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팬픽은 전지적 독자 시점을 일부 설정 및 캐릭터의 원작으로, 자살하려는 소녀를 방해하고 놀러다니는 이야기의 내용을 본 작품의 전반적인 스토리의 원작으로 두고 있습니다. 최대한 한국화를 해보겠으나 원작이 일본 소설인 만큼 한국에서는 이게 되냐는 생각이 들 만한 내용이 일부 존재합니다. 그리고 자살하려는 소녀를 방해하고 놀러다니는 이야기의 내용을 원작으로 둔 만큼 본 작품또한 그 소설과 유사하다 못해 거의 동일합니다. 또한 전지적 독자 시점 내에서 비춰진 유중혁이나 김독자와는 다른 캐릭터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리고 시작하겠습니다.
한 소녀를 방해하고 있다.
그 소녀는 항상 혼자서 싸우고 있다.
그 소녀는 종종 패배해 죽는다.
그 소녀는 나를 닮아 있었다.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삶이 목을 옥죄어 오는, 그런 나와 비슷한 소녀다.
그냥 죽게 두는 게 그녀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이자 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죽기를 그만 둘 때까지 계속 막을 것이라 매일 다짐한다.
자살을 막는 건 어렵지 않다.
그저 자살하려는 그녀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하고, 그녀가 도착하면 그녀를 데리고 놀러 갈 뿐이다.
*
4월 초, 맑고 화창하다 못해 뻥 뚫린 기차역 천장으로 벚꽃이 들어 올 정도로 환상적인 날이었다.
이 날, 이른 아침부터 나는 기차역 승치장 가장자리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있었다.
수 많은 학생들과 회사원들 또한 북적이며 열차를 기다릴 정도로 이른 시간이었다. 학생도 아닌 데다, 회사도 안 다니는 말 그대로 백수가 있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아직 교복이 어색해 보이는 학생 몇 명이 큰 소리로 떠들어 댄다.
교복도 펑퍼짐하고 얼굴에 풋기가 잔뜩 서려 있는 걸로 봐선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 한 1학년 같았다.
그 뒤에는 교복이 어느 정도 어울리는 여고생 세 명이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또 그 옆에 있는 학생 연인들이 풋풋하다 못해 로맨스를 찍고 있었다.
난 그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깔려진 인생의 레일을 매끄럽게 타고 가는 그들이 눈부시게 보였다.
딱히 그들의 젊음이 부럽다는 건 아니었다.
나도 그들에게 밀릴 정도로 늙지도 않았고, 습관적으로 관리도 하고 있으니 그들과 동갑내기, 또는 수험에 시달리지만 관리는 제대로 하는 고등학교 3학년 정도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질투하고 있었다. 내 학창 시절은 내 눈앞에 있는 그들과 하늘과 땅, 아니 태양과 심해와 같은 차이가 있었다.
그 당시 나는 고독했다.
'학창시절에서 가장 즐거웠던 추억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이 들어오면 1초, 아니 0.1초도 안 돼서 답할 것이다.
그딴 게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예 없진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게 안 좋은 방향으로 날 이끌었기에 결론적으로는 없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학창시절을 실패한 건 아니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할 시기에 난 이미 진로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문득 한숨을 쉬는 회사원을 바라보았다.
고등학교는 자퇴했기에 대학교도 가지 못한다. 거기다 겨우 이룬 꿈마저 놓아버린 채 맞이해버린 스무 살은 내게 인생의 탈선을 일러주었다.
' 어떻게 했어야 행복했을까?'
옛날부터 수없이, 아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고민해보았다.
그러나 결론은 매번 똑같았다. 토씨 하나 틀린 것 없는 같은 답이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행복했다.'
태어났기에 불행했고, 인생을 망칠 수 있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시작부터 내 레일은 낭떠러지를 향해 있었다.
어떤 길을 택한다는 건 내 레일에 맞지 않는 표현이었다.
내 인생은 모든 길이 낭떠러지일지도 모르고, 심지어는 아예 길이 하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수를 써도 눈 앞에 저 행복한 학생들처럼, 회사원처럼 될 수 없다.
이미 늦은 나 자신을 탓하고 후회한다 한들 의미가 없다.
이런 인생을 개척할 방법도 모른다.
그렇기에 어떻게 해야 다른 이의 고민을 풀어줄 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그 아이가 자살을 멈출까.'
승강장에 서 있는 한 소녀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 소녀는 기차의 마지막 칸, 그 뒷 문이 열리는 위치에 홀로 서 있었다.
어째서 그런 곳에 서 있는 걸까.
난 알고 있다.
소녀가 서 있는 방향은 기차가 들어오는 방향.
즉, 열차가 올 때는 아직 속도가 빠른 상태다.
몸을 던져 자살하기엔 안성맞춤인 곳이란 의미다.
물론 셜록이 와도 그녀가 여기서 자살 할 거란 생각은 못하겠지만.
하지만 저 소녀는 자살하기를 위해, 그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저곳에 서 있다.
