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화 https://arca.live/b/reader/23680383



 깜깜하다. 그 어떤 형체조차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어둠. 단 한줄기의 빛도 허락되지 않는 어둠. 그 어둠 속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있다.

 조금의 움직임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며 내 전신을 옥죄여오는 까쓸까슬한 촉감의 밧줄. 그것이 닿은 부분이 빨갛게 변했을 것이란 사실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들 나한테 화가 많이 났었구나......"



 나는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일행들이 이해할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내가 그들을 떠났다는 것을 깨달은 며칠 동안만 나를 원망할 것이고, 그 이후에는 분명 나의 다짐을, 나의 결심을, 나의 행동을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끼이익...



 오늘도 끔찍한 소리를 내뱉으며 열리는 문. 그런 문 뒤로 펼쳐지는 갑작스런 빛에 나는 눈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또각또각...



 앞을 볼 수 없는 나의 상태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런 말도 없이 다가오는 하나의 발자국 소리. 

 그 소리가 멈춤과 동시에 나의 눈에는 안대가 씌어졌다. 이제야 조금씩 앞이 보이기 시작했었는데......

 


 "희원 씨? 희원 씨 맞습니까?"



 나의 애처로운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던 그 자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나의 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버려진 것만 같은 느낌, 어땠어요?"

 "......"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느껴지지만, 그 어떤 외침에도 답변은 돌아오지 않는......"

 "......"

 "우리 모두가 그런 기분이었어요."

 "......"



 내가 지하철에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감정. 허나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이었고, 그들에게는 선택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에게 답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독자 씨가 돌아왔을 때, 엄청 기뻤었어요. 하지만 이내 곧 독자 씨가 언제 또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덥쳐왔고, 다시 불안해지더라고요."

 "미안합니다......"

 "그래도 이젠 괜찮아요."



 그녀의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나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어진 그녀의 말에 무참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이제 당신을 믿지 않을거니까. 당신을 이 곳에서 풀어주지 않을거니까.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당신의 감정 따위 신경쓰지 않을 거니까."

 "......"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른 생각이더라고요. 한 번만 더 믿어보자느니, 아무리 그래도 평생을 지하에 가두는 건 너무하지 않냐느니......"



 그렇게 말한 그녀는 천천히 내 몸을 압박하던 밧줄을 풀어주었고, 나는 나의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를 벗었다.

 내 눈 앞에 놓인 정희원의 얼굴은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기쁨 또한 뒤섞인, 그 누구도 표현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얼굴이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에요. 진짜 한 번만 더 그래봐......"



 정희원의 얼굴은 점차 눈물로 뒤덮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가 맘편히 울 수 있도록 나의 품에 그녀를 묻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절대로 희원 씨 얼굴에 눈물 맺히게 할 일 없으니까요."

 "......"

 "내가 다 미안해요."



 정희원은 내 품에 안긴 채 오랫동안 눈물을 쏟아냈다.



 "사랑해요 독자 씨......"

 "저도요 희원 씨."



 나는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로 사랑 고백을 하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영원히, 언제까지나 희원 씨 옆에 남아있을게요."



*



 한수영과 유상아는 손을 잡고 올라오는 나와 정희원을 보고 말했다.



 "뭐야, 너 다시는 김독자 안믿는다면서."

 "그러게요 희원씨."

 "하하..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야, 김독자. 너 여친 생겼다고 우리 등한시하면 뒈진다."

 "긴고아 조여버릴 거에요."

 "그럴 일 없을테니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쓸쓸함이 묻어있는 표정의 한수영과 유상아. 나는 그런 그녀들을 뒤로 한 채, 정희원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



 "그런데 독자 씨는 언제부터 제가 좋았어요?"

 "처음 만났을 때 부터요."

 "......"



 나의 대답에 얼굴이 빨개진 정희원을 보며 난 물었다.



 "그럼 희원 씨는요?"

 "독자 씨가 저희 버리고 떠났을 때요. 처음에는 몇 달, 두번째는 3년, 마지막은 몇십년...... 그 동안에 내가 독자 씨를 많이 좋아한다 걸 서서히 알게 됐어요."

 "음...... 그럼 잘 떠났던건가?"

 


 나는 나를 째려보는 정희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장난이에요, 장난."

 "진짜죠?"

 "당연하죠."




 얀데레로 쓸까하다가 내가 우울해질거 같아서 노선 변경함. 덕분에 개연성이 좀 안맞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