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분량이 조금 있음







「김독자는 돌아왔다.」

이것만큼,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문장이 있을까.

다시 일행들에게 돌아온 이후로는, 모든것이 행복했다. 1달가량 감금된 삶을 살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행복했다.

"여러분, 저 돌아왔어요."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은, 맞아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우리의 이야기, '전지적 독자 시점'은 이렇게 종장(終章)은 맞이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종장(終章)에 다다랐지만, 앞으로도 영원(永遠)히 종장(終章)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것이 '이야기'니까, 그것이 '삶'이니까.

*

"하아앗...♡ 더 세게... 더 세게 박아줘어어어....!"

내 남근이 한수영의 음부를 빠르게 들락날락했다. 한수영은 곧 갈 것 같았는지, 어금니를 꽉 물고 애써 신음을 참고있었다.

"윽......윽윽......."

얼굴이 쾌감으로 일그러진 채, 애써 신음을 참는 한수영의 얼굴은 괴롭지만 행복해보이는, 기묘한 얼굴이 되었다.
괜한 오기가 생긴 나는, 속도를 더욱 올렸다. 한순간, 한수영의 질내가 격하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 시작했고,

"어흑! 하앙! 하아.....하아......."

마침내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나는 아직 사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수영의 질이 내 남근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것을 즐기다가, 오르가슴이 끝날때 쯤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억 어흑! 야 나 아직....흑! 가고 있...하앙!"
"난 아직 못갔어 수영아."

내가 한수영의 귀에 대고 말하자, 한수영은 다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허리가 활처럼 휘고, 발가락을 조이기 시작했다.

"꺽......꺽꺽...."

신음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한수영의 얼굴은, 이미 내가 아는 지적인 그녀의 얼굴이 아니라 쾌락에 녹아내린 암컷의 그것이었다.

"헉...헉....수영아, 간다...."

내 말을 들은 한수영은 어느새 쭉 뻗어있던 다리를 접어 내 허리를 잡았다.

"야....나 간다고! 오늘은 콘돔도 없잖아!"

한수영이 나와 눈을 맞춘다. 더욱더 사정감이 치솟았다.

"낳지, 뭐. 오늘 배란일이거든♡"

미친, 이걸 참으면 난 고자거나 부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럼.....간다!"
"허윽! 김독자의....정액이.....들어오고 있어....하응....."

기어코 한수영은 자신의 안에 사정하게 만들었다.

"진짜 낳을거야 수영아?"
"하....하아.....뭐.....생각하고.....있었으니까....."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수영이 대답했다. 뭐 보다싶이, 우리 둘은 결혼했다.

「"한수영, 니가 먼저 유혹한거다?"
"킥, 그걸 이제야 알았냐?"」

뭐, 집 없는 처지끼리 동거하다가, 술을 먹고 선을 넘은, 진부하다면 진부한 이야기.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했다. 애초에 처음부터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기에. 그랬기에 결혼까지 골인 한 거겠지.

"그럼 이제 너 설화 씨에게 관리 받아야 겠네."
"그래......이젠 나도 2세 좀 봐야지."

침대에 전라로 누워 헐떡이며, 서로 마주보고 웃는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나는 누구보다 '현실'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

우리는 처음으로 콘돔없이 한 뒤, 바로 이설화에게 향했다. 당연히 한번에 임신이 성공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의 행동지침과 보약을 받아왔다.

"하....술을 끊어야 한다니......"
"그럼 술이 몸에 좋겠냐? 하는김에 담배도 끊어."

한수영은 시나리오땐 거들떠도 안보던 담배를 이제는 피우기 시작했다. 아마 1863회차의 한수영의 영향을 받은 까닭이겠지.

그렇게 우리는 매일 이설화의 보약을 먹고, 좋은 날을 받아서 그날은 하루종일 섹스에만 열중했다.

