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지하철에 남아있었다.
앞을 걸어가던 한수영이 나를 돌아봤다.
"야, 김독자. 내릴거지?"
[화신, '한수영'이 거짓간파...]
"당연하지."
['거짓간파'가 '김독자'의 말이 '진실'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지하철에서 내렸다.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유중혁은 무언가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잠깐."
유중혁이 다시 지하철 안을 향했다. 무언가 두고 온 물건이 생각난 것 마냥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했다.
한수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유중혁, 왜그래?"
한수영의 물음에도 유중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객실을 훑어보았다. 어느새 그의 왼쪽 눈은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김독자. 내가 모를 줄 알았나?"
"뭐? 그게 무슨 개소리야?"
한수영이 몸을 움직여 다시 지하철에 탑승했다.
멀리서 먼저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계속 오지 않으니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셋을 셀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정말로 죽여버리겠다."
유중혁은 지하철 한쪽 구석을 바라보며 검을 겨누었다. 놀란 한수영이 [예상 표절]을 발동했다.
그러자 곧
"하...김독자 이 미친새끼..."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머리를 헝클었다. 그러자 성큼성큼 걸어가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한수영의 손엔 무언가 붙들려 있었다.
"야, 한수영! 왜 이렇게 안와!"
"독자형! 우리 빨리 공단으로 돌아가요!"
멀리서 그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에도 한수영은 투명한 무언가를 억지로 붙들고 끌고 나왔다. 그리고 내 앞에 그걸 던졌다.
"김독자, 지금 당장 뒤지고 싶지 않으면 전부다 빠짐없이 설명해야 할거야."
유중혁은 지하철의 철문을 지키고 섰으며 한수영은 나를 쏘아보았다. 결국
"이런...들켜버렸네..."
투명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김독자였다. 김독자는 2명이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독자씨!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독자씨가 왜 두명인거죠? 이 인간이 설마 또..."
사람들이 다가오며 김독자를 둘러쌌다.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건 바닥에 누운채 곤란한 미소를 짓는 김독자와 당황한 표정의 김독자였다.
"이렇게 되면 안되는데..."
김독자의 중얼거림을 듣자 그들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동시에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건 분명...
"아저씨...설마...아니죠?"
"형...같이 PC방 가기로 했잖아요."
분명 김독자가 목숨을 걸었을 때 느껴지는 불안함이었다.
바닥에 엎드려있던 김독자는 곧 다른 김독자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둘은 처음부터 하나 였던 것처럼 합쳐졌다.
김독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 이 세계는 가장 오래된 꿈이 꾸는 세계입니다. 그런데 그 꿈은 은밀한 모략가와 그 일행들이 데리고 떠났죠. 그럼 이 세계는 어떻게 될까요?"
"설마...."
"아무도 바라지 않는, 꿈꾸지 않는 세계는 어떻게 될까요?"
한수영의 머릿속에 벼락이 친 것 같았다.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다들 김독자 붙잡아! 이 새끼 가장 오래된 꿈이 되려는 거야!"
한수영의 말에 유상아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를 붙잡았다. 유상아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여러분. 이건 어쩔 수가 없어요. 제가 꿈이 되지 않으면 이 세상은 소멸할 겁니다. 전 그걸 두고 볼 수 없어요."
"씨발 개소리 하지마! 네가 왜 그 지랄을 해야하는데! 대체 왜!"
"이 세상을 사랑하니까. 이곳에 모인 모두를 사랑하니까."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분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하늘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독자씨! 죽어도 같이 죽는 겁니다!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에요! 제발! 가지 마!"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그러나 김독자의 몸을 놓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김독자는 제 4의벽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기절한 이설화, 공필두 그리고 안나 크로프트 였다.
"야! 하지마! 안돼!"
한수영은 김독자의 결심을 눈치챘는지 얼굴이 희게 질린채 울부짖었다. 김독자는 유상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상아 씨."