(金獨子)
김독자
중학교 3학년이며 내가 항상 자살을 막고 있는 소녀다.
등까지 곧게 자란 검은 머리, 가냘픈 몸에 피부도 새하얗고 미인상 이었다.
또한 다리가 길어서 인지 또래 여자애들보다 조금 키가 커 보여 확실히 성숙함이 묻어 나왔다.
분명 남자들에게 인기도 있을 것 같았다.
간단히 말해서, 자살과는 거리가 멀다 못해 관련이 없었을 것 같은 아이다.
나는 그런 소녀의 자살을 막기 위해 아침부터 여기서 망을 보고 있었다.
길고 예쁜 흑발이기에 안 그래도 눈길을 끄는데, 교복과 정장들 사이에서 사복을 입은 김독자는 평소보다도 더 눈에 띄고 있었다.
분위기는 어른스러웠으나 옷차림에서는 아직 본 나이의 티가 남아 있다.
심지어 승차장 가장 끝에서 서 있다면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녀를 보고 있자, 기차가 온다는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쾌한 국악 비슷한 게 귀로 흘러 들어왔다.
김독자는 지금 들어오는 기차에 뛰어 들어 자살한다.
그걸 알고 있자니 들리는 노래가 마치 장송곡 같이 들렸다.
전광판에서도 기차가 온다는 문자열이 흘렀다.
나는 슬슬 의자에서 일어나 들키지 않게 김독자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녀는 다가오는 기차를 쳐다보느라 나를 발견하지 못한 듯 했다.
기차가 다가오며 커지는 소음이 그녀의 귀를 막아줘서 내 걸음 소리가 가려졌다.
독자가 선로 쪽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하고, 기차가 들어오기 직전 그녀가 마지노선인 노란 선을 넘었다.
그에 호응하듯 경적 소리가 강하게 고막을 가격했다. 나도 모르게 귀를 막고 싶어진다.
경적소리로 승차장의 대화가 싹 사라져 기차 이외의 시간이 멈춘 게 아닐까 싶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굉음을 울리는 기차가 내 앞을 쌕 하고 지나간다.
그 풍압으로 김독자의 긴 머리가 흩날렸다.
순식간에 기차의 머리는 지나가고 풍압은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김독자는 천천히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손을 따라 내 얼굴을 보았다.
내 얼굴을 확인한 김독자의 표정은 불쾌해보였다.
남이 나를 욕하든 뭘 하든 상관쓰지 않는 나도 살짝 기분이 상할 정도로 명확한 경멸의 표정.
경적소리가 잦아들자 시간이 다시 흐르기라도 하는 양 대화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와 씨, 식겁했네" "너 너무 놀라는 거 아냐?" 라며 웃는 남학생들,
"뭐야? 뭔데? 자살?" 이쪽을 보며 대화하는 여학생들,
자살할 거면 다른 곳에서 해라" 라며 고함을 치는 회사원들, 그런 목소리들이 이곳 저곳에서 들린다.
나는 그들의 목소리와 눈초리를 무시한 채 "위험했군" 이라며 되도 않는 미소를 지었다.
"죽을 수 있었는데."
김독자는 얇은 팔을 붙잡힌 채, 화난 듯이 말했다.
아니, 화난 게 분명한 것 같다.
"아직도 자살을 포기할 생각이 없나?"
김독자는 싫증이 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자살하려는 건 처음이 아니다.
요 4개월 간 12번 자살을 시도했고, 그때마다 나는 방해했다.
"12번 구했다. 몇 번을 하든 결과는 똑같다는 건 잘 알거라 믿지."
"구해준 게 아니라 방해한 건데요."
김독자는 작은, 내가 그녀의 말에 집중하지 않았으면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필요 없는데" 라며 덧붙였다.
매번 이런 식이다.
그녀는 자살을 방해 받았다고만 생각할 뿐.
사실 나도 그런 자각은 있고, 덕분에 그때마다 미움받고 있다.
"절대 방해 안 해요."
내 손을 뿌리치며 강한 어조로 말하곤 도망치듯 혼자서 걷기 시작한다.
그녀를 쫒아가며 계속 설득한다.
"그만 둘 때까지 계속 방해 할 거다."
"이젠 방해라고 당당히 말하시네요···."
"그래, 몇 번이든 해주겠다."
한숨에 가까운 대답을 받아넘기자 그녀는 못마땅한 얼굴로 물어왔다.
"···대체 어떻게 제가 뭘 하려는지 아시는 건가요?"
지금까지도 몇번이나 물어왔다.
그녀는 시간이나 장소를 정해놓고 자사를 하는 게 아닌데도 항상 내가 나타나기에 궁금할 것이다.
"또 그 질문인가? 글쎼··· 슬슬 알려주도록 할까."
턱에 손을 대고 진지한 표정을 짓자, 지금까지 눈도 안 마주치던 김독자가 멈춰 서서 이쪽을 보았다.
평소에는 어물쩍 넘기기에 이번 대답은 예상 밖이었던 것 같다.
