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는 상반되게 오늘 하루는 꽤나 평범했다.
편하게 자고, 편하게 사탕도 먹었다.
묘하게 느껴지는 김독자의 시선도 가끔은 있었지만 딱히 신경 쓸 정도는 아니였다.
불편하다기보단 나도 모르게 화가 나버렸다.
보기만 하지 말고 차라리 말이라도 걸어줬으면 싶은 마음이 잠깐 들었다.
어제 하루 때문에 외로움을 타는거겠거니 생각했다.
평소 걷던 길을 걷고,
평소 나를 반겨주던 집사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평소 두드리던 노트북을 두들겨댔다.
소설을 쓸때는 마음이 편해진다.
편해지는걸 넘어서 몰입하게 된다.
그 몰입을 위해 무엇이든 했다.
쥐어본 적도 없는 검의 중량감을 묘사하기 위해 나뭇가지들을 만져서 몰입해봤다.
먹어본 적도 없는 독의 감각을 묘사하기 위해 물에 간장과 민트농축액, 캡사이신을 넣고 섞어 마셔 몰입해봤다.
느껴본 적도 없는 살기의 공포를 묘사하기 위해 일부러 방을 춥게 만들어 비슷한 느낌으로 몰입해봤다.
한 번도 짊어져 본 적 없는 생명의 무게를 묘사하기 위해 죽여본 적도 없는, 죽이고 싶지도 않던 곤충들을 죽여 몰입해봤다.
한 번도 잘려 본 적 없는 팔이 잘려나간 상실감과 고통을 묘사하기 위해 커터칼로 몸을 베고 소중한 물건을 버려 몰입해봤다.
느껴보지도, 받아보지도 못한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감정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몰입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는 감각도 모른다.
묘사를 위해 로맨스 소설도, 커뮤니티 글들도, 만화도, 애니메이션도 다 보았다.
하지만 더욱 모르게 되었다.
정확히는 알 것 같을때마다 김독자가 생각나버린다.
이 감각은 로맨스도 아닐뿐더러 묘사도 불가하다.
그렇기에 오늘은 몰입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노트북을 덮는다.
그리고는 부족한 잠을 위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이번에도 그 꿈이라면 내 몸에 이상이 생긴거거나, 내게 망상병이 도진거란 생각과 함께 다시 잠의 바다로 몸을 던졌다. 몸은 수면에 둥둥 떠 있음에도 의식은 심해로 빠져드는 기분이 묘했다.

"야, 한수영!"
"또 이 꿈이야?"
"시발 꿈은 뭔 꿈?"

순간 내 앞에 이 남자가 누군가 생각했다.
누가봐도 김독자였다.
인상이 조금 달라지긴 했다만.
저 깔끔한 목소리는 김독자밖에 낼 수 없다.
하지만 그의 행동거지는 김독자가 아니였다.

"어?"
"어는 얼어뒤질 놈의 어고. 저기 매점가서 사탕좀 사와. 아 레몬사탕은 안 돼."

나는 그에게 밀쳐졌다. 그러자 이미 매점 안이였다.

"저기, 사탕···!"

주변이 레몬사탕으로 변했다. 마치 원래부터 레몬사탕이였던 것처럼.
산처럼 쌓인 레몬사탕 위를 김독자가 자박거리며 즈려밟고 올라와 말했다.

"피해만 주는 찐따년."

처음이였다. 꿈에서 깼으면 한건. 김독자가 저럴 리 없다. 그의 그 선한 눈빛은, 호의 가득한 목소리는, 작은 행동에도 묻어나오는 선의는 다 어디로 간걸까. 꿈이여도 이건 좀 심하다. 그냥 깨자.

그리고 놀랍게도 그 즉시 꿈에서 깼다.
쉬지 못했던 숨을 쉬고 흠뻑 젖은 몸이 찝찝해 다시 씻었다.
차라리 이전까지 꾼 꿈이 나았다.
로맨스는 몰라도 정신붕괴는 확실히 쓸 수 있을 것 같아졌다.





이번건 좀 중구난방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