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


유상아가 숙취 속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그녀는 바로 일어나지 않고 품에 안고 있던 '인형'을 더욱 꽉 끌어안았다.


'어우...머리야...어제 너무 많이 마셨나?'


상아는 두통 속에 어제 밤을 어렵사리 떠올렸다.


수능이 대박이 나버린 길영이와 유승이를 축하하기 위해 거대한 술판을 벌였다.

그날 하루는 거의 광란의 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디오니소스가 가져온 성유액으로 담근 술...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 뒤로 필름이 끊겼는지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어나야 하는데......너무 따뜻하다...'


숙취 해소제를 먹었음에도 술의 신이 담근 술에는 무용지물이었던 거 같다. 그녀는 '인형'의 품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리고 불현듯 깨달았다.


'어라? 나는...인형이 없는데?'


그녀는 눈을 떴고.


"......"


눈앞에 보이는 건.


"......조, 좋은 아침이네요, 상아씨."


숨이 막히는지 창백한 표정을 짓고있는 김독자의 얼굴이었다.

약 3초간의 침묵 뒤.


"꺄아악!!!"

"으아악!!!"


.

.

.


"걍 죽어! 이 쓰레기같은 새끼!"

[심판의 시간을......]


"아침부터 무슨 소란이냐."


유중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의 눈 앞에는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독자와 도끼눈을 치켜뜨고 그를 노려보는 김컴이 있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상아의 얼굴은 침착한 그녀답지 않게 터질듯이 발개져 있었다.


"중혁아, 나 좀 살려주라......"

"내가 왜 그래야 하는거지."

"망할 개복치 새끼..."

"그보다 왜 니가 무릎을 꿇고 있는거냐."


중혁의 말에 김컴의 시선이 그에게로 몰렸다.

이지혜가 말했다.


"상아언니가 아침에 눈뜨고 보니까 눈 앞에 아저씨가 있었데. 어떡해, 우리 상아언니......트라우마 남는 거 아냐?"


한수영과 정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이상하군, 분명 어젯밤, 유상아가 김독자에게 같이 자자고 했을텐데."

"......뭐, 뭐?"

"뭐라고요?"

"그럴리가..."


차례대로 수영, 지혜, 독자였다.


중혁은 한숨을 쉬곤 어제 일을 설명했다.


.

.

.


"와하하하!"

"마셔라! 마셔라!"


김컴 하우스의 거실 정중앙에서 말 그대로 부어라! 마셔라! 가 벌어지고 있었다.


"중혁씨, 진짜 잘생겼어......"

"이설화, 너무 많이 마셨다."

"아직 더.....zzz"


중혁은 나가떨어져버린 제 연인을 조심스럽게 안아올려 그녀의 방에 눕혔다.

중혁은 이미 자신의 주량에 맞춰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지 않기 위해 자제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 둘 나가떨어지고.

의외로 독자와 상아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중혁은 그 광경을 꽤 재밌게 지켜봤다.


"겨우 그거빠께 못 마셔? 동생?"

"형님도 생가뽀다 마니 못 드십니다?"


어깨동무를 하고는 상아가 독자에게 '동생'.

독자가 상아의 술잔을 받으며 '형님'.


인사불성이 되서 어느새 친구 사이에서 형제 사이가 되어버린 독자와 상아였다.


중혁은 피식 웃고는 정리를 위해 둘을 떼어놓았다.

그러나.


"형님! 가시지요! 제가 부추케 드리게씀미다!"

"그럴 쑤는 업지! 동생 먼저!"

"......적당히 해라."


너무 형제간의 우애가 좋은 그들은 휘청거리면서 서로의 방으로 데려가려 했다.


결국 형님 먼저, 동생 먼저. 를 계속 이어나가던 그들은.


"우으...이럴거면 그냥 같이 자!"

"헉, 좋습니다. 형님!"


결국 가까웠던 상아의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고 한다.


.

.

.


[에오바앗.]


중혁의 이야기를 들은 그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푸흡...크으...푸하하하하! 형님! 큭큭...동생! 아 미친 ㅋㅋㅋㅋㅋ 존나 웃기네..."


수영이 크게 웃음을 터뜨리자 너도나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물론 독자와 상아는 웃지 못하고 창피속에 얼굴을 붉힐 뿐이었다.


다음엔 절대 주량 이상을 마시지 말자고 다짐한 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