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보이는 고풍스러운 가게에는 '임기네 옷가게'라는 큰 글자가 웅장하게 적혀 있었다.


포뢰

옷가게, 지휘관은 왜 여기로 데려왔어요?


지휘관

그들이 너의 신분을 두려워하는 이상...


지휘관

먼저 신분을 감춰보자.


포뢰

지휘관은 포뢰에게 미행을 시키려고 하는거에요? 그치만 포뢰가 인간인 척 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사람들이 구조체인 포뢰와 가까워 지는게 아니잖아요.


지휘관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야.


지휘관

누군가는 첫발을 내디뎌야 해.


포뢰

...잘 알고 계시네요. 그래서 지휘관은 '밥 먹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어떻게 반응할 지 알고 있었겠죠. 알겠습니다. 그 첫걸음 포뢰가 내딛을게요.


약간의 조마조마함을 머금고 소녀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고, 뒤이어 문을 두드렸다.



점주

어서 오십쇼. 손님 어떤 것을 필요로 합니까, 옷을 입어보실 것인지, 아니면 바로 정하실 것인지... 포뢰중?!


갑작스런 손님에 당황한 주인은 이내 침착한 표정으로 앞에 있는 두 사람을 훑어보았다.


점주

포뢰님과 손님은 저희 가게에 옷을 사러 오셨습니까 아니면... 사안을 조사하러 오신 겁니까?


지휘관

옷을 사려고요.


점주

휴~~ 옷을 사러 오셨다니. 좋습니다 좋아요!


점주

하이고, 이거야말로 부자가 말 싸움을 구경하는 꼴이로군. 별것도 아닌 일에 크게 놀랐네.


포뢰

설마 여기에 조사해야 할 사건이 있단 말인가요?


점주

아이고, 저희 가게는 아주 청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인과 어린아이조차 속이지 않습니다. 가서 알아보십시오. 이 거리에 누가 저를 모르겠습니까...


포뢰

지휘관, 안되면 다른 집으로 갈게요.


점주

아, 아닙니다, 안쪽으로, 안쪽으로 오세요.


포뢰

말 나온 김에 지휘관의 옷도 눈에 띄었으니까 함께 갈아입기 딱 알맞을 것 같아요.


옷가게 안에 함께 들어서자 순간적으로 많은 색깔들이 시각신경을 가득 채웠다. 장롱 속 천편일률적인 작전복에 익숙해진 나 자신에게 아찔한 순간이었다.



포뢰

지휘관, 포뢰는 어떤 옷이 어울리는 것 같아요?


지휘관

(올 블랙)

(올 화이트)

(올 그린)


포뢰

흠...


지휘관

보라색 그거로 할게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포뢰

네, 포뢰 한번 입...


점주

크흠, 손님, 저 옷은 산뜻하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남자 옷인데...


지휘관

!!!


점주

이건 어떠신지, 한번 보자...


점주

포뢰님, 이거 세트로 입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가게 주인은 한쪽 옷걸이에서 옅은 청색의 옷 한 벌을 꺼내서 포뢰에 건네주었다.


포뢰

이거 정말 예뻐요. 한번 가서 입어볼게요!


새 옷을 손에 넣은 포뢰는 쏜살같이 탈의실로 뛰어들어갔다.


점주

손님은 마음에 드는 옷 있으신가요?


지휘관

전부...


점주

손님께서 원하신다면 저희 가게에서 추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지휘관

...전부 사장님에게 맡길게요.


점주

네, 손님의 이런 모습이라면 역시 이 패션이 가장 잘 어울릴텐데...



점주

그래, 역시 이 옷은 이 헤어스타일에 맞춰야 귀엽습니다.


점주

오, 이 손님도 아주 원기 왕성하시군요!



포뢰

아, 지휘관도 갈아입었네요. 포뢰의 이 모습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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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귀여워 ← 선택

그래도 여전히 내가 골랐던게...


포뢰

응, 포뢰도 이 옷이 마음에 들어요.



지휘관 

귀여워 

그래도 여전히 내가 골랐던게... ← 선택


나머지 말은 점주의 눈빛에 제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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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뢰

지휘관도 잘 어울려요, 지휘관도 자기 옷을 잘 고르잖아요.


점주

두 분 모두 별 이견이 없으면 가격은 230청부입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의 지갑을 꺼내니, 안에는 블랙 카드가 가지런히 줄지어 있었다.


그러나...


소위 청부라고 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지휘관

(몇 장의 블랙카드를 꺼내다)


점주

공중정원의 화폐군요. 아쉽게도 여기서는 유통되지 않습니다.


예상했던 대답이다. 그러나 상황은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났고, 궁핍함에서 구해낸 것은 소녀의 맑은 목소리였다.


포뢰

지휘관님 잊고있었나요. 구룡의 화폐에 익숙하지 않다고 하셔서 청부가 든 돈주머니를 포뢰에게 맞겼잖아요.


소녀는 불룩한 판다 돈가방을 꺼내 크고 작은 청부를 한 개씩 꺼냈다.


포뢰

27, 28, 29, 30... 휴, 사장님, 이만큼 맞죠.


점주

포뢰님, 17전을 더 주셨네요. 자, 잔돈 받아가세요.


포뢰

크흠흠, 저도 알아요. 점주님이 성실한지 시험해 보고 싶었을 뿐이라구요.


포뢰

지휘관, 빨리 가요.


포뢰는 나머지 청부를 거두어 급히 문밖으로 걸어갔다. 자신도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돌아서려 하던 참이었다.


점주

잠깐만요.


