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아! 엄마가 일어나래!!"
언니 목소리가 들려온다.
졸려어...조금만 더어...
"김서아! 빨리 갈 준비해! 오늘 추석이잖아!"
[설화, '잠 깨는데는 찬물이 최고'가 당신을 흔들어 깨웁니다!]
얼굴에 차가운 물이 쏟아진다.
나는 벌떡 일어나 언니를 째려본다.
"아 좀만 더 잔다고!!"
언니는 역으로 나를 흘겨보며 말한다.
"지금 안깨우면 준비 못할거 아냐!"
하.. 그 준비 좀 못하면 어떻다고...!
난 잠이 더 필요해!
"추석이니까 성준이도 올 텐데, 씻지도 않고 부스스하게 나가려고?"
화악!
얼굴이 달아오른다.
성준이가..오겠구나..
음음... 그거랑은 전혀 상관없지만 물론 잠보다는 씻는게 훨씬 중요하지!
"크..크흠.. 그..그거랑 뭔상관인데!"
괜히 한 번 더 성을 내고는 문을 열고 나간다.
거실에서는 엄마 아빠가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짐을 챙기고 있고, 바닥에는 이런저런 옷가지들이 널부러져 있다.
추석 연휴 동안에는 김독자 컴퍼니, 줄여서 김컴 멤버들 모두 큰 집에 모여 2박 3일동안 같이 지내기 때문에 이것 저것 챙길 게 많아 이맘때의 엄마 아빠는 짐을 챵기느라 바쁘다.
"서아야 일어났어?"
아빠가 웃으며 인사한다.
나도 마주 웃어보이고는 화장실 쪽으로 달려간다.
"김서아! 일어났으면 빨리 씻고 준비해!
야 김독자! 그건 여기 넣어야 된다고!"
엄마가 소리친다.
[성좌, '마지막 별'이 이미 씻으러 가고 있다며 불평합니다]
괜한 투정을 부려주고는 빠르게 씻기 시작한다.
바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최대한 예쁘게 꾸며야 한다.
물론 유성준과는 1도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게 몸을 단장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나가니 짐은 모두 정리되어 있었다.
바닥에 널부러져있던 옷가지들과 기타 짐들은 언니가 청소와 관련된 설화(왜 있는지는 모르겠다만)를 이용해 빠르게 정리하고 난 뒤였다.
"야 김서아 빨리 나와!"
웬수(언니)가 소리쳤다.
빠르게 X급 양산형 벤 쪽으로 뛰어가자 엄마 아빠가 나누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수영아 내가 들어줄게 이리 줘"
아빠가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엄마에게 말한다.
"아냐 내가 들어도 돼. 대신 김독자 넌 나 안아서 들어주라"
엄마가 웃으며 농담으로 받는다.
아빠는 진짜로 엄마를 끌어안더니 들어올려버린다.
하긴, 신화급 성좌의 힘인데 당연한 거겠지.
결혼한지 몇년이나 됬는데 아직 신혼같은 우리 부모님...나도 성준이랑 저렇게..헤헤... 가 아니라!
#
짐을 모두 실은 후 우리 가족은 모두 차에 타고 큰 집을 향해 출발했다.
아빠가 운전대를 잡고, 엄마가 옆에 앉고, 나와 언니는 뒤에 앉아서 큰 집으로 출발했다.
엄마가 노래 재생 프로그램인 아폴론 뮤직을 열고는 뒤를 돌아서 우리를 보며 물었다.
"듣고 싶은 노래 있어?"
나는 당연하게도 우리엘 이모가 포함되어 있는 JUS의 히트곡, '천사와 어둠, 그리고 원숭이'가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언니는 요즘은 디오니소스의 '포도주와 사랑'이 유행이라면서 억지를 부렸다.
[이야기꾼, '도깨비왕'이 강제로 '포도주와 사랑'을 재생합니다.]
하,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그럼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설화력을 운용하고 있었는데..
[성좌, '마지막 별'이 노래를 바꿉ㄴ..]
[성좌, '거짓종막의 설계자'가 노래를 끄고는 당신들을 째려봅니다.]
히익!
엄마가 우리 둘을 째려봤다.
언니랑 나는 둘 다 말을 멈추고 고개를 떨구었다.
"너희 그렇게 싸울거면 그냥 집에 있어. 다같이 만나는 거 오랜만인데 도착하기도 전에 이렇게 싸워야 돼?"
엄마는 많이 화난 듯 하다.
