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방에 들어가 있어도 될까요? 짐도 풀 겸."
"아, 응. 들어가 있어, 상 다 차리면 부를게."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녀가 내 집에 온 지 두 시간 째, 그녀는 반말이 불편한 지 존댓말로 돌아갔다. 그녀에게 맞추려 나도 말을 높였다가 낮추라고 혼났다. 그녀는 여전히 돌아 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시간도 늦었고 이 밤에 여자를 내쫓아 낼 수 있을 만큼 무정하지 못한 나는 결국 그녀에게 밥을 차려줬다. 혼자 살기에 그리 많은 재료가 있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계란 프라이와 전자레인지에 돌린 찬 밥이 전부였다. 반찬도 이모가 보내는 생활비를 쪼개서 쪼개서 남은 돈으로 산 김치 정도였다. 나는 식탁 위에 전자레인지에 데운 밥 두 그릇을 올리고 집에 있던 김치 팩을 뜯었다.
노릇노릇 구워진 계란 프라이까지 식탁에 놓자 유상아가 방에서 나왔다. 차린 후를 노린 건 아닌 것 같고 그저 방에 있는 것들을 구경하다가 타이밍 맞게 나온 것 같았다. 그녀가 내가 차린 상을 보더니 2시간 동안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미소를 보였다. 정말 아름다운 미소였다. 행복하기라도 한 듯 해맑은, 마치 소설 속 여 주인공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의 미소에 감탄하고 있을 때 그녀가 내게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앉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먹어줘."
*
"저기, 선배."
"응?"
식사를 끝내고 설거지를 하려는 내게 유상아가 와서 내게 말을 걸었다. 답을 하며 그녀 쪽을 바라보자 내가 잡고 있던 그릇을 본인이 가져가며 말했다.
"제가 설거지 할 테니 들어가 계세요.."
거절하려 했으나 이미 그녀가 내 등을 살짝 살짝 밀며 나를 부엌 조리대 앞에서 떨어지게 했다. 그러고는 손에 끼워져 있던 고무장갑을 벗기고 본인이 꼈다.
"얻어먹은 입장에서 이런 것도 안 하면 염치가 없잖아요?"
그러고는 내게 가란 듯 손을 위 아래로 휘저었다. 마지못해 나는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방에 들어갔다. 방 문고리를 잡자마자 기억 난 사실이 있었다. 방 정리를 안 해뒀었다. 이불은 제 자리를 벗어나고 심각한 경우는 옷이 널부러져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제발 적당히 정리 되어 있어 달라는 기도와 함께 방 문을 열었다. 그러자 꽤나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옷은 각이 잡혀 개어져 있는 데다 이불은 침대 위를 깔끔히 덮고 있었다. 거기다 책들은 책장에 고히 박혀 있는 데다 책상에는 광까지 났다. 그 것에 감탄하고 있을 때 눈에 들어온 건 노란 색의 포스트 잇 이었다. 거기에는 동글동글한 글씨로 내게 알리는 듯한 글이 적혀 있었다.
'방 정리는 해주세요, 계속 지내실텐데 더러우면 기분이 좋진 않잖아요.'
누가 봐도 유상아가 남긴 글이었다. 더러운 것도 사실이고 누군가에게 꾸중을 듣는다는 감각은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한 데다, 방이 정리 되어 있으니 기분도 좋았기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나는 그 포스트잇을 떼어서 방을 나왔다. 그러자 유상아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힐끔 보더니 다시 설거지에 집중했다. 나는 어깨를 살짝 으쓱 거린 후 그 포스트잇을 방 문 앞에 붙였다. 떨어지거나 떼가 타면 안 됐기에 코팅 스프레이도 가져와 치익 하고 뿌렸다. 그때 서야 유상아가 이 쪽을 보았다. 그리고 1초도 안 되서 그 포스트잇을 가르키며 물었다.
"도, 도대체 그건 거기 왜 붙이시는 거에요?"
꾸중이라던지 그런 의미로 묻는 건 아니란 건 바보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당황과 부끄러움이 섞여 그녀의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나는 금방 코팅 된 포스트잇을 두드리며 웃음기 담아 말했다.
"방 청소하라는 말 세겨 들으려고."
"얼른 떼요!"
그녀가 고무장갑을 벗고 포스트잇 쪽으로 손을 뻗었다. 나는 그 팔을 약하게 잡고 말했다.
"코팅한 거라 떼면 더러워질걸."
그러자 유상아가 한숨을 쉬며 다시 고무장갑을 꼈다. 그 모습이 마치 장난감을 뺏긴 강아지 같아 귀여운 것 같기도 했다.
*
"선배, 어제 못 잤어요?"
나는 하품을 작게 한 후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벼빛 눈동자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유상아가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리는 그녀를 보고 겨우 답을 해줬다.
"집에 누굴 데려온 건 첨이라 잠이 잘 안 오더라."
그러자 유상아가 피식 웃었다.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 웃음이다. 그녀가 그 웃음을 유지하고 그 웃음을 목소리에 흘리며 말했다.
"익숙해지셔야 해요, 그래야 같이 지내죠."
"돌아간다는 선택지는 없어?"
"네, 그런 선택지는 없어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2학년 층에 도착했다. 유상아와 인사를 한 후 교실로 들어가자 관심도 없던 애들이 내게 몰려와 물었다.
""아까 걔 여친이냐?!""
독상으로 복귀하니 기분이 좋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