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이 사라진 밤에
한수영은 생각했다. 이건 좀 이상하다고.
이상하게도 달리지 않는 댓글, 이상하게도 늘어나지 않는 조회수.
평소라면 지금 쯤 댓글이 하나 달릴텐데 말야.
하루, 이틀, 사흘...
끝없는 시간이 지나가고, 그 어디에서도 '김독자'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를 살리기 위해 쓴 글의 의미가, 사라져 버린 순간이였다.
한수영은 김독자를 찾았다.
전국 방방곳곳을 다닐...수는 없었지만 최선을 다하여 그를 찾았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김독자가 없었다."
김독자를 제외한 다른 모든것은 살아 숨쉬며 움직이는데 정작 김독자는 그 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한수영은 생각했다. 그를. 김독자를.
김독자란 존재는 이미 한수영의 일부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한수영은 자신의 일부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 그 잘난 예상표절이라면 알 수 있지 않겠느냐?
아니, 한수영의 모든 아바타는 그런 가능성을 몰랐다. 아니, 부정했다.
피묻은 진실을 피하기 위해, 그녀는 거짓을 선택했다.
사실 김독자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살아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를, 김독자를, 아무도 알지 못할 수 도 있다.
하지만 한수영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은 그 모든 엔딩보다도 끔직한 배드엔딩이라고.
일말의 여지도 없는 아무도 결말을 상상해 낼 수 없는 너무 잔혹하고 매서운. 배드엔딩이라고.
아마, 김독자 그의 이야기엔 에필로그도, 외전도 존재하지 않을것이다.
이유를 말하자면, 그의 인생은 본편에서 끝났기에. 그러니 그에게는 외전이라는 작은 보상이 존재하지 않을 수 도 있겠다.
수 많은 별들의 이야기에 대해 아는가?
그 별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외전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수영은 헤아렸다.
그 수많은 가능성들을 만약 그가 만나게 될 이야기들을.
한수영은 생각했다.
가장 빛나는 별인 그를.
그래, 그것은 진실이다. 그는 어딘가에 존재한다. 어딘가에.
아니다. 시나리오가 시작되지 않은 이 8612계 행성계에는 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낮은 곳에 존재하던, 늘 그들의 검신에 잘려 이야기의 종장을 맺는, 그것들은 이제 이 8612계 행성계에... 아니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걸려있던 아니 걸려 있지 않던 그도 더 이상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지 않다. 아냐, 아냐...
까드득, 한수영이 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에서 피가 흘러 김독자의 이름을 쓴 공책 위로 떨어졌다.
참 기묘하게도 그것이 그의 이름 위에 떨어진 것은 마치 그가 죽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듯 했다.
하지만 그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한수영은 그녀의 신념을 지킬 것이다.
그녀의 신념은, 아니 다짐은, 아니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은
늘 불변했다.
몇 년전 다짐한 그 한 마디를
'언제나 널 위한 종장을 쓰겠다고'
위하여.
한수영은 다시 노트북에 손을 올렸다.
"김독자, 네가 보지 않더라도 난 언제나 널 위한 종장을 쓸 거야. 너의 역사를. 너의 기록을.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에게."
2) 레몬사탕에서 피 맛이 나던 이유
한수영이 김독자에게 이야기했다.
"야, 김독자."
살짝 붉어진 뺨, 악물은 입술과 함께 내뱉는 그 말은 마치, 오래된 삼류 영화의 대사와도 닮았더라.
그리고, 당연히 들려야 할 수줍은 사랑고백은, 이 이야기가 고작 삼류영화가 아니라는 듯, 들리지 않았다.
툭, 김독자의 빰에 붉은 물감이 튀었다.
"한... 수영?"
"좋아해, 김독자."
장난스럽게 그의 입에 물려준 레몬사탕은 씁쓸했다.
씁쓸하고 기분 나쁜 피 맛, 하지만 그 피의 주인이 한수영이란 것 하나 때문에, 김독자는 그 씁쓸한 피 맛이 달콤하게만 느껴졌다.
뭐, 꽤나 귀엽지 않는가? 저리 당당하게도 이야기 하던 아이가, 이 말을 내뱉으려
'좋아해, 김독자'
그 아름다운 입술을 자꾸 짓씹었다는 것은
꽤나, 아름답고 멋진 일이였다.
"김독자... 사랑해"
우물쭈물 다시 내 뱉은 그 말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기에
김독자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쓱- 김독자의 뺨을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한수영?"
한수영의 손끝이 김독자의 입술을 스쳤다.
붉은 물감, 아니 붉은 립스틱이 말이다.
3)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던 엔딩이다.
한수영이 죽었다.
아니, 한수영의 아바타가 죽었다.
아니, 그녀와 김독자 컴퍼니의 이야기가 죽었다.
"한수영!"
김독자는 공단의 한 방의 문을 열었다.
늘, 그렇듯이 싱긋 웃음지으며.
"누구야. *발."
늘 그렇지는 않았다.
***
클리셰, 기억상실
이것은 과거 드라마에서나 접하던 것이였다.
어느 낡은 드라마 각본의 흔한 클리셰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기억상실은 각본의 작성자의 문제였다.
아바타 남용. 그것 때문일까? 한수영의 기억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