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고 걸음이 길어지면서 포뢰의 몸에 걸린 물건도 조금씨 늘어나기 시작했다. 투호로 얻은 가면 외에도 판다 열쇠고리, 로봇 모형, 무희 스티커, 목도 등 작은 장난감이 있었다.


포뢰가 움직이면서 물건들이 서로 부딛히며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주인의 웃음을 대신했다.


손에 솜사탕을 깨물고 있던 포뢰는 이미 용의 아이의 늠름함을 완전히 벗어버렸다. 나 자신을 잊고 노는 꼬마 아가씨 같았다.


자신의 손에는 사격 게임에서 방금 얻은 특상, 아관네 아침 찻집 쿠폰 두 장이 들려있다.


지휘관

아침 찻집이라고 하는데 왜 점심에 팔아?


포뢰

음... 포뢰도 잘 모르겠지만 맛있으면 그만이겠죠. 이름따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포뢰

지휘관이 2라운드까지만 하다가 쫓겨난건 유감이에요.


포뢰

근데 그 사장님 울먹이는 표정도 불쌍해보였고...


지휘관

이름으로 불러줘...


지휘관

나보고 지휘관이라고 말하는데...


지휘관

그러면 쉽게 노출되지 않겠어?


포뢰

아 그렇네요, 그러면 포뢰는 지금부터 【지휘관 이름】으로 부를게요. 지휘관님은 포뢰를... 음... 포뢰를 뢰포라고 불러주세요!



지휘관

(너무 대충 지은 거 아니야?)

(아니면 하나 더 생각해볼래?)


포뢰

에이 괜찮아요. 안 들킬거에요.


포뢰

지휘관 저기 저것 보세요. 저게 바로 포뢰가 전에 말했던 아관 아저씨의 아침 찻집이에요. 저 집 차슈바오*가 진짜 맛있어요. 어서 가요.


포뢰

이미 냄새가 나요. 이건 분명 방금 찐 차슈바오의 향이에요! 차슈바오, 잠깐만요!



아관 아저씨

이야, 참 예쁜 아가씨네! 두 분 뭐 드실래요?


포뢰의 시각 모듈은 아직도 김이 피어나는 밀가루 음식에 사로잡힌 듯, 물어볼 필요도 없이 침이 흐르는 입가로 답을 대신했다.


지휘관

차슈바오요.


아관 아저씨

손님 정말 안목이 있으시군요. 저의 이 차슈바오는 서구에서 아주 일품으로 알아준답니다. 몇 개 드릴까요?


포뢰를 향해 손가락 3개를 내밀었는데, 고개를 세차게 흔들더니 엄지와 작은 손가락을 펴주었다. 눈에 희망의 빛이 비치다.


지휘관

다섯 개요.


아관 아저씨

차슈바오 다섯 개 맞죠? 알겠습니다.



포뢰

다섯 개가 아니라 다섯 통에요! 다섯 통!


포뢰는 부리나케 대화에 끼어들었다가 아관 삼촌의 눈길과 마주치자 땅바닥 타일 틈이 무슨 문화재 보물인 듯 재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아관 아저씨

다섯 통? 이거 빵이 제법 질길텐데. 둘이서 정말 그거 다 먹을 수 있어요?


뭔가 물어보고 픈 눈빛으로 포뢰를 바라보았는데, 자신의 그 시선을 느낀 듯 포뢰의 작은 머리가 마치 시간기록계마냥 빠르게 움직였다.


지휘관

네.


아관 아저씨

좋습니다. 낭비만 아니면 돼요. 매장에서 드실건가요, 아니면 포장해드릴까요?


지휘관

매장에서 먹을게요. 이거 쓸 수 있죠?


아관 아저씨

아무렴요, 손님이 명사수일 줄은 몰랐는데 당연히 쓸 수 있죠.


아관 아저씨

네 그럼 먼저 자리 잡고 잠깐 앉아있으세요. 음식 나오면 제가 가져다 줄게요.


포뢰는 좌우를 둘러보다가 한 사람이 앉아 있는 네모난 탁자를 가리켰다.



포뢰

지... 【지휘관 이름】, 우리 여기 앉을래요?


그러자 포뢰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발을 뜸들이며 귓가에 대고 말했다.


포뢰

포뢰는 일반인들에게 용의 아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계속 놀기만 하는 바람에 잊고 있었거든요.


옷을 갈아입은 목적이 떠오른 듯 포뢰는 약간 쑥스러워 보였다.


포뢰

안녕하세요, 혹시 여기 앉아도 될까요?


식객

괜찮아요. 자리 옆으로 좀 비켜줄게요.


