 우리가 해결했잖아요?

 

반즈 

네. 이번 임무의 목표물을 회수하고 오겠습니다.

 

모든 말을 마친 반즈는 저격용 라이플을 뒤로 하고 쓰러진 '기어'를 향해 걸어갔다.

 

건물 불빛에 희미한 흰색 빛이 섞여 세 명에게 내리쬐는 것을 돌격 매 소대 세 명 모두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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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즈가 파일을 처리한 후, 아놀드가 있던 위치로 돌아갔다.

 

그러나 반즈가 그곳에 가까워 졌을 때, 아놀드가 사라졌고 구형 로봇과 끔찍한 통조림만 남았음을 발견했다.

 

반즈가 로봇에 닿자, 그 앞에 아놀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놀드 

안녕, 새로운 시대의 "인류".

아마도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야.

그러나 너는 내가 황금시대의 여러 도시에서 본 인간보다 더 인간다워.

네게는 그들에게 없는 열정이 있고, 두근두근 뛰는 심장이 있기 때문이야.

나같이 늙은 인류에 대해 더는 걱정하지 마.

옛사람은 시대와 함께 바람에 흩어지고 흙에 묻혀야 한다.

과거 우리 인간은 차갑고 나약하고 연약했다.

전부 합해도 너희의 십분의 일도 안 돼.

오늘날 너희들이야말로 가장 진실된 존재다.

깊은 우주로 발을 내딛든, 자신을 위해 지구를 탈환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

너희들 구조체만의 시대를 열 때가 됐어.

그 통조림은 구시대의 영혼인 노인의 작은 축복이라고 생각해. 살다 보면 가끔은 색다른 경험을 해야해. 그렇지?

하하하, 그럼 안녕, 꼬마야.

 

아놀드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반즈의 손에 있는 로봇은 완전히 기력을 잃고 영원한 침묵에 빠졌다.

 

반즈 

흠... 이것또한 당신에게 빚지는 겁니까.

 

반즈는 밀폐 해치 옆에 로봇을 놓고 옆에 있는 생선 통조림을 집어 들고 멀리서 그를 향해 걸어오는 카무이와 크롬을 바라보았다.

 

카무이 

어이, 반즈, 돌아가자~

 

반즈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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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정원의 수송기는 새파란 꼬리 불꽃을 내뿜고 밤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면역 시대와 지금 막 치열한 전투를 겪었던 이 도시는 마침내 다시 평온으로 돌아왔다.

 

공중정원의 수송기가 지평선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도시의 폐허 위에 두 인물이 나타났다.

 

? ? ?

'전차'가 패배했다.

 

? ?

중요하지 않다. 원하는 파일이 백업되어 조직으로 다시 전송되었다.

전자 두뇌는 결국 자신의 소명을 떠올렸다.

 

? ? ? 

와, 너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네 동료가 눈앞에서 죽었다고.

 

? ? 

녹슨 '기어'를 남겨두는 것은 조직의 운영에 나쁜 영향만 미치므로 적시에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 ? ?

흠...그렇게 말하는군.

 

? ?

'전차' 청소는 끝났나? 지금은 공중정원에 발을 들여놓을 때가 아니다.

 

? ? ? 

청소는 이미 끝났어.

저렇게 강한 돌격 매 소대의 ‘전차’에 대한 인식을 지우는데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

돌아가고 나면 보상으로 최신 모델의 데이터 회로로 교체해줘.

 

? ? 

올라가는 걸 도와주지.

가자. ‘선현’을 찾고, 그를 되찾기 위한 의식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 ? ? 

좋아 좋아. 이봐, 그렇게 빨리 걷지 말고 같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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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유혼은 영혼이라는 뜻과 구시대의 잔재라는 비유적인 뜻이있음.

결국 아놀드의 영혼을 뜻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