「"김독자, 오늘 잘 생각 하지 마♡"
"윽"」

이설화가 추천해주는 날은 배란일으로, 평소에도 배란일 즈음에는 칭얼거리는 한수영이지만,

「"김독자, 일어나. 안 일어나면 넣어버린다?"
"수영아, 잠좀 자면 안될까?"
"안돼. 빨리 넣어줘.」

이설화의 보약에 뭐가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수영은 보약을 먹고난 뒤에는 배란일마다 발정난 고양이 같았다.

「아흥♡.....니꺼 없음 이젠 못살겠어.....」

그렇게 하기도 어느덧 2년. 아직도 우리들은 아이를 갖지 못했다. 한수영이 메인 시나리오 시절 과도한 스킬사용과 어릴때에 성장하지 못했던 것 등 여러 원인이 겹쳐, 난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성좌고, 한수영 역시 성좌였었다. 높은 격으로 노화는 오지 않고, 20대 때의 그 몸을 우리는 유지하고 있었다.

"어쩜 이리 잘생겼는지....내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였나보네."
"뭐, 너는 원래 예뻤으니까 농담할것도 없네."
"꼴렸어 하자♡"
"수영아 제발......."

뭐, 금슬도 좋으니 우리는 언젠가는 결실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의 사랑은 결실을 맺었다.

*

"축하해요, 임신이네요."

이 말을 들으려 우리가 얼마나 오랜시간 공을 들였던가. 한수영은 술과 담배를 끊은지 너무 오래되어 금연, 금주를 이뤄버렸고, 나 역시 운동을 계속해 체근민이 통합 8이 올라가 있었다.

"수영아, 됐다. 우리 아이야."

내가 한수영을 안고, 한손으론 한수영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말 했지? 될거라고."
"응......"

한수영과 내 아이가 10달만 뒤에 태어난다. 나는 내가 내 아버지처럼 될까 불안하면서도, 더없이 행복해졌다. 한수영도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더없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

"야 김독자, 이설화한테 좀 가자."
"왜?"
"어제 저녁부터 애가 태동이 없네. 뭐 확률은 적지만 불안해서 말이야."

8개월쯤 되면, 정확히는 낳을 때 쯤 되면 태동이 많이 없어진다는 것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그래. 근데 8개월쯤 되면 태동이 많이 없다나봐. 걱정하진 말자."
"응."

나는 수영이와 'sss급 페라르기니'에 타서, 차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양산형 제작자'의 차 답게, 굉장히 빠르면서도 거의 흔들리지도 않았다.

"어서오.....수영 씨?"
"어, 얘가 어제부터 움직이질 않아. 애기 확인좀 할겸, 잘생긴 애 얼굴도 볼겸 왔지."

이윽고 한수영과 이설화가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나는 수영이의 반응이 궁금해서, 몰래 문에 귀를 대고 있었다..

"여기 있네요."
"저게 손가락이지? 우리 비영 너무 예쁘다."
"근데.......애기가 심장이 안뛰어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털썩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아 버렸다.

"아니야, 이설화 장난치지마."
"죄송해요, 할 수 있는게....더는....."

아니다. 왜, 대체 왜 우리만 이런 일이 있는걸까.

"아직 나랑 연결 되어있잖아, 여기 있잖아! 연결되어 있으니까, 살 수 있잖아. 그렇지?"

이설화는 한참이나 가만히 있다가, 괴롭게 말을 꺼냈다.

"그럼......수영 씨.....내일은 보내주는 거에요. 네?"

나는 더이상 듣지 못할 것 같아 조용히 귀를 때었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조용히 [자기합리화(自己合理化)]를 사용한다.

-끼익

"수영아, 나왔어? 애는 어때?"

애써 웃으며 말했다. 결과를 아는 질문을 하는것은, 그것도 비극적인 내용일 것이라는것을 알고 하는 질문은 메인 시나리오를 깨는 것보다 어려웠다.

"비영이가.....우리 비영이가......"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수영이는 내게 안겨서 울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것은, 그저 어깰 빌려주고, 다독여 주는 것 뿐이었다.

