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아 기억나?"

"우리 같이 시나리오 깨던 날."

공단의 병실.
침대에 누워 잠들어있는 너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땐..참 지옥같았는데."

"지금이 더 지옥같네."

들을리 없지만 너가 나에게 해줬던것처럼.
계속해서 이야기 해줬다.

"너가 준 레몬 사탕이 참 먹고싶더라."

곤히 잠들어있는 너가
당장이라도 일어날꺼 처럼 누워있다.

나는 한수영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원래 같았으면 뭐하는 짓이냐며
소리지를 상황이었지만.
소리는 커녕 조용했다.

"뭐라고 좀 해봐.."

오늘따라 너의 목소리가 듣고싶다.
욕을 하든.
아니면 혼잣말을 하든.
어떤 식이어도 좋으니 너의 한마디라도 듣고싶다.

"...언제든 기다릴게..일어나기만 해줘."

나는 손을 놓고
한수영의 손에 레몬 사탕을 쥐여줬다.

"먼저 일어나면 먹고있어."

그 말을 하고 병실을 나왔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다.
한수영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며

한땐 너가 날 기다려줬던 것처럼
나 또한 너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해주고있다.

"제발..내일은 너가 일어나있기를.."

의미없는 기도를 받아줄 존재는 없다.

...다음날이 되었다.
가장 먼저 일어나 병실로 향했다.
아침을 먹지 않은지는 꽤 되었다.

"..아직 안 먹었구나."

한수영의 손에 있는 레몬 사탕을 잡고 옆 책상에 올려두었다.
 옆에 있는 책상엔 레몬 사탕이 쌓여있었다.

"..이게 몇개냐.."

나는 쌓여있는 레몬 사탕을 바라보았다.

"...저 사탕을 너가 먹어줘야하는데.."

한수영은 여전히 자고있었다.
은은하게 나던 레몬 향은
점점 향을 잃어갔다.

"...평소에도 보고싶은데..더 보고싶네.."

잠이 덜 깬건지..감정이 솟구쳤다.
힘없이 떨어진 눈물은 이불에 스며들었다.

"수영아..어서 일어나서 글 좀 써줘."

"3000편이든 10000편이든 읽어줄게."

"..제발 일어나줘."

한수영의 손을 붙잡은 채 염원을 토해냈다.

[전용 스킬,'꿈 장악력'을 사용합니다.]

[..해당 인물에겐 사용이 불가합니다.]

왜..안되는건데.
신이라며..왜 이렇게 무능한건데.

억울했다.
능력이 이정도 밖에 안되서 억울한게 아니었다.
그저 너를 구하지 못한다는게 억울했다.

"수영아..내가 미안해.."

"..내가..너를 구하지 못해 미안해.."

['가장 오래된 꿈'이 울분을 토해냅니다.]

[성좌,'심연의 흑염룡'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성좌,'악마같은 불의 심판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성좌,'가장 어두운 봄의 여왕'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바라보지마.
더욱 비참해지니깐..제발.

[성좌,'가장 오래된 해방자'가 당신을 위로합니다.]

간접 메시지의 위로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애써 울음을 참으려 했으나..맘처럼 되지 않았다.

"...항상 기다리고 있을게..내가 널 구할수 있을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따라 보고싶으나..얼굴을 보기 힘들다.

병실에서 나온 나는 땅만 바라본 채 걷고 있었다.

"한수영에게 다녀오는건가?"

앞을 보니 유중혁이었다.
팔짱을 낀 채 나를 보고있었다.

"...어."

"아침은 먹은건가?"

"...아니."

"어서 챙겨먹어라 몸이 나빠지면 안된다."

"..그래."

나는 힘 없이 밖에 편의점으로 갔다.
삼각김밥을 한개 샀다.

근처 공원에 가 삼각김밥을 먹었다.

우물..우물.

턱의 움직임이 느렸다.
온 몸이 무기력하다.

그 순간 누군가 옆에 앉았다.

"오늘도 삼각김밥으로 떼우시려구요?"

