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씨 생일은 언제일까요?"
시작은 수영이 없던 자리에서 누군가 꺼냈던 작은 의문이었다.
다음 시나리오까지 조금이지만 시간이 남아있는 상태였고, 덕분에 일행들은 때아닌 짧은 휴식을 만끽하던 중이었다.
물론 현재 리더 역을 맡고있는 수영에겐 한참 다음 시나리오 준비를 하고 있는 시간이겠지만.
"아, 그러고보니..."
"수영 언니는 원래 자기 얘기 잘 안하잖아요."
"우리가 그걸 어떻게 알겠나."
"나 알아!"
"오, 뭐야? 네가 어떻게 알아?"
"당연히 4월 1일이지."
"엥? 얼마 안남았네?"
"오늘이 며칠이지?"
"대략 3월 24, 25일 쯤?"
"근데 뭐야, 넌 어떻게 알아? 진짜 너한테만 얘기해준거야? 왜?"
"아니, 누나 수식언이 '거짓 종막의 연출가'잖아. 완전 어울리지 않아? 만우절이랑?"
"...뒈질래?"
"지혜야, 진정해."
"저 새끼를 믿은 내가 병신이지."
"혹시 설화 씨는 아십니까?"
"네? 저, 저도 잘..."
"음, 뭔과 환자 명부 같은 개인정보를 볼 수 있는 스킬 같은 거라도 있을 줄 알았습니다."
"..."
"현성 아저씨,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하하..."
"제 생각은..."
"그래도..."
"아냐, 난..."
모두가 한참을 머리를 쥐어짜며 기억을 뒤져보아도 결론이 나지 않았고, 결국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던 신유승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냥 직접 가서 물어보면 안돼요?"
신유승의 말에 모두가 그녀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잖아."
"그치?"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녀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을 때, 이지혜가 검집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근데, 생일이 그렇게 중요한가?"
"......"
그녀의 말에 갑작스레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건, 그렇지..."
이제 와서 생일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이미 멸망해버린 세계. 태어난 날 보다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당장 코앞의 내일이 더욱 간절하게 되어버린 세상.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이젠 정확한 날짜마저 알 수 없는 그들에게 생일이란 이미 의미를 잃었다.
이전처럼 다같이 웃고 떠들면서 태어난 날을 기념하고 누군가를 축하하며 축복하는 일이란 지금 이 세계에선 사치에 불과했다.
케이크를 준비하고, 촛불에 불을 붙이고, 그 불이 하나씩 꺼져가는 그 순간에도 스러져갈 수많은 이야기들.
저때문에 갑작스레 분위기가 다운됨을 느낀 이지혜가 당황한 어투로 급히 말을 꺼냈다.
"아니,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잘 모르면 그냥 아무 날이나 잡아서 축하해 주면..."
"알고 있어, 지혜야."
횡설수설하는 이지혜를 바라보며 이현성이 말을 받았다.
이현성 뿐 아니라 모두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래도, 기분이라는게 있잖아."
.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수영 깜짝 생일파티'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자신이 말을 꺼냈으니 자신이 알아오겠다고 금새 출발했던 신유승은 별 일 없이 수영의 생일을 알아오는데 성공했으며, 그 생일이 정말로 '4월 1일' 인 것에 모두가 놀랐다.
마침 하루 정도를 쉬어도 다음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데엔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그들은 즉시 서둘러 파티를 준비했다.
며칠 후.
평소처럼 다음 시나리오를 준비하던 수영은, 갑작스레 자신의 손을 붙잡고 달려나가는 이지혜의 손에 끌려 한 공터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엔.
"......"
그녀가 도착한 그 곳에서 퍼엉, 하고 폭죽이 터졌고.
"사부!"
"대장!"
그 곳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생일 축하해요!"
그리고 그 곳에서 자신과 함께 시나리오를 해쳐온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우스꽝스러운 고깔 모자를 쓰고, 장난감 피리를 불고, 폭죽을 터트리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멸망해버린 세계, 그 중심에 펼쳐진 소박한 파티장.
결코 어울리지 않는 풍경.
회색빛 무너진 공터를 배경으로 다채롭게 빛나는 그들이 서있었다.
"언니!"
그들의 중앙에서, 신유승이 촛불이 붙은 케이크를 내밀었다.
작은 생크림 케이크였다.
제과점 따위 이미 세계와 함께 멸망해버린지 오래였기에, 필히 이 작은 케이크 또한 그들이 직접 만들었을 것이다.
"초 부세요!"
그녀가 직접 이끌어왔던 동료들.
더이상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아니게 된 동료들과, 어느덧 등장인물이 되어버린 자신.
"하..."
그 날 수영은 매일같이 꺼뜨리던 담뱃불 대신 낮게 웃으며 조용히 자신의 생일 케이크 촛불을 불었다.
"그래, 오늘 하루는 좀 쉬자."
수영이 케이크를 받아들고 신유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말이 신호라도 된 듯, 모두 함성을 지르며 어디선가 접시를 꺼내들었다.
"와아아!"
"대장! 이거 내가 직접 만든거야!"
"오, 그거 내가 먼저 먹는다?"
