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합금 침식
6-1수녀
기계의 신앙은 흔들리지 않거든. 일반 성직자의 신앙보다 더 견고하고 경건하지.
수녀 : .........
리브 : 모델이... 수녀라고요?
리 : 이상한 건 아니라고 봐.
리 : 인간은 황금시대에 들어서면서 과학에 대한 숭배가 최고봉에 달했어.
리 : 더 이상 단순한 전통적인 수단으로는 쇠락해가는 신앙을 막을 수 없다 보니...
리 : 당시 교회에서는 비밀리에 고급 생체공학 로봇들을 작동시켰지. 인간 성직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말이야.
리 : 기계의 신앙은 흔들리지 않거든. 일반 성직자의 신앙보다 더 견고하고 경건하지.
6-2아이
하지만 이렇게 하얗고 통통한 아이가 많은 걸 봤나요?
수녀 : 순서대로! 순서대로 한 명씩 들어가야지. 뛰지 말고!
수녀 : 뛰어 들어가 봤자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야!
병사 : 총 몇 명이지?
수녀 : 성인5명과 아이140명이요.
병사 : 그렇게 많다고?
병사 : 019호 도시는 더 이상 과거처럼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수녀 : 여기까지 얼마나 고생해서 왔는지 아세요!?
병사 : 이 곳에 있는 모두가 그렇다.
수녀 : 하지만 이렇게 하얗고 통통한 아이가 많은 걸 봤나요?
병사 : ........
수녀 : 모두 건강하다는 거죠. 앞으로 도시에 더 많은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거예요.
수녀 : 물론 이 아이들을 건강하게 보살핀건 바로 나... 아니, 저 또한 사람을 돌보는 능력이 뛰어나요.
수녀 : 이렇게 뛰어난 노동력을 지녔으니 도시에는...
병사 : 됐으니까, 들어가!
수녀 : 아아, 정말 감사합니다. 얘들아, 어서 병사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
아이들 : 병사님, 감사합니다!
병사 : ..........
6-3잔혹한 처형
쳇, 망할 할망구...
여자아이 : 오빠, 배고파...
남자아이 : 수녀님...
수녀 : 또 너야? 너희 남매는 다른 아이들보다 2.5배나 더 먹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남자아이 : 동생이 한창 자랄 나이니까요. 잘 먹어야 수녀님처럼 예쁘고 좋은 몸매를 가지게 되죠.
수녀 : 그래, 가져가. 하지만 다음에는 배고파서 죽겠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남자아이 : 쳇, 망할 할망구...
6-4칼날
한 쌍의 칼날 날개가 등 뒤에서 펼쳐지고, 수녀는 곧장 몸을 날려 침식체가 우글거리는 심연으로 들어갔다.
사람들 : 어서 도망쳐!!!
사람들 : 침식체가... 침식체가 공장에서...
수녀 : 울지마!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수녀 : 이미 탈출하려고 엘리베이터에 탔잖아!
남자아이A :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수녀 :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여유 따윈 없어. 자신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남자아이B :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사람들 : 침식체야! 침식체가 견인 장치를 막고 있어!
아이들 : 으악!!!
사람들 : 이대로 가다간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 거야!
남자아이B : 동생이! 동생이 붙잡혔어요!
남자아이B : 수녀님! 제발 제 동생 좀 구해주세요!
수녀 : .........
남자아이B : 제발요...
수녀는 남자아이를 뿌리쳤다.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 다리를 들어 차버리자 침식체는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졌다.
여자아이 : 오빠...
남자아이B :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망할 할망구가 우리를 지켜줄 테니까.
수녀 : 세상은 만만하지 않아. 앞으로 네 동생을 지킬 수 있는 건 너뿐이라는 걸 잊지 마.
남자아이B : 네?
수녀가 자신이 쓰고 있던 스카프를 벗은 후 방해되는 치마를 찢어내자 피부밑의 기계 구조가 드러났다.
한 쌍의 칼날 날개가 등 뒤에서 펼쳐지고, 그녀는 곧장 몸을 날려 침식체가 우글거리는 심연으로 들어갔다.
6-5격류의 위로
어짜피 돌아갈 수도 없으니, 이 힘을 잘 가지고 놀아봐야겠어.
수녀 : 퍼니싱...
수녀 : 지금까지 내가 피해 온 것이 이거라니...
수녀 : 지금보니 별 거 아니네.
수녀 : 어짜피 돌아갈 생각도 없으니, 이 힘을 잘 가지고 놀아봐야겠어.
침식체 : 삐--
6-6끝
기계로서의 삶과, 신과 인간을 섬긴 삶... 나름대로 의의가 있었곘지?
수녀 :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
수녀 : 하지만...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어...
수녀가 칼날 날개를 자신을 향해 겨누었지만, 또 곧바로 다시 거둬버렸다.
수녀 : 역시... 그런 용기는 없네...
수녀 : 정말 허무하네...
수녀 : 기계로서의 삶과, 신과 인간을 섬긴 삶... 나름대로 의의가 있었겠지?
수녀 : 아, 맞다...
수녀 : 전에 교회의 지하 피난소에서 그 두 녀석을 만났었지...
수녀 : 군인에게 끌려간 후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
수녀 : 그 애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은 어떻게 됐을지...
수녀 : 그래도 그 두 녀석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 같긴 해...
수녀가 누군지 궁금하다면 루시아 홍련 외전을 읽어보셈
이 일러에 작게 그려진 여자가 이번편의 수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