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 (아님)
"······하늘이 아름답네요."
어둑어둑한 밤, 유난히 별이 반짝이는 날이었다.
이름 모를 언덕에 주저앉은 채로, 고요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안나 크로프트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무엇이 그리 서글픈지, 간간히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소리를 제외하면,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침묵 속 적막, 그리고 적막.
아름다운 수많은 별들의 향연을 관람하며, 안나 크로프트는 생각했다.
'완전한 밤이란 없는 걸까요.'
한 때 그녀가 추구하던 '결'.
'별'이 없는 밤을, '인간'만이 살아가는 세상을 원했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어쩌면······ 주제 넘은 생각이었을지도.'
별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행복할까.
한 줄기의 빛도 없이, 어둠뿐인 밤을 기뻐할까.
'인간'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간'에게 치여가며 살아가는데.
'인간'은 누구에게 위로를 받아야 할까.
어쩌면, 지금 누군가는 저 별들에게 위로받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안나 크로프트는 자신이 아는 별 하나를 떠올렸다.
"당신은, 지금 무얼 하고 있나요."
그녀를 뿌리부터 바꿔놓은, 하나의 별을.
"······지금쯤이면 아무래도 잠자리에 들었겠죠."
이 별일까, 저 별일까.
밤하늘에 수놓아 있는 별들을 뜯어 살피는 안나 크로프트의 <대악마의 눈동자>가 환하게 빛났다.
물론, 저 중에 '구원의 마왕'은 없다. 단지 자기만족일 뿐이다. '별'은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당신은 정말 너무하군요."
[전용 스킬, '과거시'를 발동합니다.]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그녀는 [과거시]를 발동했다.
그녀가 살아왔던 시간들이, 문장이 되어 너울거리고 있었다.
"당신 때문에 제 계획이 얼마나 망가졌었는지, 알기는 하는지······."
「"반갑습니다, '미식협'의 성좌 여러분. 저는 성운 <아스가르드>의 화신, 안나 크로프트입니다."」
그녀의 과거 중에서도, '미식협'의 관한 설화들이 허공을 수놓았다.
본디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미식협'에서의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성좌들에게 그녀의 존재를 인식시켜야 했으리라.
「[나는 '미식협'이 내게 예의를 지키길 바란다.]」
물론, 그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
웬 성좌 하나가 날아들어,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멋들어지게 클리어 해 보이고 말았으니까.
어디 그 뿐인가.
이번엔 다른 설화들이 그녀의 곁으로 날아왔다.
「"300만 코인입니다."」
날아든 문장 너머로도 그의 뻔뻔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경매장에서의 일은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일이다.
떠다니는 설화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피식 헛웃음을 지었다.
「[<김독자 컴퍼니>는, 아주 공격적으로 회사의 몸집을 키울 생각이라고.]」
김독자의 선언과도 같은 말 한 마디와 함께, 피떡이 된 포브스의 화신체가 허공을 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참, 무모한 성좌다.
그러면서도,
「"그렇다는 것은, 이제 <기간토 마키아>에 참가할 자격을 잃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당신은 정말 대단한 성좌에요."
안나 크로프트는 씨익 웃어보이는 김독자의 얼굴이 그려지는 듯한 설화들을 바라보며, 혼자서 중얼댔다.
그러면서 막연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았다.
만약 그녀가 '구원의 마왕'이었다면, 그가 했던 것처럼 살아갈 수 있었을까.
답은 물어보지 않아도 '아니오'다.
그녀는 대의를 위해선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목숨을 거는 짓을 할만큼 무모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위험천만한 지름길을 걷기 보단, 멀리 돌아가더라도 안전하게 도착하는데에 의의를 두는 사람이었으니까.
'자신이 아닌 존재'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일에는,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당신이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네요."
안나 크로프트에게 '구원의 마왕'은, 정말 '별'과도 같은 존재였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그렇게 쉽게 내던지는 일은, 그녀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목숨이 여러개라도 되는 듯이, 너무나 쉽게 자신의 목숨을 저울에 매다는 모습을 보며. 자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나 크로프트는 무언가로 가득 찬 눈동자로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검은 도화지에 흩뿌려진 하얀 물감같은 별들, 그 중 유난히 밝은 하나의 별이 있었다.
말 없이 그 별을 바라보고 있는 안나 크로프트의 시야로, 한 설화가 날아들었다.
