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김독자”
“응?”
“음... 그러니까... 이건 내 친구 얘긴데...”
“친구? 친구 얘기는 원래 자기 얘긴데.”
“......친구 얘기라고”
“알았어. 근데 왜? 친구가 어쨌는데”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대.”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냐?”
“친구 얘기라고!!”
얼굴까지 빨개진 걸 보니 화난 모양이다.
“미안 미안. 얘기 계속해.”
“...암튼 그래서 그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많이 슬퍼하던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정보가 너무 없잖아. 둘이 어떤 사인지 어떻게 만났는지 정도는 말해줘야 하는거 아니냐?”
“그건 그렇네. 음... 처음 봤을 때 둘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대. 남자가 좋아하는 걸 여자는 이해하지 못했거든. 그런데 둘 다 힘들 때 서로를 만나서 서로 의지할 수 있었어.”
“그래서 좋아하게 된건가?”
“아니.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친한 친구였나 봐. 근데 남자가 죽을 각오를 하고 자기를 구해준 거야. 그때는 진짜로 남자가 죽은 줄 알았어. 뭐, 결국 살아 돌아오긴 했지만.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고 자기가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는 남자가 좋아졌어.”
“그래서?”
“그래서 자기도 그 남자를 위해 뭔가 해주려 노력했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 남자를 기다리기도 하고 아주 먼 곳까지 그 남자를 구하러 가기도 했어.”
“진짜 좋아하나 보네.”
“응. 티도 많이 냈어. 야 근데 여자가 사탕을 줬는데 그 사탕이 여자가 먹던 거였어. 근데 남자가 별 반응을 안 해. 이거 마음 없는 거로 봐야겠지?”
“음... 잘 모르겠는데. 그것도 친구 얘기냐?”
한수영의 얼굴에 실망이라는 글자가 써있는 듯했다.
뭐 잘못 말했나?
“한수영?”
“아, 친구가 남자한테 자기가 먹던 사탕을 줬는데 별 반응이 없었나 봐. 그래서 물어본 거지. 그 남자가 소설을 좋아해서 자기가 소설을 써주겠다고도 했어.”
“근데?”
“그래도 그 남자는 별 반응이 없었어. 그래서 나 지금 되게 고민 중이야.”
응? 방금 ‘나’라고 한 거 맞나?
“나 방금 나라고 했냐? 너무 감정 이입했나 보네.”
“...근데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아냐?”
“어... 친하거든. 그냥 이런 일도 있다고... 근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 고백을 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그냥 마음 접어야 할까? 나 너무 몰입했나?”
“...연애를 해봤어야 알지.”
“에휴 됐다. 내가 지금 누구랑 얘기하겠다고... ”
잠깐 정적이 흘렀다.
먼저 말을 꺼낸 건 한수영이었다.
“그럼 니가 아는 사람 얘기 해줄게.”
“누군데?”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기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서 고민인......”
“그래 나, 나 말이야. 많이 고민되고 힘들어서 그러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되냐?”
“너 좋아하는 사람 있었냐?”
“이 눈치 없는 ■끼. 아니다, 아냐. 그냥, 그냥...”
“응?”
“하... 내가 어쩌다 이딴 ■끼를 좋아하게 돼서...”
뭐, 뭐?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아직도 이해 못했냐? 너 좋아한다고!!”
“......”
“대답이나... 아니다. 내가 너한테 뭘 바라냐.”
“야 김독자.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너 처음 봤을 때 내 계획 다 망쳐버린 거 짜증 났었고
호구같이 사람들 구하겠다고 다닐 때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근데...
근데 우리 구하겠다고 마왕 됐을 때
마왕 돼서 죽는 줄 알았는데 마계 가서 잘 살고 있던 그 때
다른 사람들이 너 구하러 가고 서울에 남아있는데 걱정되더라.
괜히 너네 엄마 찾아가서 점 한 번 더 보고...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점에서 흉(凶) 나올 때마다 혹시 죽으면 어떡하나 계속 걱정했어.
그 후로 너 돌아오고 시나리오 깨면서,
성운 만들고 거대 설화 쌓으면서,
니가 우리 구하겠다고 몇 번이나 죽으려는 거 보면서, 확신했어.
너 좋아한다고.
‘김독자 컴퍼니’같은 이름 지을 땐 정떨어질 뻔하긴 했지만 암튼
김독자. 난 내 소설을 읽는 독자가 너였으면 좋겠어. 몇 편이라도 쓸 테니까...
나랑 사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