포뢰가 조심스레 몸에 걸린 물건들을 떼어내자, 수많은 장난감들이 곧 벤치를 가득 메웠다.


식객

이렇게 많은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데 두 분도 장난감 장수처럼 보이지 않는데요?


포뢰

아 아니에요, 이것들은 다 우리가 게임으로 얻은거에요.


식객

서구에는 확실히 많은 게임 노점이 있지만, 매우 어려웠을텐데요. 이렇게 많이 이기는 것도 실력인데, 자주 하러 오나요?


포뢰

항상 그런 건 아니구요...


식객

그럼 천부적인 재능이네요.


식객

어째 두 분 낯이 좀 익는데 어느 구에서 왔나요?


포뢰

중구요.


식객

오 중구라, 중구는 아주 좋은 곳이죠. 배에서 최고의 번화가잖아요, 물론 구룡의 아이도 거기서 살고있긴 하지만요.


식객의 무심코 던진 말에 포뢰의 얼굴이 팽팽해졌고,  낮게 회전하던 기압이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결국 우려와 걱정에 가로막혔다.


그녀는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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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찐빵이 왜 아직도 안나오지... ← 선택

격려의 눈길을 보내다.


포뢰는 입을 삐죽거리고 두 뺨을 햄스터처럼 살짝 치켜올리며 외면과 치졸한 연기에 볼멘소리를 냈다.



지휘관

찐빵이 왜 아직도 안나오지... 

격려의 눈길을 보내다. ← 선택


포뢰는 입술을 깨물고 결심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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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글자를 숙고하며 천천히 말했다.


포뢰

모두들 구룡의 아이를... 미워하나요?


식객

...


식객의 침묵이 가슴을 옭아매게 한 듯 그녀는 말을 계속했다.


포뢰

그런데 용의 아이들은 분명히 모두가 고향에 돌아가도록 도와주셨는데 왜 사람들은 그들을 용서할 수 없나요?


포뢰의 목소리는 평소의 억울함을 모두 털어놓으려는 듯 자기도 모르게 높아졌다. 그래야만 "불신"의 강물에서 고개를 내밀고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장난감을 조심스럽게 진열하던 어린 소녀가 이렇게 따끔한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는 식객의 표정에 그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포뢰

죄… 죄송해요, 그런 식으로 말해선 안됐는데.


식객

괜찮아요. 그냥…어, 아직 어린아이니까, 그런 거 알 필요 없어요.


포뢰

하지만 전 알고싶어요.


식객은 포뢰를 쳐다보는 대신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고, 그는 자신의 의견을 묻는 듯 입을 열지 않았다.


지휘관

저도 듣고 싶습니다.


식객

에이, 그래. 오늘 내친김에 말할게요.



식객

아가씨에게 먼저 물어보죠. 아직도 배의 상황이 옛날로 돌아가길 원하나요?


포뢰

절대 아니죠!


식객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용의 아이와 외지인이 우리를 그런 지옥에서 구해준 것에 대해 매우 감사했어요. 다만 아쉬운 것은 그날이 일찍 오지 않았다는 점이었죠.


그러자 식객은 자조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식객

그리고 사람 욕심이란게 끝이 없어서... 지옥에서 탈출했기 때문에 지옥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구요.


식객

그러나 저는 이 어렵게 이뤄난 해방에 단 한 푼의 힘도 보태지 않았어요. 그건 마치 사막에서 떨어진 빗물과 같았죠. 저는 그것을 필요로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해야 지킬 수 있는지 모릅니다.


식객

저는 자유라는 깜짝 선물을 받고, 놀라움과 두려움에 빠졌습니다.


식객

용의 아이는 우리의 편일까? 용의 아이가 수장처럼 우리를 통제하려 들지 않을까?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식객

게다가 야항선의 새로운 건설은 모두 용의 아이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우리같은 보통사람들은 서로 간단한 거래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그는 침을 삼키고 목구멍 사이를 몇 차례 윤회하다가 결국 힘없이 말을 뱉어냈다.


식객

아무런 안정감도 없이 얼음 위에 사는 것 같기도 하고...


식객

저는 그들을 미워하지도 않고 심지어 싫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에요.


식객

다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포뢰

미안해요, 그런 줄도 모르고...


식객

이 꼬마 아가씨가 왜 미안하다고 해요, 이야기를 꺼내니깐 저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걸요.


식객

아관 아저씨, 흰죽 한 그릇 더 주세요.


식객

그런데 이런 꼬마가 구룡의 아이에 대해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는데, 그들이 두렵지 않나요?


