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좋아하는 편이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옆에 두고 책을 넘기다 보면 직장에서 받은 피로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던 게 언제쯤이었더라.

김독자를 구하기 위해 백 명 가량의 인원이 집단으로 회귀한 지도 어언 1년. 

파죽지세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본래의 세계선과는 완전히 다른 클리어 속도.

그렇게 시나리오는 어느덧 90번대를 돌파했고, 그들의 예상대로라면 곧 이 세계선의 시나리오도 끝을 맞이한다.

김독자를 구할 수 있다. 

되찾을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전처럼 평화 속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책을 펼치는 나날들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유상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품 안에서 고요히 잠든 남자의 검은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유중혁은 강한 사내였다.

이야기의 주인공답게 항상 가장 앞에서 장애물들을 깨부쉈다.

더이상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손쉽게 적들을 베었고,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 생각되는 자들에겐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그러한 모습에 그녀도 처음엔 그를 냉혈한이라 생각했다.

김독자는 이런 그를 성격 나쁜 싸이코라 칭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그는 달랐다.

어쩌면 그들과 함께 지내며 조금씩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본래의 유중혁이라는 자는 김독자의 말대로 싸이코패스 살인마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아는 유중혁이라는 사람은 결코 그런 악마가 아니었다.


언젠가 그가 홀로 사색에 잠겨 조용히 앉아있던 것을 보았다.

아니, 사색이 아니었다.

그 음울한 검은 눈동자는 사색 따위를 담지 않았다.

일행 중에서 오직 한수영과 그녀만이 알아챌 수 있는 징조. 회귀 우울증.

그녀는 그 어두운 눈동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외강내유外剛內柔.

강인하고 올곧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초월자이자 최강자, 패왕.

하지만 그 유중혁이라는 남자의 내면은 곪다 못해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천 번이 넘는 회귀와 수많은 관계의 말살, 셀 수 없는 죽음.

고작 하나의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큰 비극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해해줄 수는 없었다.

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엔 그는 너무 거대했고, 그녀는 너무 미약했다.


김독자의 삶을 읽었다.

그와 함께 유중혁의 이야기를 읽었다.

수천번의 삶과 수만년의 시간.

얼마나 괴로웠을까.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몇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으리라.

그 누가 그를 위로할 수 있을까.

그 누가 그를 이해할 수 있을까.

대체 무엇이 이 남자를 여기까지 이끌어 왔는가.

유중혁에게 삶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이미 삶의 의미를 잊은 것이 아닐까.

그에게 이 세계는 너무나도 가혹했고, 희망을 속삭여주기엔 그가 받아온 절망의 부피가 너무나도 거대했다.


다만, 그는 굳건했다.

유중혁은 강했다.

자신의 이 빌어먹을 삶의 원흉이 김독자임을 알게 되었음에도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야기의 끝을 보고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김독자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회귀라는 길을 택했다.


굳건한 사람, 강인한 사람.

하지만 그만큼, 이렇게나 나약한 사람.

회귀라는 저주받은 성흔은 그를 이토록 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동시에 이토록 나약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가 조용히 괴로움 속에서 가만히 몸부림 칠 때마다 그녀도 괴로웠다.

항상 어두운 곳에서 홀로 괴로워하는 그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은 그저 이렇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가.

그에 비하면 지극히 평범한 범인에 불과한 자신은, 그저 그 고통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가.


언제였을까.

무심코 손을 뻗었다.

무엇인가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자신따위가 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수많은 삶 중에서 우연히 스쳐 지나간 아주 작은 인물이며, 김독자나 한수영처럼 그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없는, 그저 범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나칠 수 없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길 수 없었다.

그가 고통을 겪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 힘들었다.

그저 아주 작은 위로지만, 조금이라도 그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단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짚었다.


그 이후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눈물을 흘렸던 것 같기도 했고, 그대로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품에 안았던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그녀는 전보다 더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더이상 홀로 고통받지 않았으며, 때로는 그녀의 곁에서 머물기도 하였다.

아주 가끔이지만 옅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그래.

그거면 되었다.


제 품에 안겨 고른 숨을 내뱉는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유상아는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이게머지대체

근데 유중혁이랑 유상아도 나름 잘 어울리는거같음

커플링을 가리진 안아서 이번엔 중상 한번 찍어먹어본건데 대화 하나 업는 똥글이 나왓다

멀 말하고 싶엇던건지 몰겟음 걍 중혁이 존나 힘들엇을텐데 상냥한 상아가 과연 그냥 지나쳣을가 해서 써본건데 결과물이 이상하네

나름 커플링 글이라고 써본건데 하나도 안달아

이렇게 또 똥글을 하나 싸버렷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