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집에서 고히 자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지하철에서 유상아의 갈색머리를 보고 있다. 꿈인가?
나는 허벅지를 살짝 꼬집었다. 꽤나 아파서 꿈은 아니란걸 깨달았다.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쓰는 앱 알려드릴까요?"
이미 한번 들은 말이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나는 과거로 온 것 같다. 유중혁이 이런 기분이려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일단 흥분하지 않고 상황에 적응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힐끗 보니 시간은 약 5분가량 남았다.
곧 tls123, 즉 도깨비왕이였던 제 4의 벽에게서 연락이 올거다.
"그 앱, 알려주세요."
유상아가 기쁜 듯 싱긋 웃고는 내게 말해주었다.
"learn to speak라는 어플인데···"
때마침 스마트폰이 울렸다. 나는 속으로 다행이라 여기며 스마트폰을 힐끗 보았다. 예상대로 tls123에게서 온 메일이였다.
"잠시만요. 김부장님이 제게 내일 처리해야할걸 주셨네요. 이거만 받아도 될까요?"
유상아가 하던말을 말을 끊고 아쉽다는 듯 말했다.
"아, 넵. 받으셔도 되요."
메일함을 열자 당연하게도 tls123이라는 닉네임으로 메일이 와 있었다. 그 메일의 첨부파일을 받자마자 지하철이 굉음을 지르고 크게 흔들리며 불이 꺼졌다.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유상아또한 어께를 잔뜩 움츠렸다. 그런 유상아의 어께를 감싸며 그녀에게 허망한 소리를 말해버렸다.
"조금 이따가, 이상한 솜사탕덩어리가 나타나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그 아무말도 하지 마세요. 부탁입니다."
유상아가 겁에 질린 표정이였지만 이 개같은 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다시 당부했다.
"여기 가만히 계세요."
아직 시나리오 시작은 아니다. 그렇다면 혼란이 있기 전에 동료를 모아야한다. 나는 천천히 앞에 있던 꼬마에게 다가갔다.
아무 표정도 없이 앉아있는 이길영의 어께를 잡고 느닷없이 말했다.
"내 이름은 김독자야. 이 형이 이 통좀 빌려도 될까?"
빛이 거의 없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가 곤충 채집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 정도는 보였다. 나는 그에게서 메뚜기가 들어있는 통을 받고 통에서 메뚜기를 한마리 꺼내주며 말했다.
"이따가 내가 지금! 이라고 외치면 그 알을 움켜쥐어서 터뜨려줘."
이길영이 메뚜기를 살포시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하며 다시 일어서 유상아에게 다시 다가갔다. 그리고 똑같이 통에서 메뚜기 한 마리를 꺼내며 말했다.
"유상아씨, 이따가 제가 소리치면 이걸 죽이세요. 어떻게 죽이든 상관은 없습니다. 그럼 아무 일 없을겁니다."
유상아가 손에 올려져 있는 메뚜기를 바라보다가 살짝 쥐었다. 다시 일어나 이번에는 이현성을 찾았다. 거대한 몸집 때문인지 눈에 띄었다.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현성 중위님 맞으신가요?"
이현성이 뒤돌아 나를 보았다. 그리고는 그가 말했다.
"맞습니다만,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그에게 천천히 말했다.
"저는 중위님께 예전에 도움을 받은 사람입니다. 제가 조금 예언을 할줄 아는데 중위님께 이득이 되고 도움이 될 제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현성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차싶은 생각에 말을 정정했다.
"뭐 금전적인건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상황에서 제가 드리는걸 움켜쥐시면 됩니다. 해주시겠습니까?"
내가 아는 이현성은 거절같은건 할줄 모른다. 거기에 저리 쉬운 부탁이니, 받아주겠지.
"알겠습니다. 무슨 부탁이신가요?"
그렇지! 나는 통을 뒤져서 메뚜기 한 마리를 쥐어 그에게 주며 말했다.
"이따가 제가 신호를 드리면 이걸 움켜쥐어서 뭉개주세요."
이현성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였지만 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속는 셈 치고 해주세요."
이현성이 손에 쥐어진 메뚜기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인사하고 다음 사람을 찾으러 다녔다. 지금부턴 이제 좀 힘들다.
"한부장님."
한명오가 유상아를 훔쳐보다가 놀라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큼큼! 무슨일인가?"
한명오의 태도가 맘에 안 들었지만 그는 나중에 꽤나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이따가, 제가 신호를 드리면 이 알을 뭉개주세요."
"뭔 미친 소리인가?"
역시 짜증난다. 그냥 여기서 그를 죽이고 아스모데우스의 화신체의 존재를 없애버릴까 고민했지만 애써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
"유상아씨와의 자리를 주선해 드리겠습니다. 아까부터 저와 같이 있던거 기억하시죠?"
한명오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그 자리 때문에 하는게 아니니 기억하도록."
그가 메뚜기를 받았다. 이제 남은건 단 한명. 이 자식이 제일 짜증난다. 이 상황이 신나기라도 한듯 일어나서 실실 웃고있는 저 하얀머리, 김남운에게 다가갔다.
"음? 아저씨는 누구야?"
아저씨란 말이 조금 기분 나빴지만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이따가 내가 신호를 주면 이 메뚜기를 죽여. 그러면 네가 하고 싶은걸 하게 해주지."
김남운이 하찮다는 듯 웃었다. 그런 그가 짜증났지만 겨우 평정심을 유지하고 말했다.
"너, 사람을 죽여보고 싶지? 내 부탁을 들어주고 나와 동행한다면, 나중에 너에게 죽어줄게."
김남운이 흥미가 생긴듯 말했다.
"그 메뚜기 줘봐."
나는 그에게 메뚜기를 넘겼고 그가 그 메뚜기를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말했다.
"이걸 그때 죽이기만 하면 나중에 나한테 죽어준단거, 거짓말이면 끝까지 찾아다닌다."
나는 그런 그에게 웃어보이고는 스마트폰을 보았다.
6:59, 7:00.
허공에서 스파크가 일며 솜덩어리같이 생긴게 나타났다.
꽤 그리운 얼굴이였지만 지금의 그는 내가 아는 그가 아니기도 하니 나는 내가 해야할 일을 했다. 비형이 시나리오를 줄때까지 기다렸고 시나리오를 받자 바로 소리쳤다.
"지금!"
그러자 유상아와 이현성, 이길영, 한명오, 김남운이 동시에 들고있던 알과 메뚜기를 뭉갰다. 나는 바로 책갈피를 썼다. 다행히 책갈피의 내용물은 동일했다. 다만 성능이 하락 되었다. 나는 현재 가능한 스킬중 가장 강한 스킬인 '바람의 길'을 사용했다.
내가 한창 쓸때에 비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약했지만 코인을 쓰지 못하는 사람정도는 죽일 만 했다. 나는 바람의 길로 정확하게 5명을 제외한 모두를 죽였다.
과거의 나야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