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며 열리는 문. 활짝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볕과 바람, 그리고 흩날리는 수정 원고들... 그 모든 것들 사이에 우리가 좋아했던, 그렇기에 원망했던 한 인물이 서있었다.
"......김독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우리는 한수영의 말 한마디에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아저씨!"
"......독자 형!"
"......우어어어 독자 씨이이이"
"......독자 씨?"
"......김독자."
"다들 오랜만이에요."
수십 년 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에 우리는 모두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
수십 년만에 보는 그리운 얼굴들. 수십 년만에 듣는 그들의 목소리. 그들의 눈물... 나는 문득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아무 말없이 떠났어서 죄송합니다."
"아저씨 보고 싶었다구요.."
"형, 다시는 어디 갈 생각하지마!"
"......"
내게 안기는 아이들과 묵묵히 눈물만 닦고있는 일행들. 그 사이로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나를 바라보던 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정희원은 내게 받은 상처가 많았었는지 인상을 쓰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하...... 저 인간 가두는데 이의 있는 사람?"
"......"
그들도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중혁 씨"
퍽
그녀가 유중혁의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나는 앞으로 넘어졌다.
*
유독 차갑게 느껴지는 바닥의 온도에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정신을 차린 채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 나는 이 곳이 어디인지 알아차렸다. 김독자 컴퍼니 건물의 최하단층. 과거 창고로 사용됐던 그 방이 지금은 나를 가두는데 사용되고 있었다.
"그래도 예전엔 최상단층 이었는데..."
과거 1863회차의 세계선에서 돌아왔을 때는 최상단층 스위트룸에 가둬졌던 것을 생각하며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일어났어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그 문에서 걸어나온 것는 음식을 든 정희원이었다.
"......미안합니다 희원씨."
"사과는 필요없어요. 당신의 사과에 마음이 흔들려 뒤돌아보면 당신은 항상 거기에 없었으니까."
"......"
맞는 말이다. 나는 항상 사과는 했지만 정작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땐 그 곳에 없었으니까.. 맞는 말이기에 더욱 아프게 와닿았다.
"밥이나 먹어요."
"고마워요..."
한동안 밥도 못먹고 쓰러져 있었던 탓에 허기가 진 나머지 그녀가 가져다 준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잘자요.."
나는 그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었지만 이내 천천히 좁아지는 시야와 함께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희, 희원 씨.."
그녀는 나의 외침을 무시하고는 저 멀리에서 의자 하나를 끌어오더니 나의 몸을 일으켜 세워 그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어디서 난 건지 모를 밧줄을 이용하여 나의 몸을 결박하고 있었다.
"다음.... 봐... 독... 씨."
나는 그녀의 말조차 제대로 듣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