"흑.....흑흑.....왜 이런 일이.....우리에게만......"

안정기에 접어든 태아의 사망확률은 낮다. 그러나, 확률은 언제나 누군가에겐 잔인한다.

"그래......수영아, 괜찮아....니 잘못 아니야......"

그러므로, 나는 무너지면 안된다. 그녀가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흑.....우리 비영이....불쌍해서....."

그렇게 한수영은 다음날, 아이를 끄집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

그 일 이후로, 우리집에는 적막과 우울함만이 가득찼다. 미리 사놨던 육아용품들을 버리지도 못한 채, 한수영은 매일밤 비영이의 배냇저고리를 끌어안고 잠에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아기침대나 귀저기 박스를 볼 때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았다. 한수영이 집에 없을땐 주저앉아 울기만 반복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자기합리화(自己合理化)]의 숙련도만이 늘어갔다.

"수영아, 괜찮아, 괜찮아......"

매일매일이 지옥이었다. 나는 '김독자 컴퍼니'의 대표이사로서, 매일 출근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유중혁에게 가서 꼭 쉬어야겠다 말했다.

"수영이가....아기가...."
"뭐, 태교여행이라도 가려는건가? 이런 상황에?"
"애가 유산됐다. 미안하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회사에서 울었다. 내가 우는것을 본 유중혁은, 일어나더니 내게 말했다.

"유산은 한수영이 한거지 네가 한건가? 한심하군."

맞는 말이여서 반박할 수 없었다. '김독자 컴퍼니'의 해외진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었으니까.

"울지 말고, 정신차리고 한수영이나 챙겨라."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유중혁은 내 어깨를 툭 두들겨주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억지로라도 웃어. 네놈은 그게 어울리니까."

이사장실의 문을 닫고 나가기 직전, 유중혁이 내게 남긴 말이었다. 혼자뿐인 이사장실에서, 나는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

우린 처음 삼일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3일동안 먹은거라곤 각자 바나나 2개씩과 우유 한 컵 뿐이었다. 심지어 한수영은 그것을 먹다가도 토하고는 했다. 그러다 나흘째, 갑자기 한수영이 목욕을 하고 싶다고 했다. 침대에 같이 누워있던 나는 한수영을 보내주었고, 곧 후회했다.

"어......?"

대체 왜 내게는 이런일이 겹쳐 일어나는걸까.

"수영.....아?"

들어간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질 않고, 물소리도 들리지 않아 들어가 봤더니, 한수영은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근 채 있었고, 손목에는 피가 낭자했다. 몸에는 손톱으로 벅벅 긁은 자국이 선명했다.

"으아아아아아!"

이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듯, 욕실 바닥에 흥건한 한수영의 피는 너무나 붉었다.

「내 사랑하는 독자에게.

독자야, 내가 미안해. 그런데 자꾸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배를 볼때마다 우리 비영이가 보여.
우리 비영이를 죽인 내 몸을 씻어내보려고는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
너는 죄책감같은거 가지지 말고, 좋은 여자 만나서 잘 살아줘. 나는, 내가 그럴 자격이 있다면 다음생에서도 널 위해 글을 쓰고 싶어.
미안.
한수영」

믿을 수 없었다.
너보다 좋은 여자가 어디 있는데.
너보다 좋은 작가가 어디 있는데.
너보다 좋은 동료가, 멘토가, 동지가, 연인이 도대체 어디있는데.

너같은 여자를 버리고 떠나라고 한다니.

나는 이미 물과 함께 차갑게 식어버린 한수영의 몸을 끌어안고, 다시 눈을 떠 살갑게 웃어줄 것 같은 얼굴에 입을 맞췄다. 한수영의 유서가, 수증기에 젖어 번져가고 있었다.

새카맣게.
시커멓게.

*

한수영의 장례가 끝나고, 나는 한수영의 유골함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유골함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집의 이곳저곳에 한수영과의, 비영이와의 추억이 스며들어 있었다.