「"자, 신화급 설화를 얻으러 가보죠."」
일명 '대천사 사냥'.
아니, 그를 가장한 '대악마 사냥'.
검을 뽑아드는 그와, 그런 그의 모습을 멍하게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설화는 뭐죠?"
"돌멩이가 되는 설화.」
그리고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설화를 가져와선, 그는 망설임 없이 전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당신 마왕이잖아요. 그렇게 막 죽여도 돼요?"
"마왕 그만두죠 뭐."」
같은 마왕인 주제에, 그는 망설임 없이 다른 마왕의 가슴에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찔러 넣었다.
「"안 죽여. 대신 거래를 하지."
[거래? 이제 와서 무슨 거래를?]
"내게 신화급 설화 하나를 양도해. 그러면 널 시나리오에서 탈락시키지 않을게."」
그 와중에서도, 그는 넝마가 된 '아스모데우스'를 협박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그녀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을 느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부러움'이었을지 모른다.
그가 칼을 뽑아드는 모습이, 전장을 누비는 모습이, 마왕을 살해하는 모습이. 묘하게 자유로워 보였기에.
아니, 어쩌면 '후회'와 '한탄'이었을까.
저렇게 자유롭게 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면.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혹은―
휘이이잉―
그 때 불어온 서늘한 바람이, 그녀의 머릿속 잡념들을 날려보냈다.
"······내가 느꼈던 감정은―"
당신과 나는, 어울리지 않는구나.
내가 당신에게 부족한 존재구나.
'아쉬움', '슬픔'.
"······."
무언가 말하고 싶던 그녀는, 입만 뻐끔거렸다.
마치 자신이 말해선 안 되는 말을 하려던 것처럼, 몇 번이고 말을 삼켰다.
"······당신 덕분에."
그러다가 힘겹게 꺼낸 첫 마디에, 그녀의 과거들이 응답했다.
「"나는 [영약 제조사]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내 피는 지금껏 내가 먹은 영약들의 악효를 품고 있죠."
"······이 피를 많이 먹게 되면 당신 권속이 되잖아."
"그건 그쪽이 나보다 격이 낮을 때고요."」
"처음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희생을 했어요."
설화 속 손가락의 상처를 지혈하는 그녀의 얼굴이, 조금 창백했다.
「"버려두고 그냥 가지 그랬습니까."
"혹시 살려 놓으면 「은혜 갚은 예언자」따위의 설화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을 뿐이에요."」
"처음으로 '별'을 걱정했어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묻어나왔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모르겠군요. 딱히 돌봐주지 않았어도, 저는 죽지 않았을 겁니다. 죽을 정도의 상처는 아니었어요."
"아뇨, 당신은 그대로 두면 죽었어요."」
"처음으로 '별'을 살렸어요."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는 자신이 아는 그 별의 모습을 그렸다.
그의 얼굴을, 팔을, 다리를.
「"김독자."
"내 목표는, 이 <스타 스트림>의 주인을 바꾸는 거예요."
"당신의 목적은 뭐죠?"」
"처음으로, '별'과 함께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별로 이루어진 조금 불완전한 김독자가, 그녀를 향해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는 그 미소에 화답하듯, 고개를 한껏 치켜올린채 마주 미소지었다.
「"부탁입니다. 당신도 내 '완전한 밤'으로 함께 가요."」
"처음으로, '별'을―"
사랑했어요.
그녀의 혼잣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마침 불어온 차가운 바람 때문일까, 그녀가 그리고 있던 '김독자'는 '김독자'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일까.
아니면,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담는 것 조차. 버거웠을까.
[전용 스킬, '과거시'를 종료합니다.]
그녀의 주위로 산개해있던 활자들이, 그대로 산화했다.
사라지는 활자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몇 번째일지 모를 [미래시]를 발동했다.
[전용 스킬, '미래시'를 발동합니다.]
그리고 몇 번째일지 모를, 똑같은 미래를 본다.
그리고, 똑같은 절망을.
슬픔을, 분노를, 결국엔 눈물을.
"······내일, 조금 멀리 떠날거에요."
안나 크로프트는 굳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지 않았다.
조그마한 뜨거운 눈물방울이, 그녀의 볼을 간지럽혔다.
"당신을 잊을 수 있을만큼, 먼 곳으로요."
그렇게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는, 눈물 때문인지 조금 떨리는 듯 했다.
그녀는 조용히,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 보는 것쯤은 괜찮겠죠?"
