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맨더스티 리얼 파크》 촬영장.


스튜디오에서 가상의 아버지는 가상의 아이에게 소총의 사용법을 가르쳤다.


이것은 노리쇠이고, 이것은 조정간이며, 이것은 탄창이고, 이것은 방아쇠이다.


노리쇠를 밀어 번쩍번쩍하고 긴 탄환을 탄창에서 총기로 밀어 넣고, 조정간 위치를 안전에서 밀어 넣은 뒤, 방아쇠를 당긴다.


이렇게 하면 인류는 800줄의 운동 에너지를 지닌 놋쇠 탄두를 구동시켜, 868m/s의 속도로 총구를 빠져나가 아메리카 대륙의 대부분의 동물을 쓰러뜨릴 수 있다.


가상 아버지는 가상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생명은 위대하지만 300 매그넘 탄약은 모든 생명을 쉽게 사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단다"


"그것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로 사라질 수 있지ㅡㅡ우리는 모두 생명의 한 형태에 불과해."


어째서인지 롤랑은 우연히 본 이 장면을 언제나 생생하게 기억한다.


다만 그때의 그는 연기만 할 뿐, 의심을 품지 않았었다.


시나리오는 그곳에 존재하고, 시나리오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돈을 얻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그는 줄곧 거짓 속에서 생활하면서, 거짓으로부터 탄생한 이치에 대해 줄곧 깊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한낱 궤변일 뿐,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 오류를 알 수 있다.


생명을 앗아갈 능력이 있기에 위대하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힘만 있는 자의 건방진 농담이다.


롤랑의 눈에는 생명을 경시하는 나선 속에서 목숨을 구하려고 발버둥치는 것 자체가 위대하고 진실한 것 같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구조체가 승격 네트워크의 은혜를 위해 발버둥치는 것을 좋아하고, 온실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몇 번이나 부서진 꽃을 보며 마지막 한 가닥 의식을 지키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최초의... 선홍빛 바이러스로부터 담금질되어 나온 순백색...


그 눈은 무수히 깊은 절망을 보았으나, 그 눈의 주인은 여전히 자신이 바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그 순백의 뒷모습이 그를 지옥에서 끌어내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는 이것이 자신이 추구하는 유일한 진실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그 뒷모습을 지금 잃어버렸다.


만약 그가 루나를 찾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고삐 풀린 듯 찾아도 잡지 못한다면 그는 어디로 갈 것인가?


그의 가치, 그의 '목적'은 모두 등대가 꺼지듯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그는 '리얼 파크'에서 절망적으로 서 있던 자신과 무엇이 다른가?


그의 마음속의 동요를 증명하듯, 어둠 속에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롤랑?

Hermano?(형제), 매우 곤란한 모양이네.


롤랑

...


롤랑의 의식 속에 떠오른 모습은 깨끗하고 수수한 옷차림을 한 평범한 청년의 미소였다.


그의 웃음은, 지금 롤랑의 어두운 표정을 뭔가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롤랑?

내가 나타난 게 그다지 기쁘지 않은 모양이네, 하지만...


롤랑?

기쁘지 않더라도, 네가 선택한 상대는 여전히 나야, 아니면...


롤랑?

이런, 그분은 안 계시나 보구만?


롤랑?

그렇다면...알겠어.


환영은 어떤 변화를 일으켰다. 그는 사라지고, 더욱 친숙한 롤랑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롤랑

...뭘 알았다는 거지?


롤랑?

지금 너는 하나의 생각, 하나의 목표, 하나의 해야 할 일을 가지고 있지만, 너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지.


롤랑?

아무도 너에게 대답할 수 없고 의심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나타난 거야.


롤랑

...


롤랑?

유레카~


롤랑

제대로 짐작했다고 치자, 그럼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지?


롤랑?

네가 날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알지만, 안심해, hermano, 이 세상의 누군가는 널 떠날 수 있지만…


롤랑?

하지만 적어도 난, 널 떠날 수 없어. 이건 내 운명이고 네 것이잖아.


롤랑

그럼, hermano,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롤랑

잠시 내 몸을 가져가도 상관없어, 마음대로 해.


롤랑?

너의 몸을 가져가라고? hermano, 혹시 나에 대해 무슨 이상한 오해라도 하고 있는건지?


롤랑?

어쩌면 일부 전자 유령은 특별한 주파수를 통해 구조체의 의식의 바다에 침입하여 자신의 데이터를 투사해 자신의 의식으로 대신할 수 있겠지...


롤랑?