「수영이와 함께 뒹굴거렸던 침대
비영이가 들어있던 수영이의 배를 쓰다듬곤 했던 소파
언젠가 미친듯이 섹스했던 주방
내가 퇴근할 때마다 수영이와 포옹했던 현관
게임기를 연결해 하루종일 즐겁게 게임했던 TV
한수영의 소설이 세계 1위에 다다랐을때의 순간이 담긴 사진과 액자
침대 옆에 놓인 결혼사진
이제는 색이 바란 서랍속의 연애편지
곧 태어났을 비영이를 위한 각종 육아용품」

시선을 돌려도, 수영이와 비영이와의 추억이 가득했다. 눈을 감아도 한수영의 채취가 코를 찔렀다.

아, 우리의 추억은 생각보다도 더 많았구나.
 
한수영은 자신의 유골은 [공단] 앞, '김독자 동상' 앞에 뿌려달라고 했다. 나는 내 동상 앞에 한수영의 뼛가루를 묻은 뒤, 동상의 받침대에

[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인 한수영, 여기에 잠들다.]

라고 적었다. 맨정신으론 버틸 수 없었다. 난 소주를 안주도 없이 3병을 들이키곤 정신을 잃었다. 길거리에서 쓰러진 나를 따스한 어둠이 날 감싸안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

"으.....여기는?"

나는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나는 굉장히 고급져보이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공기는 끈적거렸다. 그러나 불쾌하진 않았고 오히려 반가웠다.

"흐음, 우리 아들이 어쩌다가 과음을 했을까? 그렇게 철저한 애가."

역시, 페르세포네가 날 옮긴거였군.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하하....."

술에 취해서라도 푹 자고나니 그나마 기분이 나아지긴 했다. 자주 못뵈었던 것이 마음에 걸려서 멋쩍게 웃을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죠, 왕자님? 과음을 다 하시고."

나는 페르세포네에게 여태까지의 일을 모두 설명했다. 내 입으로 여태까지의 일을 모두 설명하니 마음이 다시 미어지듯 아파왔다.

"........그래서 혹시 수영이 영혼은 여기 없나요?"

나는 내가 명계에 있다는 것을 깨닫자 마자, 수영이가 여기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간만에 느껴보는 희망.

"미안하다, 아들...... 이제 시스템이 약해져서 영혼들이 명계로 오지 않아......"

그러나 절망은, 그 모든 희망을 끊어버리기에 절망이다. 그리고 나는 절망했다.

"아마 영혼들은 여기를 거치지 않고 '세계선의 미궁'으로 들어갔을거란다. 근데 그곳은....가지 않는것이 좋아."

'세계선의 미궁'.
복잡하게 얽혀있는, 다른 '세계선'으로 통하는 통로. 실제로 41회차의 신유승의 영혼은 '세계선의 미궁'의 초입이었기에 잡을 수 있었다.

"근데 이미....많은 시간이 흘러서 며느리가 아들을 기억할지도 모르겠구나. 찾을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나는 그날 바로 명계를 뛰쳐나와 '세계선의 미궁'을 뒤지기 시작했다.

*

나는 다시한번 '지하철'에 올라탔다. 다시 상처받을것을 알면서도, 또다시 전지(全知)의 저주로 발을 내딛는다. 나따위는 망가져도, 부서져도 상관없다. 다시 널 볼수 있다면, 널 볼수 있다면.....

'수영이를 보고만 오는거야.'

나는 무엇이든 할테니까.

[당신의 운명이 변화합니다!]
[당신의 운명은 '■■■ ■■■■ 연인'입니다!]

지하철에 타자, [제 4의 벽]의 목소리가 들러온다.

「어 서와」

나는 지하철을 타고 '세계선의 미궁'을 샅샅이 살폈다. 자그만 설화 파편이라도, 미세하게 남아있는 설흔(說痕)이라도 발견하기 위해 찾아다녔다.

