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라미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왜 라미아가 자비로운 자의 진지에 나타났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니, 일단은 이야기해보자.



너의 진짜 목표는 이거였지.


리의 손끝에 반짝이는 순백색의 네모난 덩어리가 나타나는데, 이는 앞서 롤랑에게서 받은 화서의 키였다.


그는 루시아에게 키를 넘긴 뒤 총을 들어 라미아에게 향했다



라미아

흥...이래서 촉이 예민한 놈은 까다롭다니까.


어떻게 화서의 키가 다시 승격자의 손에 들어가게 된 거지?


라미아

승격자...? 풋, 정말 아무것도 모르나 보네. 이래도 정말 괜찮겠어?


무슨 의미지?


라미아

음...더 이상 말하면 책임을 물을 수도 있어. 아무래도 너희보단 그놈이 더 무섭거든.


라미아

아무리 라미아를 경계해도, 라미아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리고 이번에는 절대로 날 못 찾게 될 거야.


마치 시위라도 하듯 사람들에게 혀를 날름거렸고, 라미아는 다시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라미아

(으...만약 이 길이 막혀버리면 그냥 '종점'으로 가서 기다려야 되는 건가)


라미아

(그전에는 되도록이면 그들 앞에 나타나지 말자. 기회는 한 번…단 한번뿐이야…)



그러나 그 후, 격렬한 폭발과 붕괴가 일어났다. 구석에 숨어 있다가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격렬하게 싸우던 공중정원 측으로부터 화서의 키를 빼앗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였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 후 확실히 얻었지만, 라미아는 도망가지 않고 구조물과 함께 이곳에 생매장 당할 궁지에 몰린 상태임을 알게 됐다.



라미아

이익! 여기도!


라미아

결국 이렇게 된 이상...


라미아의 네 다리는 동시에 힘을 내며 메뚜기떼가 솟아오르는 동작처럼 폐허더미 위로 뛰어올랐다.


라미아

끼아악ㅡㅡ!


철골 구조물 하나가 충격으로 닻사슬이 풀려 그네처럼 내동댕이쳤다.


공중에서 몸을 의탁할 곳 없던 라미아는 정면으로 맞고 가로로 날아가 반대편 폐허 속으로 추락했다.



라미아는 이 거대한 힘에 의해 폐허 저편으로 밀려났고, 그 아래에서...


롤랑은 구덩이 바닥에 앉아서, 수송관이 끊어져서 계속 쏟아지는 적조를 보고 있었는데, 그의 곁에는 순백색의 이합 생명체가 누워 있었으며 이미 생명의 징조를 완전히 잃었다.


그는 옆에 떨어진 왼팔을 주워 들고, 옆팔의 가지런한 균열을 향해 손짓을 한 후, 다시 맥없이 내려놓았다.


라미아

...망했어...망했다고...이제...나밖에...


라미아는 이로써 루나를 중심으로 한 이 작은 단체와 함께 파멸을 면치 못하게 됐다.


라미아는 결말이 정해진 이 녀석과 함께 생매장되는 꼴을 당하기 싫었다.


그녀는 살아야 한다, 무엇이 일어나든, 무엇을 해야 한다. 라미아는...살아야 한다.


라미아

젠장...라미아...절대로 여기서 죽을 수 없어...이야야야야야!


그녀는 폐허의 돌출부마다 손발로 짓밟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그리고 또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은 자신이 '생존'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자신이 '그 사람들'과의 관계가 옅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라미아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라미아는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밖의 태양을 보았다.



라미아

('나는 루나 아가씨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롤랑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의 롤랑에게 말한다면…)


라미아

(...안돼! 무서워! 반드시 죽임을 당할 거야!)


라미아

그러니까 취서체가 깨어났을 때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었잖아?


라미아

난 너희를 찾을 수 없었어. 그 이후로도...


롤랑

...


라미아

(속았어? 속은 거야?)


롤랑

...뭐, 내가 거기서 살아난 것도 행운이야. 네가 거기 있다고 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겠지.


라미아

...바, 바로 그거야...


라미아

(세, 세이프....)


롤랑

그 다음에는? 왜 너는 '자비로운 자'의 캠프에 나타났을까?


롤랑

그리고 따라가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말야.


라미아

그건 그...그게 왜 그랬냐면...



그곳을 떠난 후 라미아는 누군가와 거래를 마쳤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다시 황무지를 걸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라미아는 자신이 줄곧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라미아

(...어떻게 된 거야? 이미 여러 번 코스를 바꿨는데 감시당하고 쫓기는 느낌이 들잖아...)


이 점을 의식해 라미아는 다시 한번 이곳에 머물며 숨어지낼 생각을 접고 감시자를 따돌리기 위해 계속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ㅡㅡ


라미아

으악!?


두 발의 탄환이 라미아의 옆구리를 세게 스치고 땅을 치며 모래를 들어올렸고, 총성의 근원지를 추적하여 그녀를 감시하던 사람을 찾아냈는데...


그것은 검은 그림자로, 공중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검은색 거대한 그림자였다.



???

