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유상아 입니다.


저는 다양한 인종들과 문화가 모여사는 도시.

'스타 시티'의 히어로 입니다.


초능력으로 빌런들을 제압하다보니 어느세 스타 시티에서 연예인만큼 유명해졌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에게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하하하! 오늘도 저의 승리군요! 걱정 마세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니까요! 다음에 또 만나요, 히어로 월하현제님!"


검거율 100%를 자랑하던 저에게 정말 가증스럽고 짜증나는 빌런이 나타났습니다.


지금 정의의 히어로가 해야할 대사로 저를 도발하며 검은 날개를 펼쳐 날아가는 빌런. 코드네임 <마왕>

이 망할 마왕 때문에 제 히어로 인생이 점점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처음 맛보는 패배의 쓴맛에 건물 옥상에 드러누워 사후 처리 팀이 도착하기 까지 한참을 씩씩댔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저 못된 빌런에게 수갑을 채우리라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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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마왕은 정말 이상한 행동만 골라서 했습니다. 아침 출근 시간에 지하철 운행을 정지시켜 버린다던지, 신호등을 고장내버린다던지......역시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정말 사악한 빌런이 따로 없습니다.


저는 본부로부터 마왕의 전담 히어로로 배정받았습니다. 다행히도 징계는 받지 않았지만, 뉴스에선 벌써 저의 패배를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하아......진짜 마왕놈 잡히면 죽여버릴거야."


분노의 시리얼로 아침을 해결한 뒤 본부로 출근을 하려고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아빠! 이러다가 늦겠어요!"


그때, 옆집에서 명랑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어제 새로운 이웃이 옆집으로 이사왔던 것을 기억했습니다. 저는 인사도 할겸, 아이에게로 다가가 인사했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유치원생 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며 제 인사를 받아줬습니다.

저는 아이의 아버지가 궁금해하던 찰나......몸이 굳어버렸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못 드렸군요."


제 옆집에......바로 <마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틀림없었습니다. 빌런 주제에 얼굴도 가리지 않아 그의 얼굴을 한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 당신......"

"아빠, 유치원 늦겠어요!"


입을 열려던 찰나, 아이가 끼어들었습니다.

마왕은 아이의 말에 시계를 보곤 아이를 훌쩍 안아들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바빠서,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비유야, 인사해야지."

"안녕히 가세요."


남자와 비유라 불린 아이는 그렇게 훌쩍 사라져버렸습니다.


저는 제 이웃이 빌런이라는 충격에 그 자리에서 몇분동안 굳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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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대체 무슨 속셈이죠?"

"속셈이라니요. 무슨 섭섭한 말씀을."


유상아는 지금 자신의 집에서 마왕과 마주앉아 있었다. 마왕이 가증스러운 얼굴로 이사 떡과 수건을 가지고 초인종을 눌러와 그를 자신의 집 안으로 들였다.


"알고 접근한건가요?"

"설마요. 저도 처음엔 정말 당황했답니다."

"그럼 대체 왜 많고 많은 집 중에 하필이면 제 옆집으로 이사 온 거죠?"

"그저 우연의 일치였을 뿐입니다."

"이봐요, 김독자씨. 저 장난하는 거 아니에요. 전 지금이라도 당장 당신을 체포할 수 있어요."

"정말요? 그럼 저번엔 왜 못했어요?"


마왕, 김독자.

싱글싱글 웃는 저 미소엔 분명히 자신을 조롱하는 감정이 있었다.


"뭐, 사실은 이 근처가 아이 키우기엔 정말 좋다고 해서요. 유치원 부터 고등학교까지 대중교통으로 20분안에 전부 있으니까요. 스포츠 센터도 있고..."

"그 아이는 당신의 친딸인가요?"


독자는 피식 웃었다.


"아뇨, 입양아 입니다. 그래도 제 친딸처럼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죠."

"후계자로 키우려는 거군요."

"아하하! 말도 안되는 소리를! 세상에 그런 아버지가 어딨습니까?"


독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상아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못했다.


"이건 정말입니다. 비유는 꼭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거든요."

"하아......정말. 빌런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건지......이제 그만 가세요."

"예, 다음에 저희 집으로 오시면 식사 한번 대접해 드리죠."

"안가요."


상아가 축객령을 내리자 독자는 씨익 웃고는 자신의 집. 옆집으로 돌아갔다.


히어로들과 빌런들 사이에서도 나름의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

가령, 빌런이 그저 시내를 돌아다니며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경우도 있고, 히어로가 도박장을 가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까, 만약 그렇게 만나면 체포하지 않고 넘어가주는 것.

만날때마다 초능력으로 치고받고 싸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를 히어로 연합과 빌런 연합에서 규정을 해놓은 것이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있을 경우엔 절대로 공격을 해선 안되었다. 민간인을 끌어들인 경우에는 두 연합으로부터 동시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물론 빌런이 '테러를 저지르는 중'인 경우는 상관없었다. 빌런의 가족들은 히어로 본부에 구속되었다가 협조한 것이 없으면 석방되었다.