30년 뒤, 아직 사라지지 않은 한수영의 설화파편을 발견했다.

[설화 파편, "가장 행복한 결혼식"이 이야기합니다.]

「찾을수 있 어김 독자」
"그래."

그러나 설화파편이 이어져 있는 길은 결국 벽에 막혀 끊어져있었다. 이 '세계선의 미궁'은 불규칙적으로 자신의 구조를 바꾼다. 참담했지만, 설화 파편을 잘 갈무리 하고 다시 흔적을 찾아나섰다.

800년 뒤, 다시 한수영의 설흔(說痕)을 발견했다. 오랜 시간에 흩어지고 희석되어갔지만, '설화'에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꿈'인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그거 내가 먹던건데.」

「오로 멘티 스트」
"저때 내가 얼마나 설레었는데."

그로부터 1억 6천만년 뒤,

[설화파편, '구원의 마왕의 흑염룡을 터뜨린....'이 이야기합니다.]

「이 게뭐 야쿡 쿡」
".....웃지 마라."

160억년째,

[거대 설화, '예상 표절'이 당신을 반깁니다!]

「오수 색에진 전 있어」
"그래, 찾을 수 있어."

나는 꽤 많은 설화파편들을 모았지만, 계속해서 구조가 바뀌는 '세계선의 미궁'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점차 내가 모아놓은 설화파편 또한 사라져갔고, 설흔(說痕)들은 더이상 찾을 수 없었다. 아마 [제 4의 벽]이 없었으면 내 구성설화들도 흩어져 갔을 것이다.

'수영아, 너는 어디에 있니? 이미 미궁을 빠져나온거니?'

그렇게 수색만 1760억년, 한수영이 남긴 마지막 설화파편을 볼 수 있었다.

[거대 설화, '행복한 구원의 마왕의 아내'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거대설화는 당신과 한수영을 잇는 최단거리를 알려줄 것 입니다.]
[거대설화의 설화 구성이 불완전합니다!]

드디어, 한수영에게 갈 수 있다. 나는 전속력으로 지하철을 몰았다. 그리고 마침내 보이는 지구의 상공에서 멈췄다.

「여긴시 스템 없 어」
"뭐? 어차피 곧 생기는거 아니야?"
「앞으 로 도시 나리 오 없 어」
"알았어. 다녀올게."
「안 녕잘 있어」

나는 거리낌 없이 밖으로 뛰어내렸다. 시스템이 없다고 해도 난 '가장 오래된 꿈'이다. 시스템은 나에게는 멀쩡히 적용된다.

-쿵

나는 [마왕화]와 [천사화]를 동시에 발현해 날개를 펼쳤다. 이내 지상이 보이고, 부드럽게 착지했다.

"어?"

근데 주변이.....전부 초가집이다.

"야, 뭔데 이거? 장난하냐?"

「시간 선얽 힘」

"뭐야 니 말이 왜 들려?"

「떠나 기전마 지막개 연성」
「한수 영도 착까지 2 00 년정 도」

"미친 놈아!

나는 그렇게 조선시대에 버려지게 되었다.

*

역사책으로만 배우던 근현대사를 직접 온몸으로 겪게 되었다. '가장 오래된 꿈'이라도 시스템이 없는 곳에서 개연성의 낭비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내 스스로 이 상황을 이겨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회사를 하나 차리기로 했다.

<KDJ컴퍼니>

시간은 그렇게 흘러,2000년대에 이르렀다. 아직 한수영은 보이지 않았고, '거대설화'도 아직은 반응하지 않았다.

'수영아, 어딨는거니......'

어느새 커져버린 회사를 뒤로하고, 집에 가서 눕는다. 집은 내가 한수영과 지냈던 그곳과 비슷하게 꾸며놨다.

-하아아아......

테라스로 가서 담배를 피운다. 매일 습관처럼 담배를 피운다. 한수영이 그랬던 것 처럼, 담배를 핀다. 언제부터 담배를 피웠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툭, 투둑.