ㅡㅡ네가 받은 '그것'을 내놔.


라미아

...!


라미아

근데 '그것'은 라미아가, 이미 내놨잖아…


???

ㅡㅡ그래?


???

ㅡㅡ그럼...시체에서 가져가도록 하지.


라미아

...???


다짜고짜로 상대방의 거대한 날개에서 무수한 미사일이 날아와 라미아를 덮쳤다.



라미아

그 이후 계속 쫓기면서...몸 붙일 곳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어...


검은 그림자는...자비로운 자의 캠프 근처까지 달려가자 어떤 약속이 있었는지 그 근처를 한참 맴돌다가 스스로 떠나버렸다.


롤랑

...


라미아

그 후에...바로 텐트 안에서 네가 나오는 걸 봤어...


라미아

롤랑 넌 어떻게...자세히 보니 너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네.


롤랑

말하자면...'그녀'에게 구원을 받은 모양이야, 아마도.


라미아

...구원?


롤랑

단지 그녀가 줄곧 제멋대로인 점과 종잡을 수 없는 점을 이용해서 자신을 위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을 뿐이었어.


롤랑

그래도 대행자가 적지 않은 위험을 감수했으니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


롤랑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 이상, '우리'는 루나 아가씨를 다시 찾아야겠지.


라미아

아니...말은 쉽지만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건데...


롤랑

...확실히 그게 바로 큰 문제야.


라미아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롤랑에게 단서가 없나 봐...정말 보기 드문 일이야.)


라미아

(하지만.. 그렇다면..)


라미아

그러니 따로따로 찾아볼까? 이렇게 되면 찾을 가능성도 커지고…


라미아

(롤랑과 잠시 흩어질 수 있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그 틈을 타서 도망칠 수 있을지도…)


롤랑

아니, 오히려 그럴 필요가 없어.


라미아

엑?


롤랑

두 마리 토끼가 브라운 운동을 해봤자 결국은 브라운 운동일 뿐이잖아?


롤랑

너와 나 모두 혼자가 아니라면 그래도 힘을 분산시키지 않는 것이 좋겠어.


롤랑

아니면 혹시...


롤랑이 "혼자서 도망칠 기회를 노리는 거냐"고 말하기도 전에 라미아가 급히 말을 이었다.


라미아

그, 그럼 같이 가자!


롤랑이 의심해도 상관없지만, 지금은 롤랑을 적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운이 좋으면 롤랑과 행동을 하는 도중에도 모리와 다음 거래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카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라미아

한마디로 잠시 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거네.


스스로 어디로 갈지 고민하기보다 주변 사람에게 맡기는 게 나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인 상태에서 라미아는 그런 행보를 걸어왔기 때문에 이 선택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롤랑

...그게 낫겠지.


롤랑

다른 사람은 잃었지만 나머지 패잔병 두 명이 함께 움직인다면 현 시점에서 적어도 손해볼 건 없으니까.


그래서 롤랑도 라미아의 말 속에 담긴 망설임과 반복을 탐구하는 데 급급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지금은 이 밉상때문에 언제든지 희생시킬 수 있는 카드를 서둘러 밀어낼 때가 아니다.


롤랑

말 나온 김에, '자비로운 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너는 왜 그녀와 함께 있었던 거야?


라미아

어?


라미아

나, 나도 몰라...


라미아

다만, 그녀에게서 루나 아가씨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 하지만 비슷한 힘을 느꼈지...


라미아

그러니까...


롤랑

지켜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거지?


라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찍이 쇼메 사건 이후 롤랑은 '자비로운 자'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할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종잡을 수 없는 미소와 제멋대로의 행적처럼 '자비로운 자'의 모든 것은 애매하기만 했다.


그녀는 가족도 동반자도 없이 홀로 대지를 걸어온 것 같다. '대행자'로서 루나 아가씨에게 위협이 되는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


하물며 그녀는 확실히 자신을 구해줬다.


이런 은혜를 베풀고도 보답을 바라지 않고, 남에게 이용당한 것을 알고도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성인 아니면 바보이다.


롤랑의 눈에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고 성인으로 일컬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무슨 목적이었던 걸까?


롤랑

하지만 이런 것들이 지금 당장의 관심사는 아니야.


의도적인 것일 수도 있고, 상대방이 정말 신경 쓰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지금 당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니다.


상대방의 축복 덕분에 겨우 목숨을 건지고 돌아왔다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롤랑

차라리 제자리에서 그냥 쉬자. 날이 밝으면 다시 출발하자고.


라미아

음...



라미아

(계속 캐묻지 않아...그럼 일단은 안전할 것 같은데?)


라미아

(...지금은 한 발짝 내딛을 수밖에 없어, 어디가 안전한지 도저히 모르겠...)


롤랑

라미아?


라미아

으엑!


롤랑

경계하는 일을 맡겨줄게, lassie(아가씨).


라미아

...뭐?


라미아는 막 항변하려고 했지만, 롤랑은 폐허의 벽에 기대어 누워 있었고, 이내 휴면 모드에 들어갔다.


라미아

...으



???

계획대로 진행하지.


???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