그리곤, 드넓은 잔디밭에 조심히 몸을 눕혔다.
잔디가 짓눌려지는 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
"여기서 밤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그녀는 잠을 청하기로 한다.
"마지막일테니까······."
내일이 오지 않기를 원하며.
*
똑똑.
현관에 선 안나 크로프트는,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벌컥, 문이 열리며 김독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웬 일이야?"
"그냥, 오랜만에 얼굴 한 번 보려구요. 잠시, 실례."
안나 크로프트는 그렇게 말하며 열린 문으로 쏘옥 들어갔다.
김독자는 당황한 듯 하더니, 이내 주방으로 향하며 말했다.
"손 씻고 앉아 있어. 내가 커피라도 내올게."
"아, 고마워요."
쏴아―
손을 씻은 안나 크로프트는 가볍게 손을 털어 물기를 제거했다.
그리곤 무의식적으로 세면대 거울을 쳐다봤다.
거울 속 자신을 유심히 들어다보던 안나 크로프트는, 자신의 양 손을 얼굴로 가져갔다.
"브으―"
왠지 모를 긴장감에, 괜히 양 볼을 잡아당겨봤다.
그녀도 처음으로 만져보는 자신의 뺨이었다.
"······뭐해?"
"흐븝······."
그녀의 시야에 거울에 비친 김독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 그게······."
"······커피 준비했으니까, 나와서 마셔."
"어, 네······."
김독자는 작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괜한 짓을 해서······."
쏴아아아―
안나 크로프트는 잠궜던 밸브를 다시 돌려, 차가운 물로 가볍게 세안을 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붉은 기가 어려있었다.
"하으으······."
*
"그래서, 찾아온 이유는?"
"말했잖아요.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좋잖아요?"
김독자는 각설탕을 집어 몇 개를 빠뜨렸다.
반면에 안나 크로프트는 그대로 커피잔을 들어 조금 홀짝였다.
"정말로?"
"정말로요."
둘은 묘한 눈빛 교환을 했다.
그러다, 김독자가 먼저 눈을 돌렸다.
"그럼 그런거겠지 뭐."
"······."
김독자는 커피잔을 가볍게 들어올려 한모금 마셨다.
생각보다 뜨거웠는지, 호들갑을 떨며 잔을 급하게 내려놨다.
"뜨거운거 잘 못 먹나봐요?"
"스읍······ 응, 조금······ 스흡······."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안나 크로프트는 즐거운 듯 웃음소리를 흘리며 커피를 한 모금 홀짝였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입에 넣은 김독자가,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그럼, 다른 사람들도 다 있는 시간에 오지. 지금은 다들 외출 중인데."
"괜찮아요. 아무튼 얼굴만 비추고 가면 되는거 아닌가요?"
"그래도······ 아, 한수영이 1시간 정도 뒤에 온다 했었는데. 걔는 보고 가."
안나 크로프트는 그 말에 순간 움찔했다.
그녀에게, 한수영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아녜요. 조금 바빠서요."
"바빠?"
대답하기 어려웠기에, 그녀는 그냥 미소지었다.
"흠, 그럼 말고."
그리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간헐적으로 커피를 홀짝이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지이이잉.
그러던 중, 김독자의 핸드폰 진동소리가 적막을 깼다.
"아, 전화 좀 받고 올게."
"네."
김독자는 핸드폰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한수영······."
'······슬슬 일어나야겠네요.'
멀어져가는 김독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안나 크로프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얼굴은 봤으니, 된 거겠죠.'
*
"무슨 전화였어요?"
"한수영 곧 온대. 생각보다 소개팅이 빨리 끝났댄다."
불안한 예감은, 대개 틀리지를 않는다.
커피가 반쯤 남은 잔을 내려놓으며, 안나 크로프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커피 잘 마셨어요."
"갈 거야?"
"말했잖아요. 저 바빠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미소는, 부자연스러운 감이 있었다.
김독자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배웅해줄까?"
"괜찮아요. 직접 갈 수 있어요."
제안을 거절한 안나 크로프트에게 김독자는 다시 묻지 않았다.
안나 크로프트는 조금 섭섭했지만, 현관문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하지만 안나 크로프트는, 잡은 문고리를 돌리지 못했다.
손이 뜻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여기서 내가 왜 나가야 하지?'
이건, 도망치는 것 아닌가.
"······안나?"
들려오는 김독자의 목소리에, 안나 크로프트는 뒤를 돌았다.
