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카페.
외국에서 들어온 유명한 카페인데, 요 근래 우리 집 앞에도
생겨서 내 여자친구와 나는 이곳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수영이는 언제오려나.'
언제나처럼 여자친구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평소처럼
라떼를 먹으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메리카노는
너무 쓰더라고.
-깨톡
명량한 알림소리. 식탁에 뒤집어져 있던 핸드폰을
확인하니 수영이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요 앞에 사고나서 조금 늦어.
용건만 간단히 한 그 내용에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차피 기다리는거, 조금 더 기다려도 되겠지.
할 것도 없으니 핸드폰을 든 김에 오랜만에 밀린
소설이나 봐야겠다고 생각한 난 초록색 바탕의 소설
사이트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소설을 보기는 커녕 주변의 웅성거림에
의문을 품으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봐야 했다.
-저 사람 좀 봐봐.
-와, 모델인가.
-배우일 수도.
수근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지나 카운터를 보니
왠만한 잘생긴 아이돌도 뺨을 때릴 수 있을 것 같은
개연성 충만한 외모의 소유자가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주목이 쏠린 걸 모르는건지 무시하는건지 남자는
조용히 구석의 자리로 가 착석했다. 웅성거림은 파도처럼
퍼져나갔지만 남자는 여전히 개의치 않았다.
마치 그 남자의 공간만 따로 분리된 것처럼 고요하고,
독립된 다른 곳처럼 보였다. 그저 그가 그곳에 있는 것
만으로도 말이다.
'잘생기긴 했네.'
사람들의 이목이 모여든 것이 이해될 정도의 미모였다.
너무 찬란한 잘생김이라서 범접할 수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눈치만 보다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남성의 얼굴을
구경하던 사람들의 시선도 점차 수그러들 때 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 여성이 남성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다른 곳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도 못 하게끔 일직선으로.
확실히 말해 여성은 예쁜 축에 속했다. 옅은 화장에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옷을 입고는 마치 모델처럼
당당한 발걸음으로 남성에게 향했다.
조금 퍼졌던 주목은 다시금 모이기 시작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이런 드라마에서나 볼 것 같은 상황이
그리 흔하지는 않으니까.
-탁.
남성의 맞은편 자리에 앉은 여성은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었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무례해 보이겠지만 그
사람이 하는 행동에는 도도함과 기품만이 묻어나오는 듯
했다.
그런 일련의 행동을 모두 물끄러미 쳐다보던 남성은
끝내 입을 열었다.
"날 아나?"
"아니요."
거만하게 웃음을 흘린 여성은 말했다.
"제가 그쪽한테 관심이 좀 생겨서요."
'와, 미친.'
모두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 희귀한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있었으니까.
다시 조용해진 자리에서 남성은 아무 말 없이 왼손으로
커피를 들어올렸다. 이상한 일이였다. 나만 눈치챈 건지는
모르겠지만 남성은 줄곧 오른손으로 커피를 마셨었으니까.
하지만 금방 그 이유는 드러났다.
"......"
'반지?'
반짝거리는 반지가 남성의 왼손 약지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자신이 있는 한 다른 여성은 다가올 수 없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은 그렇게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여성은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마치 뮤지컬을 보러
온 관객처럼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이 이야기의 마지막을
기다렸다.
영원 같은 침묵이 지나고 드디어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남성의 마지막 한마디가 떨어졌다.
"관심으로 끝내라."
그 말을 끝으로 여성은 붉게 물든 얼굴과 함께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떠나면서 한 편의 드라마가
이야기의 결을 맞이했다.
"중혁씨~"
"왔나. 이설화."
"정말, 그 말투좀 어떻게 해봐요!"
"미안하군. 아직 배역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서."
그 남성의 이름은 중혁인 듯 했다. 왼손 약지에 반지의
주인인 것 같은 이설화라는 여성이 중혁이라는 남성을
데리고 나가며 사건은 일단락 되는듯 했다.
'선남선녀네.'
물론 이설화라는 여성분도 장난아니게 예쁘셨다.
"김독자~"
재미있는 시츄에이션도 감상하고 마침 내 여자친구도
들어왔으니 이제 카페를 떠나려는 순간, 머리에서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되었다.
"날 아나?"
이야기의 끝을 보았던 사람들이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자 우리 쪽을 돌아본다. 이번에는 중혁이라는
잘생긴 남자 배역은 없었지만 사람들에게는 이것 또한
흥미로울테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드라마가 아닌 코믹 장르였다.
"뭐래. 가서 레모네이드나 가져와. 더워 죽겠네."
"넵."
주문을 하러 호다닥 달려가는 내 등 뒤로는 박장대소를
하는 사람들과 연유를 모르는 내 여자친구만이 남았다.
결혼한 지금까지도 내 여자친구에게는 어떤 일인지
설명하지 않았다는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