하긴, 노래 가지고 싸운 건 조금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오늘이 아니면 다 같이 볼일이 그렇게 많지는...많긴 한데 그래도 오늘도 성준이...가 아니고 모두를 보고 싶었기 때문에 언니와 눈빛을 교환하거는 바로 엄마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엄마가 한숨을 푹 내쉬자 마침 빨간불이 되어 손이 자유로워진 아빠가 엄마의 손을 잡고 볼에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수영아 왜 그래 오늘 좋은 날이잖아 너무 화내지 말구"
엄마도 아빠를 보면서 미소를 짓더니 아빠에게 안겨들었다.
그 상태로 우리를 보며 또 싸우면 가만 안 두겠다는 뜻이 분명하게 전해져 오는 눈빛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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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열곡절 끝에 큰 집에 도착하자 먼저 와 계셨던 할머니들이 마당에 서서 우리를 반겨주셨다.
"서아야 비유야 왔구나!"
나는 달려가 수경할머니한테 안기고 페르세포네 할머니와도 포옹했다.
(사실 두 분 모두 너무 젊으셔서 할머니라고 부르려니 죄악감이 든다.)
언니도 두분과 포옹한 뒤, 엄마 아빠가 짐들을 들고 같이 걸어왔다.
"너희 둘은 아직까지도 사이가 좋구나. 우리 며느리 성격에 이렇게 달달하게 지낼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수경 할머니였다.
엄마는 피식 웃더니 할머니에게 물었다.
"보통 이럴 때 며느리를 대놓고 욕하나?"
"푸하하 우리가 일반적 관계도 아니고 뭐."
"그건 그래. 아직 다른 사람들은 안 온거에요?"
반말을 섞어 쓰는 광경이 어찌보면 이상할 지도 모르겠지만 아빠가 소위 '구원튀'했을 때 같이 지내며 엄마와 할머니는 친해졌기에 이쪽이 더 편하다는 것 같다.
여담으로 페르세포네 할머니한테는 존댓말을 하려 했지만 페르세포네 할머니가 자신만 차별받기 싫다며 자신에게도 반말로 해달라고 해서 두분 다 엄마랑 친해지신 것 같다.
그렇게 엄마와 할머니 두 분이 이야기 꽃을 피우자 아빠는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짐을 들고 나와 언니에게 먼저 들어가 있자고 말했다.
큰 집에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넓은 거실과 긴 식탁.
모두가 쓸 가구를 구하느라 고생한 공필두 삼촌에게 박수!!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우리 가족의 방, 현성삼촌과 희원 이모네 방, 그리고 중혁 삼촌과 설화 이모네 방이 보인다.
원래는 각각 2개의 방이었는데 그냥 커플끼리는 벽을 허물어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필두 삼촌과 명오삼촌의 방도 각각 위치해있다.
우리는 우리가족의 방에 짐들을 놓고 오랜만에 집 구경을 하기 위해 3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지혜이모 방과 길영 삼촌과 유승 이모네 방, 그리고 JUS이모 삼촌들의 방 하나씩과 상아이모네 방, 하영 이모네 방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4층이었기에 지나쳐서 위로 올라갔다.
4층에는 서재가 있는데, 여기 전지적 독자시점 전권과 멸살법 전권(엄마가 아빠를 위해 다시 써줬다고 한다. 아빠는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하지만 나는 읽으려다가 포기하고 말았다.)이 있었고, 그 이외에도 다양한 책들이 많았기에 책을 좋아했던 난 성준이와 줄곧 여기서 놀곤 했다.
아직도 그 책들은 그 자리를 지키며 이곳에 있었다.
추억에 잠겨 서재를 돌아보고 있자 뒤에서 소리가 나더니 은혜언니가 나를 뒤에서 안아들었다.
"언니 오랜만!"
아까부터 어쩐지 밑이 더 시끌시끌하다 했더니, 점차 도착하고 있는 듯 했다.
"서아 안녕!"
은혜언니가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내려주었다.
나는 뒤 돌아서 언니와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은성오빠와도 인사했다.
"얘들아 안녕!"
우리 언니도 둘에게 인사했고, 우리는 이것저것 근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도중에 정현이도 올라와서 정현이 볼을 만지며 귀여워하자 정현이가 자기는 아기가 아니라며 화를 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것은 성준이.
"야 유성준! 왜 이렇게 늦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금 분명 볼이 엄청나게 붉어졌을 거라고 믿는다.
어릴 때 부터 같이 자라서 그냥 친한 친구 사이였던 우리는 저번 캠핑 사건(...) 이후로 뭐랄까 비공식 연인같은 관계가 되고 말았다.(https://arca.live/b/reader/24486820참고)
사실 할 거 다 한 관계라.. 엄마아빠한테 엄청나게 혼났지만 성준이가 책임지겠다고 무릎 끓고 말해서 어떻게든 무마되었다.
