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원의 눈 앞에 김독자가 피를 뿜으며 죽어가고 있었다. 어째선지 김독자의 눈은 편해보였다.
"이제......커흑......50번...... 밖에 안 남았어요."
정희원의 눈에선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대체 어째서 이 남자가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
.
.
"으으으...머리야."
"으윽......"
정육면체의 방, 그 방안에 두 남녀가 있었다.
"희원씨? 좀 괜찮아요?"
"아, 독자씨.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눈을 떠보니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적은 처음이라."
"그 독자씨가 읽었다는 소설에도 안나와요?"
"안타깝게도......안나옵니다."
김독자와 정희원은 머리르 싸매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튼튼해보이지는 않는데......"
정희원은 자신의 검을 치켜들었다.
['심판의 시간'이 발동되었습니다!]
심판의 시간의 버프와 함께 벽을 향해 휘둘렀지만.
ㅡ깡! 깡! 깡! 카앙!
벽은 흠집도 나지 않았다.
"뭐가 이렇게 단단해?"
"힘으로는 부술 수가 없겠군요."
그렇게 다시 고민하던 그때, 시나리오 창이 떠올랐다.
"드디어 왔네요. 어디보자......현상금 시나리오......."
그때, 정희원의 입이 닫혔다. 그리고 재빨리 김독자를 바라봤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
".......독자씨. 이게......대체 뭐에요?"
ㅡㅡㅡㅡㅡ
<현상금 시나리오: ???>
클리어 조건: 성좌, 구원의 마왕을 1000번 살해하십시오. 잔인하게 죽일수록 더욱 보상의 질이 상승합니다.
클리어 보상: ???
제한시간 : 없음
실패 시: ???
※ 해당 시나리오가 종료될때까지 시나리오 참가자 전원이 '부활' 특성을 가집니다.
※ 즉사할 경우 시나리오에 실패합니다.
ㅡㅡㅡㅡㅡ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김독자를 1000번 죽여야 한다니? 정희원은 현실을 부정했다. 이건 분명 악몽일 것이라고.
"희......"
"말하지 마요. 또 쓸데없는 말 할 거면."
"......아시지 않습니까."
"아뇨? 싫어요! 전 싫다고요! 대체 왜!......대체 왜......"
정희원은 분노했다. 그를 이런 시나리오에 던져버린 세상을 향해 분노했다. 하지만 분노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희원 씨."
"말하지 마라고요!"
정희원은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 눈을 질끈 감자 암흑성의 그때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자신의 손에 죽어가는 김독자......잊을레야 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미안해요. 하지만, 시나리오는 클리어 해야해요."
"......이런 시나리오는 그럴 가치 없어요."
"설명을 읽으시면 아시겠지만 부활할 수 있습니다. 죽어도 죽지 않아요. 그저 잠시 아픈 것 뿐입니다."
"아프고 안 아프고가 문제가 아니잖아요! 독자씨가 죽어야 한다고요! 1000번이나!"
정희원은 시선을 회피했다. 지금 그의 얼굴을 쳐다보면 울것만 같았다.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10000번이 아닌 1000번이어서 다행이라고요."
"지금 말장난 할 때에요? 어떻게 사람이 끝까지......!"
"미안해요. 이기적이어서. 그러니까......이번 한번만 부탁드릴게요. 시나리오를 클리어 합시다."
정희원은 이가 으스러질 정도로 이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조용히 김독자에게서 받은 심판자의 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조금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죽으시고 싶으시다면야 죽여드릴게요. 여기서 1000번 죽으면 앞으론 안 죽는거죠?"
"음......그건 잘 모르겠지만......걱정말고 죽여요. 다시 살아나니까."
"......그럼 갈게요."
"한번에 죽이시면 안돼요. 치명상만 입히세요."
"......"
정희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슬프게 일그러진 얼굴로. 김독자의 왼쪽 어깨에서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크게 베었다.
설화가 튀어 뺨에 묻었다.
"쿨럭! 쿨럭!......이제......999번 남았네요...."
"하아......."
김독자는 가슴께를 부여잡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울컥거리며 튀어니오는 설화가 바닥을 적셨다. 정희원은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김독자는 한번 죽었다.
몇 초뒤, 김독자의 설화가 요동치더니 다시 김독자의 몸으로 쇄도했다. 스며든 설화는 육신을 재구성하고 원래의 형태를 되찾게 했다.
김독자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아......"
"......괜찮아요?"
김독자는 쓰게 웃으며 정희원의 어깨를 토닥였다.
"계속 합시다. 자."
김독자는 다시 한번 양쪽으로 팔을 벌렸다. 그렇게 또 한번 정희원의 칼날이 몸을 파고 들었다.
ㅡ푸욱
"커윽......2번......이네요."
김독자의 심장에서 검을 뽑자 또다시 피와 설화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김독자의 설화가 정희원의 손에 묻었다.
그렇게 김독자와 정희원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10번째, 정희원은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100번째, 더 이상 김독자의 죽음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처음엔 적응 되었겠거니....하며 넘겼다.
456번째, 정희원은 비명을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김독자는 급히 달래주었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789번째,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저 이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눈앞의 남자를 죽일 뿐.
마침내 1000번째, 정희원의 눈에선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시나리오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을 정산 중입니다.]
"......"
정희원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텅 빈 눈동자, 설화로 뒤덮인 전신, 얼굴에서 흐른 피눈물.
김독자는 그런 정희원을 힘껏 끌어안았다.
"괜찮아요. 괜찮아."
그저 괜찮다고, 걱정말라고 속삭였다. 천천히 정희원을 부축해 허공에 생긴 문으로 걸어나갔다.
"독자씨! 희원씨!"
"아, 여러분 저희 없는동안......"
문 너머에선 그들의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대체 왜 그러......"
김독자는 멈칫했다.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성류방송으로...."
"...네."
유상아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김독자는 이를 꽉 깨물었다. 방 안에서의 일이 전부 송출되고 있었다니......
심호흡을 끝마치자, 사람들이 천천히 다가와 둘을 끌어안았다. 정희원의 눈에선 의지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끝
ㅡㅡㅡㅡㅡ
또 끝이 흐지부지 되어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