눈 근처가 시큰해지더니, 바닥으로 투명한 물방울들이 떨어진다.

잊었다고, 바랬다고. 무뎌졌다고 여겨졌던 모든 감정들이, 슬픔, 외로움, 절망, 쓸쓸함, 허탈감이 다시한번 내 머릿속을 덮친다. 너무나 많이 '다시읽기'하여, 감정으로 얼룩져 이젠 알아보기조차 힘든 추억을 다시 꺼내서 읽는다.

한참을 울고난 뒤, 다시 담배를 꺼낸다.
그녀가 떠나간 그 허무한 공간에, 회색 연기를 가득 채운다.
목숨을 담보로 만들어낸 회색 연기는 공중을 떠다닌다.
한수영의 자리를 대신한 그 연기는, 이윽고 그녀처럼 멀리 떠나간다.

그에게 한수영은, 아직도 아스라히 멀었다.

*

어느날, 한수영이 남긴 설화가 일제히 빛내기 시작했다. 거대설화, '행복한 구원의 마왕의 아내'의 영향을 받은 까닭이었다. 나는 바로 그 빛의 실을 쫒아 튀어나갔다.

"회장님!"

비서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는 들렸지만, 회사일보다 곱절은 중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어느 도서관이었다.

*

"하.....씨발....."

오늘은 내가 스무 살이 되는 날이다. 그런 날인데도 웹소설 연재나 하고 있다니, 기분이 더러웠다.

'차라리 잘 써지기라도 하면 몰라.'

오늘따라 글도 존나 안써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어머니 아버지가 부자여서 풍요롭게 지내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삶이었다. 부모님의 사랑따윈 바라지도 않았고, 우정은 뭐, 내 성격이 지랄맞아서 그런거지 뭐.

'아 씨발 몰라 책이나 읽자.'

정작 글은 한줄도 못썼지만, 이렇게 많은 책으로 둘러쌓여 책 냄새를 맡고있다면 과연 누가 읽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그래도 책을 읽고있자니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았다.

'뭐 작가도 한명의 독자일 뿐이니까.'

와 씨발 방금 존나 멋있었다. 폰 메모장에 적어놔야지.

간만에 온 도서관에서, 나는 그동안 읽고싶었던 책을 내리 읽었다. 그간은 지들 스캔 터지는거 막기 위해 보호랍시고 도서관은 커녕 편의점도 맘대로 못 내려갔지만, 20세가 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지원이고 보호고 끊어버렸으니 원.

'씨발 책 존나 높네.'

내 짧은 키에 비애를 느낄때 쯤, 누군가가 내 뒤에서 책을 꺼내주었다.

"이거 맞죠?"
"감사합니......"

흰 코트를 입은 사내였다.
잘생긴건 아니지만, 어딘가 호감이 가는 얼굴이었다.
새하얗고 예민해 보이지만, 어딘가 그리운 사람이었다.
산뜻한 인상이었지만, 보고있으면 마음이 미어지는 사람이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급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미쳤나봐 진짜.'

천하의 한수영이 사랑이라니, 이 무슨 역설이란 말인가. 그래도 난 그 역설이 싫지만은 않았다.

*

그날 이후로 흰코트의 남자는 매일 도서관에 왔다. 꺼내서 읽는거라곤 재미없기로 유명한 소설들이었지만, 가끔 핸드폰으로 웹소설도 보는 듯 했다.

-010-■■■■-■■■■

나는 그의 책상에 내 번호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레몬사탕을 그의 자리에 놔두고,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띠링

-누구세요?

이게 우리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다. 소설만큼 운명적이진 않아도, 드라마처럼 극적이진 않아도,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첫만남일것이다.

그 후로 우린 꽤 친해졌다. 친구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이었다. 일방적으로 들이댄건 나지만, 그도 꽤나 귀찮을법한 질문들을 하나하나 다 받아주었다. 그렇게 정보를 얻어갔다.

