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 https://arca.live/b/reader/35446952
"하아암...아침..?"
시간을 보니...ㅆㅂ..12시? 학교는 아무래도 오늘은 못갈것 같다.
"오빠~아침이야."
"어, 응..잘잤어?"
평소보다 짙은 다크서클, 키는 커서 삐쩍 마른 몸
분명 잘생긴 얼굴이지만 생기가 없어서 그런가 뭔가..음..
아니다. 생기가 없으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거다.
"피곤해 보이는데..괜찮아? 어제 진짜 무슨일.."
"아냐."
내 말을 딱잘라 말했다.
"수영아, 그..오늘 하루만 학교 쉬고 나랑 놀래?"
"당연하지!"
나는 신이나서 오빠를 따라갔다.
함께 옷을 사고, 연극도 봤다.
오늘은 오빠 옷도 샀다.
"오~멋있는데?"
오빠가 머쓱하게 웃었다.
근데 갑자기 양복?
"양복?"
"아, 안그래도 그 얘기 하려고."
오빠는 나를 데리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
.
.
"뭐라고??! 거기 완전 명문아냐??"
"응."
"뭘 고민해?? 완전 기회지 기회."
"역시, 그렇지?"
*
오늘이다. 그 갈색머리 여자를 만나기로 한게.
"엇, 먼저 와계셨네요."
"네."
"그럼..정하신건가요?"
"네."
"좋아요! 내일 1시에 올테니 여기서 만나요!"
"네, 알겠습니다."
"아, 이건 개인적인건데 혹시..몇살이세요?"
"17살입니다."
"에이~아무리 제가 불편해도 그렇게까지 거짓말은 안하셔도 돼요~."
"진짠데.."
내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런식의 질문과 성의없어보이는 대답을 수차례 거듭하면서 우리는 골목을 빠져나왔다. 그때,
"응? 오빠?"
"학교는? 아 끝났겠구나."
"이분은 누구.."
"아, 혹시 독자씨 동생분이세요??"
"..내 맞습니다. 동생."
"이쁘고 잘생긴게, 똑 닮았네요!"
..
"친동생은 아닙니다."
"..고작 1년 살았으면서 동생은 무슨 동생..안녕하세요.
한수영이라고 합니다. 혹시 누구신지.."
수영이는 약간 까칠하게 말했다.
"저는..독자씨 여자친구입니다!"
"?!"
"?!!"
수영이가 놀랐고, 나는 더 놀랐다.
"하핫..사실 농답입니다만..너무 재미 없었나요?"
"..네.."
"...앗!! 그러고보니 오늘 회의가!! 이런!!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부끄러운지 도망갔다. 그러고보니 이름도 모르네.
나는 수영이와 함께 집쪽으로 걸어갔다.
"..진짜 여자친구야?"
"아니? 이름도 몰라. 전에 말한 그 교수님이야."
"아.."
수영이가 약간 안심한건 기분탓인가.
"오빠."
날 진지하고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응, 왜?"
"난..오빠한테 뭐야?"
"뭐긴뭐야, 그야.."
"동생이라고는 하지마라?"
"..크흠큼.."
"그런거 말고. 내가 오빠의 뭐냐고."
삶의 이유. 원동력. 유일한 가족. 사랑하는 사람. 함께 있으면 행복한사람. 언제나 보고싶은 사람.
많은 단어가 떠올랐지만 무엇하나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흥."
수영이는 내가 대답이 없자, 빠른 걸음으로 앞질러 먼저 갔다.
"내가, 그럼 15살짜리한테 뭐라고 하냐?"
"뭐어!!?"
수영이가 나를 퍽하고 쳤다.
"..족."
"뭐? 안들려!"
"..족이라고.."
"안들려!"
"가족이라고. 유일한."
내가 입을 열자,
순간 수영이의 얼굴이 만족감과 실망감, 행복함과 공허함을 동시에 띄우며 고개를 돌렸다.
"이번만 봐준다.."
고개를 돌렸지만, 그럼에도 살짝 홍조를 띈 얼굴이 비쳐보았다.
"너 나 좋아하는구나?"
내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거든??!!!!"
수영이가 나를 한대 더 퍽 쳤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행복했다.
*
교수생활을 벌써 몇년..아, 5년.
나는 22살이 되었고 수영이는 이제 20살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상아씨랑 많이 친해졌다.
"독자야씨!"
"아, 네 상아씨."
"오늘 강의가 어쩌구저쩌구 일정이 어쩌구저쩌구"
귀에 잘 안들어오지만 마지막 한마디는 귀에 박혔다.
"그..수영이는 잘 지내요?"
"네, 벌써 20살이네요."
"와..시간이 참.."
*
집에 들어가자 수영이가 쌀쌀맞게 물었다.
"왔어?"
"왔지."
"기분이 좋아보인다?"
"아, 상아씨랑 데이트하기로 했거든."
"??!! 뭐??!"
"농담."
"이미..아..알았거든!!"
참..녀석..얼굴에 다 보이네.
5년간..별일 없었다.
교수일이 잘되어 정식으로 교수가 되고, 벌어들인 돈으로 새 집을 구한거정도?
집을 구할때, 수영이 집도 따로 구해줄까 했지만 수영이가 격하게 부정해서 결국 조금 넓은 집을 구해 아직도 같이 살고있다.
다 큰 성인 둘이 같이 산다는게 이상하지만, 나한텐 그냥 동생인걸.
"너 또 지금 나보고 동생이네 뭐네 생각했지."
"?뭐야 너. 어떻게 알았어?"
"넌 얼굴에 다 보이더라."
"오빠한테 너가 뭐니, 너가?"
나는 허리에 손을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빠는 무슨.."
시간은 꽤 흘러서 처음 봤을때 꼬마는 어엿한 숙녀가 되어있었다.
"...많이 컸네..아, 키 빼고."
"??나 정도면 평균이거든!"
수영이는 그걸 또 자랑이라고 어깨를 당당히 펴며 말했다.
"..어휴..시집은 어떻게 가려고.."
내가 괜히 나이든 사람처럼 말했다.
".."
예상 외로 조용했다.
"나 근데 이제 뭐라고 부를거야?"
"그러게."
"그냥, 오빠라고 계속 하던지."
"아냐아냐. 너가 나 대하는게 너무 동생같이 대하니까 내가 그렇게 부르면 더 오해사잖아, 남매라고."
뭐 그러면 좀 어떻다고..부부도 아니고 남매도 아닌데 같이 살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한것 아닌가.
"이름으로 부를게."
"이름으로?"
"그래, 독자야."
"뭐야, 그게."
나는 하하 웃었고, 수영이도 하하 웃었다.
행복했다.
그리고,
몰랐다. 비극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