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김남운과 이지혜의 캐릭터성의 붕괴가 심할 가능성이 농후함




 "이지혜! 여기!"

 이지혜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이지혜도 따라서 손을 흔들려다 아차 싶은 듯 그냥 손만 살짝 올렸다. 그런 모습까지 귀엽다니, 너무 사기적인게 아닌가.

 이지혜가 내게 걸어왔다. 오늘도 대충 묶인 포니테일이 돋보이는 그녀였다. 그렇다고 그녀의 어느 한 곳 뒤쳐지지 않지만 말이다. 나는 그녀에게 웃으며 인사하려 했지만 그녀는 그 인사를 받아줄 생각도 없는지 빠르게 물었다.

 "뭐 때문에 불렀냐?"

 나는 싱긋 웃었다. 인사를 들어주지 않는 그녀가 너무 귀여웠다. 그것도 살짝 아래에 위치해 포니테일이 시야의 대부분이었기에 귀여움은 배가 되는 것 같았다.

 "과제 좀 도와주라."

 "과제? 다음 주 월요일까진데 다 안 했냐?"

 "응, 그러니까 좀 도와주라."
 이지혜가 깊게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며 내게 말했다.

 "도와는 줄 건데, 커피나 그런 건 네가 사라?"

 "어, 알았어." 

*

 "김남운! 여기 잘못 됐잖아!"

 이지혜가 둥글고 얇은 테의 안경을 쓰고 내게 지적을 했다. 그녀의 안경 핏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비호감만 살 뿐이었다. 그렇기에 옆에 있는 그녀의 화면을 보기 위해 상체를 왼쪽으로 기울여 그녀의 화면을 보았다. 그러자 이지혜가 내 뺨을 밀어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얼굴좀 들이밀지 마."

 나는 그 말에 상체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그러자 이지혜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케이스에 넣고 눈가를 꾹꾹 누르더니 내 앞으로 노트북을 드밀었다.

 "여기, 잘못 됐잖아."

 그녀가 마우스로 표시해놓은 부분을 읽어봐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 내게 이지혜가 커피를 살짝 마시고 말했다.

 "그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엎어봐, 자료조사 다시하고."

 그녀의 말을 듣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써뒀던 걸 아예 지워버렸다. 그 과감한 행동에 이지혜가 놀란 것 같은 표정을 지은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나는 얼음이 아직 둥둥 떠 있는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아무리 최상위 화신이 되어도 차가운 걸 단숨에 마시면 머리가 아픈 건 좀 불만스럽다. 녹다 말은 얼음을 와작와작 씹으며 자료조사부터 다시 시작했다.

*

 "아직도 안 끝났어?"

 이지혜가 심심한 듯 턱을 괴고 응결 된 물방울도 다 말라버린 플라스틱 컵을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나는 순식간에 피로해져 버린 눈을 

몇번 감았다 뜬 후 지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아직 좀 남았으니까 먼저 가, 도와줘서 고마웠다."

 그러자 이지혜가 손으로 내 눈과 노트북 사이를 찔렀다. 고개를 살짝 들자 그녀의 검은 눈이 보였다. 마치 바다처럼 푸른 느낌도 돌고 있는 그 눈은 언제봐도 예뻤다.

 "내일 마저 해, 도와줄게."
 그 말에 생각보다 행동이 앞섰다.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을 때 왼 손은 저장을 하고 있었고 오른손은 마우스로 시스템 종료를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노트북을 덮고 나서야 생각을 끝냈다. 나는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가 가방을 맨 채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말은, 내일도 보자 이거지?"

 "싫냐? 싫으면 말고, 나도 할 거 많거든?"

 나는 급하게 짐을 쌌다. 가방에 노트북을 우겨 넣고, 가방을 매자 이지혜가 문 쪽으로 걸어나갔다. 그 모습조차 아름다워 멍하니 바라만 보자 그녀가 뒤돌아 보며 말했다.

 "안 갈거야?"

 2초. 2초간 생각했다. 무슨 의미일까, 말 그대로 안 갈 거냐는 의미일까 아니면 같이 가자는 의미일까. 끝내 용기로 그녀에게 말했다.

 "시간 괜찮으면, 뭐라도 먹고 갈까?"

 떨렸다. 시나리오 시작 때보다, 대장에게 혼날 때보다, 누님의 마왕화를 보았을 때보다 떨렸다. 심지어 이계의 신격이 코 앞에 있을 때보다, 묵시룡에게 죽기 직전일 때보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지혜가 허리를 살짝 돌려 내 쪽을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

 "안 사줄 작정이었냐?"

 순간 긴장이 풀려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이지혜가 웃음기를 살짝 머금고 장난스레 말했다.

 "진짜로 안 사줄거였어?"

 나는 그녀에게 보란 듯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다행이네, 누님한테 용돈 들어온 날이거든."

 그러자 이지혜가 진심 가득히 좋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나치게 어른스럽지도, 애 같지도 않은 그저 대학생의 이지혜 같은 표정이었다. 그녀가 그 표정에 담긴 감정을 말에 담아 말했다.

 "그럼 우리 빕■ 가자!"

 나는 한 달 간 있을 지출을 대충 계산했다. 그러다 한 달 동안 라면만 먹더라도 그녀가 먹고 싶어하는 걸 사주자는 생각에 그녀의 옆으로 걸어서 가며 말했다.

 "그러던가."

 그러자 이지혜가 주먹을 꽉 쥐고 자신 쪽으로 힘껏 당기며 작게 중얼거렸다.

 "나이스!"

 이 정도면 거리를 좁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몰래 그녀에게 조금 더 다가가자 그녀가 나를 살짝 밀었다. 싫어서라거나, 예전처럼 확실한 혐오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니란 것 쯤은 뒤따라 들린 말과 표정, 힘의 세기에서 알 수 있었다.

 "거리좀 둬, 광기 옮겠다."

 "광기가 옮을 리 없잖아?"

 "너랑 같이 다니면 나도 언젠간 광인이 될걸."
 "그럼 같이 광인 하면 되겠네."

 싱글 싱글 웃으며 말하자 내 얼굴을 보고 있던 이지혜가 고개를 빠르게 떨궜다가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쓸데없는 말 그만 하고, 얼른 가기나 해."






 본 세계관은 전에 쓰던 '전지적 독자 TS'와 동일한 세계관으로 중간에 언급된 누님은 김독자를 의미한다는 걸 알아두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