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reader/35405424?p=1

*혹시 모를까봐 말하는데 배경은 현대가 아니라 플란더스의 개랑 비슷한 시대임.


내 이름은 김독자. 17살.

갑자기 자기소개는 왜하냐고?

그러게.


그리고 저기있는 저건 


고양이.


귀엽고, 영리하고


또..


귀엽다.


이름이라도 붙여줄까 싶었지만, 자세히 나이도 모르는 녀석이 언제 죽을지도 몰라 정을 붙이기 싫어 이름을 붙여주진 않았다.


말도 잘 걸지 않았다.

잘 해주지도 못하는데 정을 붙이기 싫어서였다.


가끔 속상한 표정을 짓는것 같았지만, 내 오해겠지.



아, 그건 그렇고 요즘도 신문은 여전히 안팔린다.

다른일을..찾아봐야 할 것 같다.




*


벌써..9시.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녀석이 있는 집으로.


뚜벅뚜벅


사람이 별로 없는 시간에 별로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로 갔다.


또박또박


내 발소리가 아닌 다른 발소리. 그래, 구두소리다.


내가 뒤를 돌아보자, 갈색머리의 여자가 수줍은듯 인사했다.


"아..안녕하세요? 혹시 그 신문 쓰시는.."


"..네."


"아, 저는 에덴대학교에 교수 유상아라고 합니다."

교수? 꽤 젊어보였다.


"네."


내 딱딱한 태도에 당황한듯 했지만 이내 말을 이었다.


"ㅇ..아 제가 그..신문을 읽어봤는데, 글을 너무 문맥이랑 맞춤법이랑 다 잘 맞추시고 정보도 잘 추려서 쓰시더라고요."


"네.."


"그..혹시..강의좀 맡아주실수 있나 해서요..글 쓰시는게..보통 교수님들 이상이더라고요..아..무리인가요?"

꺼내기 어려운 말인 만큼 망설이며 말했다.


"..제가 학력이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네?? 그럼 글은 어디서.."


"많이 읽어봐서 그렇습니다."

내가 왜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이런얘기를..


"아! 학력은 괜찮습니다. 그리고..요즘 실력만 되면 다들 학력패스하고 교수하고 막 그러잖아요?"


알다마다. 내가 그런 얘기들로 먹고사는데.


"저보고 교수가 되라는 건가요?"


"아, 꼭 그런건 아닙니다. 그냥 한번 강의도 해보시고..학교도 둘러보시고..공부도 해보시고요. 그 다음 결정하셔도 될겁니다."


"다시 말씀드릴테니 혹시 여기로 나와주실수 있나요. 1주일 뒤 7시쯤에요."


"앗, 당연하죠! 그때 뵐게요!"


..사람과 형식적인 대화 말고 이렇게 정해져있지 않은 대화를 한건 오랜만인듯 하다.

나는 고개를 꾸벅하고 가던길을 갔다. 성인도 아니고 학벌자체가 없는데 교수는 무슨. 

내가 천재도 아니고.


당연하게도, 다음주에는 안나올 생각이다.

그 여자도 그냥 똥 밟은셈 치고 교훈이라도 얻을테지.

'못 배운 사람은, 못배운 사람답게 행동을 하게 되어있다.' 같은.


여러 생각을 하다보니 벌써 집으로 왔다.

고양이가 문 앞으로 달려나왔다. 

참나, 강아지도 아니고..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었다. 근데 고양이 얼굴이 빨개졌다.

동물이란게, 이렇게 감정표현이 다채로웠던가?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다채롭다하더라도 다른 종족인만큼 그 감정을 못느낄텐데.

뭔가가 잘못되어있다.

고양이가..이렇게 큰가? 

자각하지 못했지만 고양이를, 녀석을 쓰다듬고 있는 손은 꽤 높은곳에 있었다.

..뭐지..?


"...ㅏ!!"


?무슨소리지?


"...빠?!!"


집에 나 말고 사람이 있나?


"오빠!!!"


오..빠?


"오빠! 뭔 일이라도 있어?"


"어?어어..아니."


"뭐야. 걱정되게."


눈 앞에는..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작은 키에 


작고 아담한 고사리같은 손에..


눈 아래에 점이 있는


여자아이..


이게 무슨일이지?


그때,


갑자기 머리속으로 순식간에 많은것이 들어왔다.


사실..나는 이 아이를 고양이가 아닌줄 알았다.

내 뇌는 애써 이 사실을 거부했고, 나는 이 아이를 '고양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언제 죽어도 그렇게까지 슬프지 않을 그저 고양이라고..

 나는 아이에게 평범한 아이처럼 대했고, 그럴때마다 내 뇌는 그 기억을 다르게 저장했다. 

고양이와 몇마디 나눈것이라고.





*

(수영시점)

-1년전


하아..하아..배고프다..춥다..