나는 뜸을 들이며 "그건 말이다···" 라며 운을 띄운다.
거기에 이끌리 듯이 그녀는 "그건···?" 이라는 얼굴로 이쪽을 본다.
평소의 매정한 그녀가 이렇게까지 다가오는 건 드물다.
그녀의 맑고 깨끗한 눈동자에 기특함을 넘어서 어딘가 빠져드는 느낌까지 받았지만, 내 대답은 언제나 같다.
"아니지, 자살을 그만둔다면 말해주도록 하겠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던 동심과 이채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그녀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이제 됐어요. 안녕히 가세요." 라며 다시 도망치듯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나도 한숨을 쉬며 뒤를 쫒았다.
분명히 빠른 걸음인데다 먼저 시작했으나 내 쪽이 더 키가 커서 그런지 늦게 출발한 나와 그녀는 비슷한 속도로 걷고 있었다.
"자살하는 거 그만두면 알려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설득해봤자 걷는 속도가 빨라질 뿐 대답은 없다.
놓치지 않도록 쫒아가며 왼 쪽 손등에 낙인처럼 있는 시간을 확인한다.
"그러고보니, 가고 싶은 곳은 찾았나?"
김독자의 뒷모습에 대고 묻자, "있을리가 없잖아요"라며 대답했다.
"다음에 가고 싶은 곳 생각해두라고 약속 하지 않았나?"
"저는 약속한 적 없거든요. 곧 죽을 사람이 가긴 어딜 가요?"
"하아··· 아무데도 없나? 마지막에 한번 즈음 가봐야 할 장소라던지 그런 것 있잖나."
묘한 자기비하를 한 그녀에게 묻자 "만약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할건데요?" 라며 되물었다.
"지금 데려가 주려고 했지."
김독자가 조금 고민 한 후 돌아보며 무표정하게 무서운 말을 뱉었다.
"그럼 저승으로 가고 싶어요. 데려가 주세요."
미소가 섞인 그녀의 예쁜 얼굴은 평소엔 상상도, 아니 아예 전제에서도 제할 만큼 밝고 나이에 맞는 순수하기 짝이 없는 여자아이로 보였다.
갑작스런 공격에 말문이 막혀있자, "말하라 하셨으면 뭐라도 말해주세요." 라며 언짢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살인범으로 만들 셈인가?"
"저승으로 못 간다면 돌아갈게요."
이대로 그녀를 혼자 둘 수는 없다.
그녀에게는 비밀이지만, 자살을 막을 수 없는 시간대가 있다.
주로 자살을 막은 직후에 다시 자살을 시도하면 대처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살을 막은 후, 같이 있을 필요가 있다.
"···손 놓으세요."
"미안하지만 두 시간만 같이 있어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어차피 집에는 가기 싫잖아."
정곡이었는지, 김독자가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집에 가기를, 아니 아예 집 자체를 싫어한다는 건, 지금까지의 교류로 짐작이 가능했다.
김독자와 처음 만났을 땐 경계받기만 할 뿐 아무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다.
그 무렵은 그저 그녀의 뒤를 쫓을 뿐, 공원 그네에 앉아있거나, 강을 바라보거나 하며 저녁까지 지루하게 그녀와 간접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냈다.
돈도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는 듯, 자판기 앞에서 동전을 세는 모습을 몇 번인가 본 적도 있었다.
공원 수도꼭지에서 물을 마시는 그녀를 보다 못해 나 답지 못하게 음료수를 사준 것으로 대화를 나누게 됐고, 그 후로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데려가는 식으로 자살을 막은 후 어디론가 가게 되었다.
다만, 자살을 막은 직후엔 김독자의 기분이 좋지 않으므로 매번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가 가고 싶나?"
"···그러니까 없다니까요."
부루퉁한 말투였지만 부정적이지는 않은 반응이다.
정말 가고 싶지 않다면 강하게 부정하거나, 아예 무시한 채 가버린다.
이것도 지금까지 대화로 잘 알게 되었다.
순순히 따라온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나를 따라오면 점심도 해결할 수 있으니 적어도 진심으로 싫어하는 눈치는 아닌 것 같았다.
"오늘도 적당히 걷도록 하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김독자의 손을 살짝 잡아당기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따라왔다.
이런 모습에서 그녀의 나이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런 식으로 언제나 자살을 방해했지만, 아무리 반복해도 김독자는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몇주 뒤, 빠르면 며칠 뒤에 다시 자살을 시도한다.
그녀가 자살을 포기할 때까지 몇번이고 막을 생각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 문제는, 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딱히 큰 병이 있는 것도, 빚을 갚지 않아 장기매매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수명과 맞바꿔 힘을 얻었다.
물론 권력이라던지, 육체적인 힘은 당연히 아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이다.
ㅡㅡ
보면서 하고 있는데 원작도 칸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데다 가독성이 괜찮았던 것 같아서 똑같은 방식으로 썼으니 불편하거나 이상하면 말해주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