"독자 씨는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유상아는 어째선지 침착했다. 마치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그러자 유상아의 손에서 실이 뻗어져 나왔다.
ㅡ촤라라락
수백갈래의 실타래가 순식간에 일행들의 손발을 묵었다. 유중혁은 검을 빼들고 실타래를 베어낸 채 유상아에게 겨누었다.
"야, 유상아! 이거 뭐야! 당장 풀어! 풀라고!"
"상아씨! 이거 대체 뭐에요! 왜 이러는건데요!"
"이거 풀어주십시오!"
"유상아...너는...김독자의 계획을 알고 있었군."
유중혁은 침착하게 검을 겨누었다. 유상아는 그런 그들을 차게 바라보았다.
어느새 석존의 권능까지 써가며 그들을 막기 시작했다. 그 유중혁마저 시공간 간섭에 움직이기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당황한 그들이 뒤늦게 설화의 격으로 포박을 해제하려 했지만, 김독자와 유상아의 거대한 의지가 그들을 압도했다.
유상아는 어느새 지하철에 올라탄 김독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상아씨. 괜히 저 때문에..."
"......전 후회하지 않아요."
"......"
"약속 하나만 해주시겠어요? 꼭 다시 만나기로."
김독자가 입을 열려던 찰나, 지하철의 문이 닫혔다. 하지만 유리 넘어로 보이는 김독자의 입모양은 확실하게 보였다.
'물론입니다. 반드시 다시 만날겁니다.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기다릴게요."
김독자도 유상아의 입모양을 알아본건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하철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늘은 붕괴를 멈추었다.
빌어먹게도 맑은 하늘이었다.
유상아는 열차의 꼬리부분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작은 점이 되어도, 보이지 않아도, 그가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듯 바라보았다.
"......몇천년이라도. 그러니까 반드시 돌아와요."
유상아는 그 말과 함께 스킬을 해제했다.
뒤를 돌아보니 무너진 얼굴을 한 그들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었다. 유중혁은 지하철이 사라진 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수영은 천천히 일어나 유상아에게로 걸어갔다.
"대체...무슨 생각으로 그런거야! 너도 알잖아! 김독자가 꿈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네. 알아요. 우리 모두가 살 수 있죠."
"살아? 개소리 하지마......지랄하지 말라고."
"한수영......독자씨가 이 세상이 사라지는 걸 가만히 보고 계셨을 거라 생각해? 그 누구보다 이 세상을 사랑한 그 사람의 결심이야. 그 사람의 결심을 그런 저급한 언어로 더럽히지 마."
유상아는 자신의 멱살을 잡을 한수영에게 차갑게 말했다. 한수영의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그럼...너는...왜 울고 있는건데?"
유상아는 흠칫놀라 자신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축축한 무언가가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말해! 너도 바라지 않았잖아! 다 같이 큰집에서 살고 싶다며! 너는 다 알았지? 마지막에 김독자가 또 그런짓을 할거라는 거...그럼 막았어야지...한번만 더 생각해보라 했었어야지..."
한수영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몇십분이 지나도록 일어나지 못했다. 아이들은 이미 이성을 잃은 것만 같았다. 정희원은 당장에라도 검을 뽑을 기세였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런 그때
ㅡ끼이이익
다시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지하철에서 내린 건 김독자였다.
아니 가장 오래된 꿈과 닮았다고 해야할 정도로 어려져 있었다.
모두가 당황하던 찰나 어린 김독자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에요. 여러분. 제가 너무 늦은 건 아니죠?"
다음에 계속
ㅡㅡㅡㅡㅡ
다음편에서 독자가 어떻게 돌아온건지 밝힐 거임
오늘 저녁쯤에 올라갈 듯
항상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마워
만약 독자가 들켜서 51이아닌 온전한 100%인 상태로 가오꿈이 되었으면 어땠을까...하며 쓴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