이름이 '김독자'라던가, 토마토를 싫어한다던가, 예전에는 꼬맹이 몸매가 싫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좋아졌다던가, 책을, 특히 웹소설을 읽는것을 좋아한다는 것 까지.

"웹소설 뭐 읽는데?"
"멸망한 세계의 SSSSS급 회귀자."

누가 봐도 양산형 판타지 느낌이 물씬 나는 소설 제목. 그리고 내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원고의 제목이기도 했다.

"그거 내가 쓴건데?"
"와 나 성덕된거야?"

뭐 매일 웹소설만 보고있길래 더 격렬한 반응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반응이 시시했다. 좀더 내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거라 생각했는데.

"그럼, 내가 작가님을 위해 밥이나 한번 사야겠네. 나중에 한번 같이 먹자."
"그래."

이때의 나는 김독자와 밥 먹는다며 신나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를 바꿀 거대한 운명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일 것이다.

*

"아니 씨발 이게 뭐야?"

 김독자의 연락을 받고 약속장소로 달려가니, 한눈에 봐도 고급져 보이는 스포츠카에 김독자가 타 있었다. 나는 욕을 안한다는 컨셉따윈 집어던지고, 진심으로 놀랐다.

"너.......부자였구나?"

매일 낡은 흰 코트만 입고 와서 몰랐는데, 지금보니 꽤나 돈이 많았던것 같다. 최신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던지, 김독자가 도서관에 있을때마다 주차장에 세워져있던 자동차라던지. 어느때는 노트북을 들고 와서 보고서 같은걸 보기도 했었다.

잡생각을 하며 잠깐 있자, 어느새 우리는 고급 레스토랑인 <M&S>에 도착했다. 국내 식당중 유일한 믜슐랭 3스타로 유명한 곳이었다.

"어서오세요~ 예약하셨나요?"
"네. 7시에 김독자라는 이름으로 예약을......"
"헉 회장님!"

내가 방금 뭘 들은거지.

"조용히 해주시고, 오늘은 그냥 손님 으로 온거에요."

<M&S>라면 <KDJ 컴퍼니>에 속해있는 레스토랑이었고, <KDJ 컴퍼니>는......
설마.

"아, 잘난척 하는 것 같아서 알려주긴 싫었는데."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부호가 나랑 책이나 읽고 있었을 줄이야.

"니가 생각하는 그런거 맞아. 근데 난 권력같은거 싫어해서 말이야. 사치도 그닥이고."

레스토랑에서 밥을 시켜도, 고기가 눈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먹게 되었다.

"수영아? 그냥 멕도리아나 갈걸 그랬나....."
"아냐아냐 맛있어 하하......"

눈 앞의 사람이 세계 3대 부호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하......좀 더 있다가 하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김독자는 한숨을 쉬더니, 품에서 박스 하나를 꺼냈다.

"나랑 사귀어줘,수영아."

그 뒤로는 붕 뜬것같은 기분이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김독자의 코트에서 빛나는 무언가들이 내게 흡수되는듯한 헛것이 가끔씩 보이기도 했다.

[전■ ■킬, '■상 ■절'이 ■■합■■!]

뭐지? 난 누구고 여긴 어디지? 하나도 기억이 나자 않아. 어? 왜 땅이 올라오는.......

-쿵

내 의식은 거기서 끊겼다.

*

서점에 들어서자 조그만한 머리통이 보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이 보였다. 책을 꺼내지 못해 낑낑거리는 애같은 몸이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등 뒤로 다가가 책을 꺼내 주었다.

"감사합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도망쳐버렸다. 내가 그토록 그리던, 꿈에서도 보고싶었던 그 얼굴이었다.

'됐다. 이제 떠나자.'

어차피 얼굴만 보고 떠날 생각이었다. 내 '존재'는 너무 거대해서, 한수영의 '운명'을 왜곡시킬 가능성도 존재하니까.

'그래도. 단 한번만 더.....'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상처받고 곪아터진 마음에 하나 둘 희망이라는, 행복이라는 깃털이 떨어진다. 그러자 욕심이 생겨버렸다.

