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독자를 데리고 조금 걸었다.
10분정도 걷자 내게는 익숙하지만 그녀에게는 낯설 아파트가 모습을 들어냈다.
나는 카드키를 찍어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엘레베이터를 탔다.
층을 선택하고 문이 닫히자 짧은 정적이 흘렀다.
"네 집, 처음 와보네."
"익숙해지는게 좋을거야."
대화라 하기도 애매한게 정적을 깼지만 아무럼 어떤가.
문 앞으로 가 도어락 버튼을 눌렀다.
나는 일부러 보여주며 눌렀고 직접 입으로도 말해줬다.
맑은 소리와 함께 열린 문으로 들어가자 형이 나를 맞았다.
"왔나? 그 걔는···?"
"김독자, 올해로 18세고···"
"애인인가?"
"···아니야. 그리고 사극좀 그만 봐, 말투가 선비같아."
그러고는 김독자에게 형을 소개했다.
"여기는 우리 형. 이름은 유은모고 나이는··· 몇이더라?"
"스물 넷, 형 나이도 모르는건가?"
"알아야 돼?"
"무관심한 동생좀 잘 부탁한다."
형이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트라우마 비슷한게 있는지 손을 내미는 것만으로도 몸이 굳었다.
아니,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보면 형의 얼굴이 있었다.
'저거' 때문인가?
나는 물티슈를 들고 형의 얼굴을 문질렀다.
정확히는 얼굴에 그려진 흉터를 지웠다.
"제발 바로 바로 지워."
"아, 깜빡했군."
세게 문지르며 분장을 다 지우자 그때서야 김독자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풀어졌다.
그리고는 내밀어져 있는 형의 손을 이제야 알아챘는지 본인의 손도 내밀었다.
형이 손을 잡고 살짝 흔들고는 말했다.
"그래서, 여긴 무슨 일로 왔지?"
*
"뭐 그딴 새끼가 다 있지?"
"그딴 새끼···"
"아, 미안하군."
솔직히 놀랐다.
싸울때조차 욕을 하지 않던 형이 욕을 입에 담았다는 것부터, 동거도 허락하는 분위기였다.
김독자가 형의 사과에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말했다.
"아니··· 딱 맞는 말 같아서요."
"그런가."
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챙기며 말했다.
"먹을 것 좀 사올테니 놀고 있어."
형이 집 밖으로 나가자 그제서야 움츠러들었던 어께가 사르르 내려갔다.
"편하게 있어."
"응, 물어볼게 있는데."
"뭔데."
"그··· 너희 형은 원래 좀 차가우셔?"
차갑다라고 볼 수 있는 남자긴 했다.
결코 잘 웃지 않았고 울지도 않는다.
하지만 단연코 차가운 남자는 아니다.
여태까지의 행적을 생각하면 오히려 장난을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차가웠다.
평소보다 차가웠던 이유는 간단하다.
"형도 긴장했을걸."
"어?"
"우리 형, 저렇게 생겼어도 여자 손 한번 잡아본 적 없어."
때마침 형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에는 귀찮았을 전화가 조금은 반갑다.
[걔 좋아하는 과자 있나?]
나는 전화를 귀에서 살짝 떼고 말했다.
"좋아하는 과자 있냐는데?"
그러자 김독자가 멍든 목덜미를 만지며 자그맣게 말했다.
"초■송이."
"형, 초코송■래."
[그래.]
그러고는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다시 스마트폰을 식탁에 내려놓고 말했다.
"아, 네 방은 여기야."
식탁 옆에 있는 방을 가르켰다.
원래는 남는 방이였지만 청소는 자주 해뒀기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김독자가 방 문을 뚫어져라 보더니 내쪽을 보며 말했다.
"실례란건 아는데, 잠시만 눈좀 붙여도 될까?"
"실례 아니니까 자고 와."
*
"독자는 어디갔지?"
"자러갔어."
"다행이군. 낯설어 하진 않는 듯 하니."
"···형, 제발 말투좀."
어쩌다보니 전부 이름만 같고 다른 캐릭터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