포뢰

무슨 일이에요, 점주님도 계산을 잘못 했나요?


점주

그건 아니고, 저 손님이 이 물건 두고 갈 뻔 했어요.


가게 주인이 건넨 것은 은색 배지였고, 그 위에 파오스의 로고가 찍혀 있었다.


점주

그때 제가 탈의실에서 찾았는데 아마 손님이 옷을 갈아입다가 빠뜨린 것 같습니다.


지휘관

고맙습니다.


점주

천만에요. 다른 손님들도 이런 혼란을 많이 겪기 때문에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 배지를 몸에 붙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중요한 것임을 증명해야겠죠. 물론 두 번 다시 잃어버리면 안되겠지만요.


점주

그리고 또…서구에서는 청부와 공중정원의 화폐를 환전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다음부터는 아이가 돈을 지불하지 못하게 하세요.


포뢰

으, 간파당했어... 하지만 지휘관은 상관없어요. 포뢰는 어린애가 아니니까요.


포뢰

지휘관 좀 천천히 가요! 기다려요!



옷가게를 나온 뒤 환전소에 들러 충분한 양의 청부를 얻었지만 포뢰는 옷의 청부값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래는 포뢰의 제복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제복을 벗은 포뢰는 굴레를 벗은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며 다른 방식으로 길거리의 눈길을 끌었다.


행인

에에, 아가씨 조심해, 넘어지지 않게. 옆에 있는 거 좀 봐.


주체할 수도 없고 자신도 굳이 포뢰를 제지하려고도 하지 않았기에 자연스레 이러한 꾸지람도 들었다.


그때 갑자기 앞쪽에 모여든 인파가 나타났고, 귀가 번쩍 뜨이는 고함소리가 고요한 야항선 위에서 쩌렁쩌렁 울렸다.


행인

중! 중! 중! 아이고...


포뢰

중...중? 설마 사람들이 모여서 도박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규정 위반이야!


제복을 벗어도 본연의 소임을 잊지 않은 듯 포뢰는 앞으로 달려나가 인파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행인

웬 계집애야, 밀지 마. 내가 비킬게, 힘이 왜이렇게 쎄냐.


밀려난 사람들에게 사과하면서 포뢰는 걸음을 따라 인파의 한가운데로 향했다.


포뢰

아... 아니었네...


포뢰는 자신의 오해로 인해 궁색해 보였다.



노점상

꼬맹이도 투호에 관심이 있니? 한번 해볼래?


포뢰

흠흠... 흥미진진해보이는데 이거 어떻게 해요?


노점상

간단해. 청부 5개에 화살 10개를 주고 주전자에 화살을 넣으면 상품이 나온단다. 너 이렇게 귀여운 거 봐서 화살 두 개 더 줄게, 한 번 해 볼래?


포뢰

한 번 해 볼게요.


노점상

그래, 찾아줘서 고맙단다.


화살은 길이가 30㎝ 정도인데 주전자 높이는 15㎝도 안 되고 주전자 입구는 동전 크기만 하다. 화살을 넣으려면 정확한 통제력과 강력한 계산력이 필요해 보이는데, 인간에겐 힘들지 몰라도 구조체에게는 별 문제가 안될 것이다...


탁!


귓가에 도자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토막난 화살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 옆에 반쯤 박살난 주전자가 보였다. 근처에 있던 포뢰는 여전히 투척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포뢰

분명 조심한다 했는데...


모두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 마냥 있었고 포뢰의 중얼거림이 더욱 선명히 들려왔다.


행인1

이…이건 들어간걸로 치는건가?


행인2

물론이지, 내 눈으로 그 화살이 주전자에 들어가서 뚫고 나가는 것을 봤다고.


노점상

...꼬맹아, 아니 저기 아가씨, 그냥 돈 다시 돌려주는걸로 퉁치면 안되겠니?


행인1

사장님 장난하지마세요.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규칙도 따로 없었잖아요.


행인2

그래 그래, 우리는 저 꼬맹이를 지지해. 만약 이 사장이 억지부리면 포뢰중에 고발하러 갈거야.


포뢰

저... 이제 안 던질테니까, 지휘관이 저 대신에 나머지 거 다 던져 주세요.


노점상

이번만이다.


노점상은 거의 울상을 지으며 자신에게 이 말을 꺼냈다. 자신은 포뢰가 건네준 화살을 받아 던지는 각도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이 각도로 던지면 저건 반드시 명중한다! 손목을 돌려 화살을 날렸다...




시간이 흐르고, 게임이 끝났다.



노점상

어, 손님 더 안할거요? 이번엔 진짜 될지도 모르는데... 정말 안할겁니까?


노점상

아쉽군요...


노점상

자, 아가씨 이거 네 탈이야. 다음에 또 찾아와주렴.


등뒤에서 들려오는 노점상의 목소리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그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만연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포뢰

지휘관이 50청부나 쓸 줄은 몰랐는데…. 아, 근데 마지막에 너무 아까웠어요.


포뢰는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작은 틈새를 만들었고, 그 틈이 좁지 않은 듯 두 손가락을 더 가까이 가져갔다.


포뢰

아주 간발의 차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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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총이었다면 ← 선택

얄밉네. 또 그 소리야.


포뢰

앞에 슈팅 게임 부스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휘관도 한번 가볼래요?



지휘관

총이었다면

얄밉네. 또 그 소리야. ← 선택


포뢰

히히, 지휘관이 이렇게 지지 않는 면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포뢰가 그냥 지켜보기만 했으면 아무것도 몰랐을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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