유상아의 목소리였다.
나를 본 채 씁쓸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예 오늘따라 배가 안 고프네요."

"어제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랬었나.."

유상아는 잠시 하늘을 바라본 채 말했다.

"..수영 씨..아직도 기다리세요?"

"..예."

유상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군요."

다른 사람들도 안 기다린게 아니었다.
다만 모두 지쳐 떠나갈때
나 혼자 남아 계속 한수영을 지켜봤다.
'멸살법'때처럼.

"독자 씨는..안 힘드세요?"

"..힘듭니다, 정신적으로."

유상아는 내 손등 위에 본인의 손을 올렸다.

"...너무 힘들어하지마세요."

"독자 씨 쓰러지실까봐 무서워요."

유상아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위로는 항상 받아왔다.

기다리느라 고생많다..
안 힘드냐..

안 들어본 위로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래도..기다려야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떨어지는 눈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영이가 일어날때..아무도 없으면 외롭지 않겠습니까.."

나는 알고있다.
내가 깨어났을때 모두가 날 기다려줬던걸.
그때의 감정을..한수영에게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고싶다.

"...다른 분들은 일이 있어 못 기다리지만..저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제가 기다려줘야죠."

한수영은..내 동료이기에
나름의 책임감이다.

또한 한수영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했으니.
나름의 죄책감이었다.

유상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유상아는 애써 웃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몸 걱정은 하면서 기다려주세요."

나 또한 애써 웃어주며 대답해주었다.

"상아 씨도 몸 조심하세요."

유상아가 멀어지고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한입 남은 삼각김밥을 입에 넣고
다시 병실로 향했다.

드르륵..
마음을..정리해서일까.
그동안 보지않았던 병실이 눈에 띄었다.

1인실이라기엔 너무 넓었다.
그리고 벽쪽엔 책장이 보였다.

터벅..터벅..

조심히 다가가 책들을 살폈다.
그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

한수영이 쓰러지기 직전까지 썼던 책이었다.

나는 무언가의 홀린듯 첫장을 폈다.

마지막 화였던 그 책은
내가 이미 알고있는 내용이었다.
이미 보았던 글자들을 다시 읽었다.
역시 놓쳤던 문장들이 많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날은 어두워져있고.
두꺼웠던 남은 장들이 얼마 남지않았다.

한수영의 손길이 닿아있는 이 책이
결말에 도달했다.

[이것은, 단 한사람의 독자를 위한 이야기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입은 웃고있지만...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나를 위한 이야기가..많은 사람들이 읽고있네."

"...일어나..이제 많이 기다렸어.."

한수영은 그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대단했다.
단 한시라도 버티는게 죽도록 힘든데..

그때

한수영의 검지가 움찔거렸다.

"...! 한수영?"

[거대 설화,'전지적 독자 시점'이 힘을 되찾습니다.]
[설화,'예상표절'이 힘을 되찾습니다.]

한수영의 중요 설화들이 힘을 되찾았다.
한수영의 몸에선 이제 설화가 느껴졌다.

"한수영!"

놀란 나는 큰 소리로 한수영을 불렀다.

[설화 파편,'레몬맛 사탕의 추억'이 당신을 인지합니다.]

이윽고 한수영의 얼굴이 움찔거렸다.

"...김..독자..?"

"응..나야..수영아."

"...시간이..얼마나 흐른거야?"

"..별로 안지났어, 1년."

1년.
생각보다 적은 시간이었지만.
10년 만큼 괴로웠던 시간이었다.

"...날 기다려준거야..?"

날 보며 작게 웃어주는 한수영이..괜히 예뻐보였다.

"응..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기다렸어."

"..그때 너가 이런 느낌이었구나.."

한수영은 눈을 감고 무언갈 상상하는거 같았다.

"누군가 기다려준다는게..참 좋은거 같아."

한수영은 계속 웃었다.

"...나도..널 기다릴수 있어서 참 좋았어."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말할수 있었다.

"..널 기다리는 그 순간이 참 지옥같았지만.."

"너가 깨어나니..그것마저 달게 느껴지네.."