포뢰

지금까지 그 사람들을 미워한 적 없어요.


식객

그럼 당신은요?


지휘관

저는 그들을 믿습니다.


식객

...


식객

어휴, 이러니까 제가 나쁜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식객

일부 사람들은 아무래도 과거 겪은 일이 있다보니 구룡의 아이를 볼 때마다 두려워하는 게 사실이긴 하죠. 아마 조건반사와 같은 건가봐요.


끓어오르는 하얀 증기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와 대화를 끊었다.


아관 아저씨

찐빵이 왔습니다! 얘야 다른 사람꺼랑 니꺼랑 헷갈리지 마렴.


아관 아저씨는 높이 쌓은 찐빵 다섯 통과 흰죽 한 그릇을 내려놓으며 식객에게 말했다.


아관 아저씨

나는 용의 아이의 호의를 생각해서 배에 남은 겁니다. 그들의 보호가 없었다면 저같은 이 늙은이는 벌써 갔겠죠.


아관 아저씨

네, 수장님이 배를 띄우자마자 그 모습이 확 바뀔 줄은 아무도 몰랐었죠.


아관 아저씨

용의 아이 중에 차슈바오를 사러 자주 올라오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대부분 가면을 쓰고 말도 잘 안해요.


포뢰

정말이에요? 누구에요?


아관 아저씨

그... 카 뭐시기라고 하던가? 난 교양이 좀 부족해서 글자를 반쪽밖에 몰라, 맞게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아관 아저씨

아, 한 명 또 알고있어. 조풍. 근데 그 사람 맨날 밤마다 거꾸로 매달린채 나타나서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니깐.


포뢰

푸흡, 제가 그 사람한테 가서 주의하라고 말할게요.


아관 아저씨

?


지휘관

흠흠, 뢰포야.


포뢰

아, 그... 저는 중구에 살아서 가끔식 용의 아이분들이랑 얘기할 수 있거든요.


식객

어쩐지 용의 아이들의 일에 이렇게 신경 쓰는 이유가 있었네요.


식객

아가씨 참, 용의 아이랑 얘기할 수 있다고 했죠?


포뢰

네.


식객

그럼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패하중에게 이 말 전해줄 수 있는지...


방황, 두려움, 후회가 그의 얼굴에 떠다니며 입 속의 말까지 깨물어 삼킬 것만 같았다. 포뢰는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그는 술잔을 기울이듯 앞에 놓인 흰죽을 뜨거운 김에 휘감아 마셨다.


식객

앗 뜨거! 콜록 콜록, 사실 저는 이전에 엔지니어였는데 설계도면을 받아 본 적이 있거든요.


식객

그래서… 일손이 부족하면 저도 거들어 줄 수 있습니다.


식객

그러면 패하중도 새벽부터 바쁘게 일을 시작할 필요가 없겠죠, 모두들 푹 잘 수도 있을거고...


포뢰

그런데 용의 아이가 무섭지 않나요?


식객

사실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등에 떠밀려서 배에 오르게 되었는데, 이정(마일리지)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상인이 되었어요.


식객

지금의 생활에서 벗어나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식객

당신들과 아관 아저씨를 보고 용의 아이는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들이 않은가 싶기도 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이기도 하죠.


아관 아저씨

거 그거 웬 여기서 큰소리를 치쇼! 저 아가씨가 구룡의 아이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일을 결정해요. 정말로 그런 결심을 한 거라면 스스로 가서 말하셔야지! 뺀질이도 아니고.


식객

저한테 그런 담력이 어딨겠어요, 다음에 할게요, 다음에 꼭!


포뢰

음... 한번 해보죠.


포뢰

아니, 잘 전달할게요!


식객

그냥 던져본 말이니까 아가씨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아관 아저씨

이게 지금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자세요?


식객

나 참, 내 입좀 봐라, 말이 헛나와버렸네요.


포뢰는 어느새 하얀 찐빵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고유한 사유는 진실을 추구하는 발걸음을 방해한다. 원래는 이곳의 상황이 공중정원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역사가 다른지, 문화적 차이인지, 이 땅에서의 인류는 구조체에 대해 생각만큼 편견을 갖고 있지 않았다.


"마음의 골"이라는 강을 건넌 뒤 바라본 맞은편 기슭의 풍경은 생각만큼 험상궂지 않았고, 용기를 내 놓은 다리는 포뢰의 우려를 깨고 새로운 동력을 얻게 해주었다.


포뢰

아관 아저씨 두 개 더 주세요.


그리고 새로운 입맛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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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가루 빵 속에 차슈(중국 전통 BBQ)를 넣은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