"이름이 뭐야?"
"김독자."
"킥, 그게 뭐야."

대화를 나눌수록, 그녀가 '한수영'임을 실감한다. 한수영의 테마가 그대로 이어졌기에 누구보다 '한수영'이었지만, 내가 아는 '한수영'은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잊혀지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었다.

"그거 내가 쓴건데?"

그렇겠지. 제목, 내용, 필력. 전부 널 닮았으니까. 그래서 읽은거니까.

그렇게 하나 둘 희망과 욕망이 쌓여만 갔다. 한수영과 만날때 마다 '아공간 코트' 안에 있는 한수영의 설화들이 날뛰었지만, 아무런 일이 없을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애써 넘겼다.

[성흔, '자기합리화(自己合理化)'가 발동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실수들이 쌓여갔다.

"그럼, 내가 작가님을 위해 밥이나 한번 사야겠네."

작은 실수들은 무시하기 쉽다.

"나중에 한번 같이 먹자."

왜냐하면, 그 순간에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랑 사귀어줘, 수영아."

그러나, 잘못된 선택을 매일매일 반복함으로써 오류를 반복한다면,

"그래! 진짜 행복하다......"

언젠가는 그 오류들이 우리를 파멸로 이끈다.

"근데, 가끔 넌 내게서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아."

욕망이라는 이름의 오류는 진작부터 쌓여왔고,

-쿵

파멸은 이제 시작되었다.

"수영아!"

한수영이 쓰러졌다.

*

나는 최대한 빠르게 그녀늘 내 집으로 데리고 왔다. 이것은 그녀를 구성하는 '이야기'에 손상을 입은것 이기에, 병원 따위에선 고칠 수 없다.

"제발, 제발......"

아공간 속 한수영의 설화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수영의 몸으로 살며시,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번 생에서 쌓아온 '이야기'들과 서로 충돌을 일으켰다.

"나때문에....넌 또....."

설화의 충돌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나도 예상할 수 없다. '테마'까지 그 여파가 퍼져 '의식의 흐름' 상태에 빠질수도 있고, 인격이 바뀔수도 있다. 기억이 왜곡되거나, 심하면 기억 상실증에 걸릴수도 있다.

"왜 나는....너에게 다가가기만 하면 네가 떠나가는걸까......"

이번에는 괜찮을거라 믿었다. 이전에는 비극이었으니 이제는 희극이어도 되지 않느냐고, 그렇게 빌었다.

그러나, 빌어먹을 '가장 오래된 꿈'에게는, 빌어먹을 '김독자'에게는 비극이 어울린다.
'구원의 마왕'에게는, '빛과 어둠의 감시자'에게는 행복따위 어울리지 않는다.
일행들이 내게 직접 채워준 족쇄, '긴고아'는 이미 설화력을 잃고 쇳덩어리가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나는, 한수영에게 사과하고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

"김독자.....?"

아니, 나가려고 했다.

"김독자 너 맞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아는 그 '한수영'이었다.

"내가.....너를 보려고.....얼마나.....흑흑....."
"야 김독자. 답지않게 왜 그래. 그 잘생긴 얼굴로 말이야."

내가 모은 극도로 적은 양의 설화를, '예상 표절'이 엮고 이어서, 그 극악의 확률을 뛰어넘어, 그녀가 내 앞에 도달해 있었다.

"한수영, 사랑해. 앞으론 어디 가지 마."

[당신의 '운명'이 실현됩니다!]
[당신의 '운명'은 '세계를 뛰어넘은 사랑'입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뭐, 이게 우리의 종장(終章)인데, 우리에게 허락된 지면이 이정도인데 어쩌겠는가?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우리는 영원(永遠)히 끝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것이 '산다는 것'이니까, 그것이, '이야기'니까.








기대한 전갤러들 많았을텐데 길기만 한 졸작이 나와버렸다 미안하다.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