쓴맛을 느끼니 단맛이 더욱 달게 느껴졌다.

나는 한수영의 손을 항상 잡아주었던 것처럼 붙잡았다.

"..."

나는 한수영을 향해 웃어주었다.

"어서와 수영아, 고생했어."

한수영은 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내가 붙잡던 손을 더욱 세게 잡곤 말했다.

"다녀왔어 독자야..기다리느라 고생했어.."

나는 한수영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한수영에게 다가가 품에 안았다.

그렇게 우린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그저 온기를 느끼며 이 상황을 만끽하고있었다.

['가장 오래된 꿈'이 자신의 염원을 이룹니다.]

[성좌,'악마같은 불의 심판자'가 당신을 축하해줍니다.]
[성좌,'심연의 흑염룡'이 이 상황을 보며 해맑게 웃습니다.]
[성좌,'가장 오래된 해방자'가 막내의 행복을 응원합니다.]
[성좌,'가장 어두운 봄의 여왕'이 당신의 배필을 보며 좋아합니다.]
[대다수의 성좌들이 당신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수 많은 간접메시지들이 쏟아졌다.
이미 어두워질대로 어두워진 밤 하늘이
별들의 의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기다리길 참 잘한거같아."

밤 하늘을 보며 말하는
나를 한수영이 올려다 보았다.

"...그러게."

그 말을 하고 한수영은 다시 내 품에 안겼다.
그런 한수영을 본 나는 그동안 하고싶었던 말을 떠올렸다.

"수영아.."

"응."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에 한수영이 움찔거렸다.

"...나도..사랑해."

부끄러운듯 목소리가 낮아져있었다.
나는 한수영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거 고백으로 받아도 되지?"

"...이미 사귀는거 아니었어?"

정식으로 고백한 적은 없었으니 사귄다곤 할수없었다.

"...뭐 어때 한번 더 사랑한다고 치자."

내 말에 한수영이 웃었다.

"맞는 말이네.."

한수영은 몸을 일으켜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왜 그래..?"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한수영.
무언가 할 생각인듯 했다.

"..그냥..키스해도 되지?"

어처구니 없는 요구였다.
그렇기에 더욱 끌렸다.

"그럼."

내가 허락을 하자마자 한수영의 입이 닿았다.
입속에서 뒤엉키며 서로의 채액이 섞였다.

서로의 숨결이 입안을 맴돌다 빠져나갔다.

"하아..하아.."

숨이 차 나를 밀어낸 한수영이 물었다.

"뭐야..왜 이렇게 잘해?"

"..몰라..처음인데.."

''키스 잘하게 해주는 스킬이라도 가지고있어?"

한수영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런게 있을리 없잖아ㅋㅋ"

"아..그런가."

그렇게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만 잘까..?"

내가 묻자 한수영이 바로 대답했다.

"ㄱ..그래!"

한수영은 침대에 누웠다.

나는 의자에 앉아 한수영을 바라보았다.

"뭐야..? 너는 안자?"

"..나는 너 자는거 보고 갈게."

한수영은 무언가 고민을 하다 말했다.

"그냥 여기서 같이 자자!"

한수영은 귀가 붉어진 채 나를 끌어당겼다.

"...!"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는 침대에 눕혀졌다.
한수영은 그러거나 말거나 내 품을 파고 들어왔다.
나는 내 팔을 내주었다.

"...따듯하다.."

한수영은 혼잣말을 하곤 조금있다 새근새근 잠들었다.

나는 한수영의 옆머리를 넘겨주었다.


'예쁘네..'

오늘은..걱정이 사라져서인지 잠이 빠르게 왔다.

'이러고 자면 다른 분들이 오해하는데...'

생각은 했지만 잠에 빠지는 바람에 움직이지 못했다.

'..몰라..내일가서 해명하지 뭐..'

[새로운 설화가 발아합니다!]

[설화,'서로를 위한 기다림'이 조용히 웃습니다.]

*****
음..김독자가 기다리는건 뭔가 맛없다.
역시 한수영이 기다리는게 맛있는 거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