하지만 내게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너와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너'를 마주하는 거야.


롤랑?

난 또 다른 너가 아니야.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만들어진 외부 의식도 아니야. 나는 단지 너의 보다 성실한 그 모습을 뿐이야.


롤랑?

나는 너의 미래에 간섭할 방법이 없어. 나는 단지 네가 무대 위에 올려놓고 마주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알려줄 뿐이니까.


롤랑?

믿거나 말거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모두 거기에 있어.


롤랑

그렇다면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롤랑?

릴랙스 해, hermano, 넌 이미 나를 반박할 준비가 되어 있어.


롤랑?

지금 당장 네 생각대로 해, 네가 행동을 해야 하는 이상, 행동은 나쁜 것이 아니야.


롤랑

...



롤랑은 근처 자갈이 구르며 떨어지는 소리에 시야가 흐트러져 급히 몸을 돌렸다.


라미아가 휴면 중에 네 다리를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 자세를 바꿨을 뿐이었다.



롤랑?

내가 보기엔 너는 그녀에게 이렇게 경계를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


롤랑?

내 기억으로는 너희들이 이전에 이렇게 사이가 나빴던 적이 없었는데 말야.


롤랑

나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방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아, 특히 지금은


롤랑

지금 내 모습을...너도 볼 수 있으니까, hermano.


롤랑은 환영을 향해 오른손을 들었다. 롤랑은 의식의 바다의 명령을 따랐지만, 과거 롤랑에게 익숙한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롤랑?

그래서 뭐? 구차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돼잖아, 그렇지?


롤랑?

아니면 몸이 낯설어지는 것만으로도 구차한 사람이 되기에 충분했던 걸까?


롤랑

구차한게 무슨 잘못이 있겠어? 내가 해야 할 일을 해낼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야.


롤랑

모처럼 얻은 기회인데, 그냥 태워버리는 게 맞나 고민하고 있던 거야.


롤랑?

자신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서 남이 준 것에 오히려 긴장한다라...


롤랑

...그 말이 옳을지도....


롤랑?

틀렸어.


롤랑?

만약 네가 구차하게 굴어야 한다면 처음부터 구차하게 굴어야 했어. 너는 이미 익숙하지 않은 것을 조심할 줄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 일을 하면서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것에 의존할 수 있겠어?


롤랑

...?


롤랑?

그리고 이 목숨이 '자비로운 자'가 준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너'의 것이야.


롤랑?

너의 선택, 너가 맞이할 결과, 너의 영혼은 오로지 너의 것이야.


롤랑?

싸우는 것은 자신의 몫, 죽고자 하는 것도 자신의 몫, 주제넘은 일을 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지.


롤랑?

겉과 속이 다른 지금의 네 모습조차, 네가 지은 죄악이야.


롤랑

보아하니, 확실히 그렇네.


롤랑의 표정이 약간 느슨해지며, 입가에서 가벼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


긴장이 풀린 신경으로 그는 한 바퀴 옆 공간을 훑어보았다. 이것은 어쩌면 과거 나지막한 단층집이었을 것이다.


포탄은 담장 한쪽을 부수고 동남쪽 모서리의 기둥 반쪽을 절단해 꼭대기를 약간 비스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른 부분은 여전히 똑바로 서 있었다. 어쨌든 야생의 동굴에 누워있는 것보다 여기가 더 편안할 것이다.


라미아 역시 몸을 구부리고 고양이처럼 방 한구석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롤랑

좀 더 같이 있어 줄래?


롤랑?

너의 말로는 내가 오고 가는 것을 통제할 수 없어. 다만 내가 오고 가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롤랑?

Hermano.


'형제'라는 단어에, 환영은 어조를 강화하였다.


롤랑

...허, 하기사.


...


롤랑

그래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해...


롤랑?

?


롤랑

라미아의 이 신체구조는 고삐 같은 게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롤랑?

...?


롤랑

날이 밝으면, 우린 다시 출발한다.



이와 함께...


낮게 드리운 밤별이 마치 천막처럼 무겁게 이 세상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폐허의 한 모습은 휴면 중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방금 휴면에 들어갔다.


그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적어도 이 밤에는 폐허 밖의 모든 것은 그들과는 관계가 없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서서히 거니는 검은 그림자, 포복하고 있는 검은 그림자, 검은 그림자들이 캄캄한 지평선 위에 하나둘씩 나타나며 걷고 있었다.


???

시작하겠습니다.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녀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이 밤별 아래에서 말없이 준비되며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