"야! 이지혜!"
"적당히 먹어라, 이것들아!"
어느새 공터는 떠들썩해지고, 모두 움직이며 각자의 접시에 음식들을 퍼담고 있었다.
수영은 움직이지 않고 그저 그 광경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을 담아두는 눈이 조금씩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저.... 언니?"
수영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지던 신유승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희.... 이길 수, 있겠죠...?"
작은 목소리였음에도 모두가 하던 행동들을 멈추고 이쪽을 돌아봤다.
갑자기 일행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신유승은 큰 실수라도 했다는 표정으로 헉, 하고 입을 막았다.
"..."
따로 상대를 지칭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말을 들은 모두는 알 수 있었다.
모두가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뒀던 작은 의문.
꺼내기엔 너무도 두려워 아무도 찾지 못하게 꼭꼭 숨겨두었던, 그렇지만 모두가 해결하고 싶었던 작은 의문.
그런 신유승의 걱정을 씻어내듯 손 아래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수영이 말했다.
"걱정 마라, 우린 안 죽어."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것들아, 난 너희들 버리고 어디 안 간다. 시나리오가 끝나고, <스타 스트림>이 사라져도, 우린 아무도 죽지 않을거다."
앞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
모두가 그 말을 들었고, 다함께 웃었다.
"내 ■■는, 너희들이다."
그랬다.
"나는, 독자(獨子)가 아니야."
그랬을 터인데.
"너희가 바라는 완벽한 ■■를, 내가 연출해줄게."
분명, 웃으며 그렇게 말했는데.
.
.
.
"왜, 왜 대장은 안 오는 거야...?"
"..."
"거짓, 거짓말이지...? 장난치는 거지?"
"언니..."
"왜! 야, 거기 대천사! 대답해! 당신은 뭔가 알고 있을 거 아냐!"
[......]
"...야, 김남운."
[...너도, 알고 있지 않은가.]
"닥쳐! 당신, 당신이 끌고 나왔잖아! 왜 대장은 오지 않는 건데!"
"왜, 대체 왜..."
<스타 스트림>이 사라진 세계.
시나리오가 시작되며 모든 것을 잃었고, 다시 모든 것을 쌓아올린 자들.
그리고, 다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자들.
더이상 별들은 이야기의 힘으로 빛을 내지 않았고,
그것은 그들의 중심에서 가장 찬연하게 빛나던 하나의 별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을 규합하여 <스타 스트림>과 직접 맞서 싸운 별.
항상 냉철하고 고고했으며, 그들의 앞에서 그들을 이끌었던 별.
그들 중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고, 버리지 않고 그들과 함께 밤하늘을 항해하던 별.
끝까지 그들의 앞길을 환하게 비춰주던 별.
가장 찬란했던 단 하나의 별.
그 별이, 지금 빛을 잃었다.
"이런, 이런 건 바라지 않았는데..."
존재하지 않았어야 했던 한 성좌와 존재해야 했던 주인공의 부재.
그로 인해 비틀어져버린, 영원히 잠들어버렸어야 할 이야기는 결국 결말까지 이어져버렸다.
"흐아아악! 대장!"
<스타 스트림>이 사라진 서울의 상공.
남은 것은 남겨진 자들의 비탄에 젖은 절규와, 유일하게 엔딩 크레딧 속에 새겨진 연출가의 이름 뿐이었다.
툭, 툭.
떨어지는 물방울이 흙을 적셨다.
사라져버린 별을 찾는 그들의 얼굴위로 한 줄기 빗물이 흘렀다.
빌어먹게도, 그들의 별이 꺼져버린 날은 4월 1일. 만우절이었다.
.
「'대장, 대장은 만약에.... 이대로 시나리오가 끝나면, 뭐 하고 살거야?'
'뭐? 그딴 거 생각할 시간에 다음 시나리오 준비나 해라.'
'아니, 그래도...'
'흠, 글쎄다. 다시 글이나 좀 쓸까?'
'대장, 아니 언니. 그럼 우리 나중에 다같이 한강 가서 피자 먹어요!'
'그래, 그러지 뭐.'
'사부! 나 졸업하는거 봐야 해?!'
'너 하는 거 봐서.'
'아, 사부우!'
'음, 다같이 큰 집에서 사는 건 어때요?'
'좋지. 돈은 네가 벌어라.'
'네?!'
'아싸! 꼭이야!'」
.
[거대 설화, '거짓 종막의 연출가'가 이야기를 마칩니다.]
-
오랜만에 짧은글 찍
난 진짜 제목 못짓겠다
1863 수영이 이야기 써보고 싶었음
처음엔 그냥 예전에 유중혁 생일글 썼던 것처럼 다같이 파티하면서 하하호호 하는거로 쓰려했는데 생각해보니 결국 애들은 남겨지잖아
그러다 보니 어째 좀 이상한 방향으로 간 것 같음
필력이 모자라서 어케 전달이 됐을지도 모르겠네
난 1863 수영이가 최애인데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워
2차 창작들 속에서도 3수영이는 행복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많은데 1863수영이는 그런 게 없어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 불행한 캐릭터인 느낌이야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1863 애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