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자니까?"
"공부해야한다."
"공부같은 소리하네."
김독자는 앞에 있는 유중혁을 오늘도 괴롭힌다.
아니 괴롭힌다고 하기엔 둘다 그러려니하는 것 같기에 건든다 라고 표현해야 하려나.
유중혁이 뒷자리에서 본인을 콕콕 찌르는 김독자 쪽으로 뒤돌아 째려보았다.
그러자 김독자가 눈높이를 맞춘다.
남들이 보면 사랑을 표현한다고 오해할 법한 이 행동, 이게 이 둘의 기싸움이다.
"…젠장."
김독자가 이긴 듯 하다.
김독자가 즐거운듯 몸을 의자에 기댔다.
그리고는 본인의 허릿춤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아 포니테일처럼 만들고 물었다.
"야야, 나 묶는게 낫냐, 푸는게 낫냐?"
유중혁이 귀찮은듯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앞을 보며 말했다.
"둘다 거기서 거기군."
"둘다 예쁘단거지?"
"알아서 생각해라."
솔직히 김독자는 미녀다.
큼지막한 눈에 길고 짙은 속눈썹이 그 눈을 감싸고 있다.
거기에 오똑한 코, 태양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해도 믿을만큼 하얀 피부.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조차 학교에서 가장 예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에 화장도 잘 받는다.
거기에 170cm 가까이 되는 키에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몸이다.
어울리는 유중혁도 만만치는 않다.
타 여학생의 말을 빌리자면 "조각같은 얼굴에 신이 내린 듯한 몸"이라고 한다.
웬만한 아이돌보다 멋들어지고 멋진 외모에 게임만 하고 산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붙은 근육, 180대인 키.
이런 둘이 붙어다니기에 그 누구도 이 둘에게 도전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이 둘이 사귄다는 말도 돌았었다.
"그래서, 뭘 살건데 날 데려가지?"
김독자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옷이랑 책이랑 반찬거리. 짐꾼으로 데려가는거야."
그러자 유중혁이 등받이에 팔을 대고 김독자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였다.
"7시까지는 끝내라."
*
"이거랑 이거중 뭐가 예뻐?"
"뭐가 다른거지?"
김독자가 손등에 틴트 두개를 바르고 유중혁에게 물었다.
유중혁은 그게 뭔 차이인지 몰랐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냥 둘다 똑같은 색 같았다.
답을 들은 김독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저 두 틴트를 노려보다가 둘다 계산대로 들고갔다.
유중혁은 생각했다.
저럴거면 왜 물어본걸까 하고.
*
"야야, 이거 예쁘지?"
하얀색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냥 자주 볼 수 있는 옷차림이였다. 중요한건 옷이 아니였다. 입은 사람이 김독자라는게 중요했다.
"음, 예쁘군."
김독자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 누나가 좀 예쁘긴 하지!"
"아니아니, 너 말고 옷."
"빈말로라도 예쁘다 해주면 안 되냐!"
김독자가 유중혁의 어께를 퍽퍽하고 때렸다.
그가 집에 가서 발견한거지만 어께에 불그스름한 멍이 들었다.
*
"밥 먹고 가자!"
그가 스마트폰 시계를 보았다.
벌써 6시다.
지금이라도 집에 가야 7시에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아까 산 옷을 입은 그녀를 유중혁이 조용히 보았다.
지금이라도 출발한다면 나는 겨우 모은 사람들을 붙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김독자를 혼자 두게 된다.
그렇다고 그녀와 함께 있으면 모은 사람들을 붙잡을 수 없다.
가만히 서 있는 그를 김독자가 보고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그녀의 똘망똘망한 눈빛을 보고 유중혁은 결단했다.
그가 들고 있던 기기의 전원을 껐다.
그리고 본인 앞에 있는 김독자에게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난 비싼걸 먹는단걸 명심하도록 해."
"뭐? 잠시만, 너 지금 그 표정 그대로 있어!"
유중혁이 웃는건 좀처럼 보기 어렵다. 심지어는 그의 웃는 얼굴을 돈주고 사는 여학생도 있는 수준이다.
그가 올라갔던 입꼬리를 일부러 내렸다.
"야! 다시 웃어!"
"싫다."
표정은 웃지 않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확실히 웃고 있는 그였다.
*
"젠장, 겨우 모은 내 피 같은 용돈들을…"
"사진을 찍혀줬으니 당연한 요구였다고 생각하는데?"
"쪼잔하네!"
여러 잡담을 하다보니 어느 새 김독자의 집 앞에 도착했다.
"그럼 갈게."
"잘가!"
김독자가 유중혁의 뒷모습이 멀어질동안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침대에 풀썩 몸을 던졌다.
침대의 탄력이 그 충격을 흡수했다.
그리고 손을 더듬으며 스마트폰을 잡고 아까 찍은 유중혁의 웃는 모습을 한참 보다가 중얼거렸다.
"맨날 이렇게 웃으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