"아니, 그래도 빌런이랑 옆집에 사는 건 좀......"


싱글대디라 그런지 독자는 주로 집에서 집안일을 했다. 가끔씩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것을 보기도 하고, 비유랑 어디론가 나들이 나가는 것을 보기도 했다.


"빌런이 바로 옆집에 있는데 검거를 못하다니......대단하다, 대단해.......아, 호출이다."


그런 상아의 손목에서 히어로 호출벨이 울렸다. 상아는 즉시 탈의를 하자, 받쳐 입고 있던 히어로 슈트가 드러났다. 그리고 즉시 창문을 열고 초인적인 속도로 건물 위를 뛰어다녔다.




잠시 뒤, 어느 폐공장.


주위에 6명의 복면인들이 신체 일부가 절단되어 죽어 있었다. 전부 상아의 초능력에 살해당한 상태였다. 그리고.


"허억.....으윽...."


상아의 복부에도 기괴한 철조각이 하나 꽂혀져 있었다. 결코 적지 않은 양의 피가 복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구급요원......요청바람....."


상아는 손목에다가 대고 숨을 헐떡거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 곧 히어로 팔찌는 알람음을 울리며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냈다.


[현장 도착까지 약 5분이 예상되며......]


어느새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의식이 아득해져만 갔다.


'아무리 그래도......능력자 6명이랑 싸우는 건 무리였나......'


어중이 떠중이들일거라 예상했지만, 꽤나 현장에서 굴러본 느낌이 확연했다.


'아......아직 해보고 싶은게 많은데.....이렇게 죽는구나. 그래도, 이정도면 나름 열심히 했지.'


그래도 자신은 정의를 지켰노라......생각하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려던 찰나.


"제 전담 히어로께서 정말 꼴이 말이 아니시군요."


하늘에서 천사, 아니 마왕이 내려왔다. 3쌍의 날개를 활짝 편채로. 독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시체들을 훑어본 다음 상아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아 올렸다.


"제 딸이 당신을 너무 좋아해서 말이죠."


상아는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느낌 속에서 잠시 정신을 잃었다.


.

.

.


상아는 1인실에 누워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히어로, 빌런에게 도움받다?]


아니나 다를까, 뉴스에선 자신을 보도하고 있었다.


화면엔, 3쌍의 검은 날개를 펼친 독자가 병원 응급실 정문에 내려서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품에 안겨있는 것은 자신이었다.


사각ㅡ 사각ㅡ


"......이봐요."

"왜요?"


그리고 지금 병실에서 제 앞에 앉아 사과를 깍고 있는 것도.


"당신 무슨 짓을 한 건줄 알아요?"

"네, 죽어가는 한 생명을 구했죠."

"하아......"


상아는 머리를 짚었다. 자신의 스마트폰에선 연신 메시지가 날아오고 있었다. 모두 엄청난 가쉽거리를 찾은 방송사들이었다.


"일단, 다시한번 고마워요."

"하하하."

"근데.....대체 왜 절 구한거죠? 히어로가 없어지면 빌런에겐 더 좋은 거 아닌가요?"

"에이,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본래 백이 있으면 흑도 존재하는 법이죠. 태극 모릅니까? 태극. 음과 양의 조화 말이죠. 히어로도 빌런이 있어야 히어로고, 빌런도 히어로가 있어야 빌런이죠. 그게 아니라면 그냥 칼든 괴한일 뿐입니다."


상아는 눈을 새초롬하게 떴다.


"뭔가 쓸데없이 철학적이군요."

"칭찬입니까? 욕입니까?"

"욕이요."

"허, 참......"


독자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예쁘게 깍은 사과를 상아에게 내밀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딸 하원 시간이라....."

"네, 안녕히 가세요."

"쾌차하세요."


빌런이 히어로에게 쾌차하라니. 상아도 순간 제 처지에 어이가 없어졌다.

그리고 다시 스마트폰을 보자 동료 히어로인 정희원에게서 온 메시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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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원: 상아씨, 몸은 좀 어때요?

희원: 나중에 임무 끝나고 현성씨랑 찾아갈게요.

희원: 근데 그 마왕이랑 무슨 사이에요? 완전 난리던데......

ㅡㅡㅡㅡㅡ


상아는 한숨을 쉬곤 메시지를 보냈다.


ㅡㅡㅡㅡㅡ

상아: 이웃집 주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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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검색 플랫폼에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실시간 검색어' 1위 부터 8위까지 전부 자신과 마왕에 대한 검색어였다.


상아는 머리가 아파와 병상에 몸을 파묻었다.


순간, 자신을 내려다보던 독자의 얼굴이 생각나 베개를 꽉 움켜쥐었다.


'근데......왜 그런 표정이었을까?'


상아는 마음속에 생긴 이상한 느낌을 이내 무시하곤 눈을 감았다.





다음에 계속



ㅡㅡㅡㅡㅡ

담편도 기대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