그러니까 사실 말만 사귀자고 안 한거지 이미 사귀는 사이, 그 이상이다...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지..?
하며 고개를 들어 성준이를 바라보았더니 성준이도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우리 언니가 킥킥 웃더니 다른 애들을 다 데리고(수연: 나도! 나도 서아언니랑 있을래!) 아래로 내려갔다.
성준이는 나를 바라보더니 어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잘 지냈어?"
풋
순간 웃고 말았다.
성준이가 왜인지 귀엽게 느껴졌다.
"갈때 까지 가놓고는 이정도로 부끄러워 하는거야?"
그렇게 말한 뒤 성준이의 손을 잡아끌어 아래로 내려갔다.
분명 우리 둘 다 엄청나게 붉어져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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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매우 분주했다.
부엌에서는 중혁삼촌이 요리실력을 발휘해 여러 음식들을 조리하고 있었다.
거실 가운데에는 커다란 비닐 위에 동그랑땡과 산적같은 명절음식 재료들이 놓여있었고, 엄마와 유승이모, 설화 이모가 둘러 앉아 열심히 굽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재료들을 손질하고, 부족한 재료들을 사오고 하며 정신이 없었다.
먼저 내려간 사촌들(혈연적으론 아니지만 뭐 대충 그런 관계니까 말이지)은 거대한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고, 필두삼촌과 명오삼촌은 마당에 서서 열심히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어디서 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나만 느낀것이 아니었는지 상아이모가 물었다.
"지금 어디서 탄 냄새 나지 않아요?"
현성삼촌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맞는 것 같다고 대답했고, 나머지 일행들도 모두 느낀 듯 했다.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가니 엄마가 산적을 태워먹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고, 옆에서 아빠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불조절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중혁 삼촌이 엄마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자 엄마는 되려 화를 내며 "아니 이 정도면 잘 구운거지!!"라고 우겨댔다. 아빠는 그런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며 웃었다.
어찌저찌 산적을 다 굽고 난 뒤에는 동그랑땡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하영이모가 이상한 모양으로 반죽하고 있길래 다가가서 무슨 모양이냐고 물으니 씩 웃으며 구원의 마왕 모양이라고 말해서 주변에 있던 사촌들이 다 빵 터지고 말았다.
그걸 보고는 나는 슬쩍 반죽을 하트모양으로 만든 뒤 성준이에게 보여주자 성준이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그 와중에 중혁 삼촌은 역시 요리에는 프로정신을 발휘하는 건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동그랑땡을 오밀조밀하게 빚는데 모양이 생각보다 엄청 잘 나와서 다들 놀랐었다.
지혜이모는 아직도 장난기가 많아서 중혁삼촌이 만든 동그랑땡을 훔쳐먹다가 중혁삼촌에게 뒤집개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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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시간이 지나고 다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어른들끼리(수경: 그러고보니 지혜는 결혼 소식 없나?), 우리는 우리끼리(비유: 그래서 둘은 어떻게 된거야? 응? 얘기 좀 해봐) 여러 근황얘기나 잡담을 나누며 식사를 하니 그 많던 음식이 금방 사라지고 없었다.
밥을 다 먹고 난 뒤에는 다같이 제기차기를 하자고 제안해서 제기차기도 하고(참고로 중혁삼촌이 1등이었고, 의외로 길영삼촌이 2등을 차지했다.) 가족별로 팀을 맺어 윷놀이도 진행했다.(상아: 독신은 슬프네요..)
얼마 후에는 JUS활동이 이제야 끝난 우리엘 이모와 제천삼촌, 그리고 염룡이(염룡이는 15살이야. 영원히)가 와서 우리엘 이모의 엄청난 애정표현(꺄아악! 서아야!! 비유 안녕! 은혜도 오랜만이야! 성준이 많이 컸네!)에 시달리다가 염룡이의 제안에 다같이 모여 격투게임도 하고(염룡이는 전패였다. 제일 승수가 많았던건 나라고!) 하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해가 지자 유난히 밝은 밤하늘을 보며 다같이 마당에 나와 캠프파이어를 했다.
은근 슬쩍 성준이의 손을 잡으니 성준이가 깍지를 꼈다.
사촌들은 모두 오오~~ 하며 재밌어했고 아빠는 성준이를 죽여버리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후로도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마시멜로도 구워먹다 보니 잘 시간이 되어 일행 모두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내일도 재밌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두근거리는 마음(성준이랑 관련 없을...걸?) 쉬이 잠에 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