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들리는 벨소리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방 문을 열고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하고 냉장고에서 커피를 꺼낸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수업 영상을 틀었다.


 “하아아암. 무슨 영상이 한 시간이 넘어. 수업 시간이 50분인데”


 그때 틱, 하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멈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8612 행성게의 무료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었습니다.]


 내 인생의 장르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한수영!!!”


 도깨비의 등장과 시나리오의 시작.

 서울 돔에서 마계, 성간도시를 넘나들며 최후의 벽까지 다다랐다.

 물론 내 동생 한수영도 같이.


 “최후의 벽... 끝이 있긴 했구나...”

 “니가 한 게 뭐있냐? 내 천재적인 머리가 다 했지.”

 “...말을 말자. 그럼 들어간다. 잘 따라와”


 벽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

 하지만 한수영은 따라오지 않고 가만히 서서 조용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수영? 안 와? 뭐라고 하는거야?”


 “일어나라고 멍청아!!!”


 아 ■발 꿈


 “넌 고등학생이라는 놈이 잠만 자냐?”


 맞다. 체육시간이라고 잠깐 잔다는 게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체육이라서 잠깐 잔거야...벌써 점심시간이네.”

 “나와서 밥먹어.”

 “니가 했어? 먹어도 안 죽지?”

 “죽는다 진짜.”


 전자레인지에 돌린 햇반과 컵라면.


 “...그냥 내가 다시 한다. 이걸로 배가 부르겠냐?”

 “할 줄 아는게 없는데 어떡하라고”


 유중혁한테 요리를 조금 배워두길 잘했다.

 프로게이머인 녀석이 무슨 요리를 그렇게 잘하는지 몇 개 배운 걸로 잘 돌려먹고 있다.


 “야! 나와! 밥먹어!”

 “너도 할 줄 아는게 찌개랑 볶음밥 말고 없구만.”

 “싫으면 먹지 말든가.”

 “누가 싫대?”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보며 밥을 먹었다.


 “어 나 수업시간이다. 설거지 부탁해”

 “왜 내가 하는데. 어제도 내가 했잖아.”

 “내가 요리 했잖아. 설거지는 니가 해야지.”

 “내가 했는데 니가 먹기 싫다고 한거잖아.”

 “컵라면이 요리냐?”

 “어쨌든 하기 싫어. 가위바위보로 정하든가.”

 “...그래”


 결과는 내 승리다.

 가위바위보 할 때 가위를 먼저 내는 습관을 모르는 것 같다.


 “수고해라.”


 수업을 모두 듣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한수영이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입력하고 있었다.


 “또 소설 쓰냐? 그 표절 소설?”

 “아 표절 아니라고”

 “그래 그래.”


 나는 핸드폰을 열어 ‘SSSSS급 무한 회귀자’를 켰다.


 「유준현은 조용히 자신의 상태창을 켰다. 방금 얻은 ‘현인의 눈’을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 진짜 양심이란 게 없냐?”

 “뭐가?!”

 “인물 정보 이거 ‘멸살법’ 그대로 베낀 거잖아. 구성이라도 좀 바꿨어야 하는 거 아니냐?”

 “멸살법은 ‘배후성’이고 내 건 ‘계약성’이거든? 완전 달라!”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근데 주인공 이름이 유준현인 건 너무한거 아니냐? 중간에 중현이라고 오타까지 냈네. 복붙한 건 아니지?”

 “이...! 그래서 어쩌라고? 왜 시빈데!”

 “너 원작 몇 화까지 봤어?”

 “구십구... 내가 왜 대답해줘야 하는데?”

 “원작 본 걸 부정하진 않는구나. 마지막 양심은 있네. 99화면 ‘운석’ 찾을 땐가?”

 “내 소설엔 ‘운석’같은 건 안 나와.”


 오 이거까지 베끼진 않았나


 “‘봉인석’은 나오지만...”


 베꼈구만


 “니가 생각해도 너무 똑같지 않냐? 이래도 표절이 아니라고?”

 “내 소설이 멸살법의 표절이라면, 너는 뭐의 표절인데?”

 “......”


 얘가 중2가 되더니 진짜 중2병에 걸렸나


 “너 방금 그 말...”


 자기도 부끄러웠는지 후드를 뒤집어쓰고 현관으로 향했다.


 “어디 가는데?”

 “알 바야? 상관하지 마.”


 뭐 늦기 전에는 돌아오겠지

 나도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약속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놀이터 근처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울고 있는 초등학생들과 한 명의 여자아이.


 “너네 바보야? 자기들끼리 싸우면 어쩌자는 거야? 강해질 자신이 없으면 믿을 수 있는 친구들부터 만들어. 그게 상식이야.”


 어째 쟤는...


 “명연설이네. 근데 그 말...”

 “응? 너 왜 여기...”


 그 말을 끝으로 한수영은 뛰었다.


 “왜 쫓아오는데?”

 “너는 평소에 하는 말도 표절이냐?”

 “표절 아니거든? 내 소설에 나오는 대사야!”

 “근데 왜 도망가?”

 “...그냥! 너는 왜 쫓아오는데?”


 끝까지 자기가 표절했다는 소리는 안 하네


 “집에 가야지. 지금 몇 시냐? 아직까지 밖에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가려고 했어.”

 “그래 그래. 가자.”


-------------------------------------------------------------------------


쓰다보니 남매가 아니라 동거중인 독수처럼 돼버렸음

그냥 읽고싶은 대로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