뭐라도 먹지 않으면..죽을것 같다.

이미 겉모습은 반 시체같으려나.


내 이름은 한수영. 14살..


내 기억은 여기까지다.


분명..얼마전까진..따뜻한 집에서..가족이랑..


기억을 떠올릴려니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아..하아..흐윽..흑흑.."


내 한숨은 이내 눈물로 바뀌었다.


"흐윽..흐윽.."


마구 흐르던 눈물이 조금씩 잦아들때, 그것은 내 감정이 멈춰서 멈춘 눈물이 아니었다.

더이상 울 힘도 없었던 몸이 눈물을 강제로 멈추었다.


힘겹게 내 몸을 바라보았다.


뼈. 시체.


라는 단어 딱 두개만이 생각났다.

이대로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아..하아.." 

이제는 숨도 쉬기가 힘들다.


이대로 죽는걸까? 아니지. 죽는건 이미 확실시 된것 같고.

이렇게..죽는걸까? 내가 죽어 나를 그리워해줄 사람이나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채 이렇게..쓸쓸히..텅빈 길거리에서..


점점


..뇌도


..느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 누군가가 나를 안아올렸다. 그 사람의 품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읏차.."

누군가 나를 들어 집으로 데려갔다. 나는 그 자리에서 힘을 다해서 기절했다.


.

.

.


눈을 떴다. 깨끗한 몸에, 깨끗하고 포근한 이부자리.


왜인지 배도 살짝 불렀다.


"응? 깼니?"


"아?..아 네..저..감사..합니다."


"몇살이니?"


"저..14..살이요.."


"나는 16살 김독자라고 해. 잘부탁해."


.

.

.


"으읏!차! 아침이네! 일어나야지, 수영아."


오빠가 기지개를 피며 내 방에 들어오며 말했다.


"응. 잘잤어?"


"그렇지?"


뭐야 그게..


"거짓말."


"아닌데? 진짜야."



오빠와 산지 어느덧 1년. 되게 긴 시간이 흐른것만 같다.

1년..오빠덕분에 행복해서 그럴까. 과거의 기억이 기억났다.

뭐, 별 특별하지 않은 과거였다.


전염병에 걸려 마을 전멸. 시장에 다녀오던 아빠와 나만 생존. 아빠 자살.

거리 방황.



아. 그리고 일단은 오빠..라고 부르기로 했다.


오빠는 간단히 아침을 차려주고 자기는 밖에서 먹는다며 나갔다. 

수상하다. 요즘 야위어가는 것 같다. 굶고 다니는건 아닌지..


지금 몇달째 옷도 한두벌밖에 안입는다. 나는..몇주에 한번꼴로 사주면서..


오빠가 일을 하러 간 후 나는 '학교'에 간다.


학교는 무언가 배우는 곳이다.


사실 학교란건 나라에 몇개 없고 보통은 성당이나 교회에서 배운다.

근데 오빠는 자기는 종교가 끔찍히도 싫다면서 나를 기어코 학교로 보냈다.


오빠에게 너무 고맙고 너무너무 미안하다.

그리고..염치없고 미안하지만 난 오빠를 좋아한다.


.

.

.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오빠가 올때까지는 하고싶은걸 한다. 오빠 책을 읽던가 오빠가 쓴 신문을 읽던가.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린다. 고양이처럼.


"오빠 왔어?"


오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얼굴이 붉어졌음을 느낄수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오빠의 얼굴이 무언가 생각하는듯 하더니..창백해진다.


"오빠?"


"오빠?!!"

대답이 없다.


"오빠!!!"


"오빠!!!"


"오빠! 뭔 일이라도 있어?"


"어?어어..아니."


"뭐야. 걱정되게."


"어?으응..미안한데 나 피곤해서 이만 잘게...저녁 먹고자..잘자.."


오빠는 그렇게 말하고는 시체처럼 터덜터덜 방으로 들어갔다.


"..오...오빠?? 무슨일 있는거 아니지??"

나는 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물었다.


"그런거 아냐...걱정 안해줘도 돼."





*


하아..하아..내가 정신병자라니..내가 정신병자라니..

하나뿐인 가족도 짐승으로 착각하는 병신ㅅㄲ라니..


기사를 쓰다가 조사한적이 있는것 같다.

'선택적 기억상실'이라던가 '해리성 기억상실'

같이 선택적으로 일부 기억만 잊어버리거나 다른 기억들로 대체되는 장애.


난..정신병자라는거다..

시간을 보니 새벽.


잠시 새벽공기라도 맡을겸 밖으로 나갔다.


해가 뜨는것이 보이진 않았지만, 점점 밝아지는 세상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래. 이제라도 정신 차렸어, 이제 된거야.. 그동안의 기억도 찾았고..문제는 없어..

내일 녀석..아니 수영이랑 외식이라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