"할 말이라도 있어?"
마치 '마지막 기회'라는 듯한 말투로, 김독자는 너스레 물어왔다.
여기서 그녀가 이 기회를 낚아챈다면. 여기서 그녀의 진심을 전한다면.
그녀와 김독자는, 행복할까?
······허나 그녀는 '예언자'였고, 빌어먹게도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미래를 볼 수 없었다면, 아마 여기서 진심을 고백했으리라.
아니,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뭐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요?"
"뭐든. 말 해봐."
그렇게 말하는 김독자는, 안나 크로프트를 향해 씨익 미소지었다.
'그냥, 그 미소를 더 보고 싶어요.'
전하지 못할 말을, 그녀는 속으로 되뇌였다.
'언제나 웃어주는 당신과, 언제나 함께하고 싶어요.'
하지만, 꼭 전하고 싶은 말들이었다.
'······어차피, 당신의 짝은 제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전할 수 없는 이유.
'······원래 이런 걸로 잘 울지 않는데."
안나 크로프트는,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삼켜냈다.
그리고, 말을 꺼냈다.
"당신의 이름을, 불러봐도 될까요?"
"언제나 부르고 있던거잖아?"
"아, 그렇죠······ 그럼, 질문을 조금 바꿔서."
어느새 김독자의 눈 앞까지 다가온 안나 크로프트가, 김독자를 조금 올려다보며 물었다.
"말, 놓아도 될까요?"
"······물론."
김독자는 또 다시 미소지었다. 몇 번이고 봐도 질리지 않을, 그런 미소를 지어보였다.
'당신을 정말 사랑했어요.'
안나 크로프트는 그런 미소를 쭈욱 응시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하더라도, 절대 까먹지 않게.
'근데 저는 아직도, 제가 당신을 좋아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잠시 심호흡 한 뒤―
"······독자야."
말했다.
"······응."
대화했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만 몇 번이고 그려오던 상황을, 결국 맞이했다.
기쁘고, 행복할 줄만 알았다.
그래서 미소지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니, 왜인지 눈물이 흘렀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출 순 없겠지만, 그 사실을 보이고 싶진 않았기에.
"······왜 울고 그래."
그리고 김독자는, 마치 다 안다는 듯 안나 크로프트를 따뜻하게 안았다.
가볍게 그녀의 등을 토닥이는 김독자의 손길에, 그녀는 왜인지 이해받는 느낌을 받았다.
'왜, 왜 이렇게 해주는거야?'
그에게 따뜻함을 받을수록, 그녀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이 따뜻함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어차피, 어차피······ 당신은―'
"언제부터 그렇게 '어차피'라는 말을 자주 썼어?"
"······네?"
순간적으로 당황한 안나 크로프트는, 얼굴이 눈물에 젖은 것도 까먹은 듯 김독자를 올려봤다.
"이제는 그런 말은 아무런 의미 없다는 거, 제일 잘 알잖아."
언제나처럼 능글맞은 미소.
그녀는 그 미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네가 지금까지 미래시를 사용한 이유는, 미래를 바꾸기 위함이었잖아."
그제서야, 조금은 이해한 듯 싶다.
"나한테 '진짜' 말하고 싶은게 있지 않아?"
그녀에게서 멈춘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금 흘러나왔다.
그니까, 기뻐서 말이야.
"그······ 그······."
"천천히. 나 여기 있으니까."
"······."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은 안나 크로프트는 긴장해 보였지만, 어느때보다 밝은 모습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그녀의 아름다운 금빛 눈동자가 빛을 냈다.
"당신을, 좋아해도······ 될까요?"
"물론."
두근. 두근.
그녀의 심장소리인지, 그의 심장소리인지 알 수 없는 고동소리가. 서로의 귀를 맴돌았다.
"애 같은 면이 있었네?"
김독자는 자신의 품에 쏙 들어온 안나 크로프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니거든요."
"그보다, 말 놓는다 하지 않았나?"
"아······."
"내 이름, 한 번만 더 불러줘."
안나 크로프트는 김독자의 품 깊숙히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서로를 꽉 끌어안았다.
서로가 서로의 것이라는 걸 증명하듯이.
"독자야······."
글 쓰느라 안하던 게임을 다시 하니까 놓을수가 없어서 게임하느라 글을 안 썼다.
그리고 키보드 잘못 눌렀다가 미완성 글 올라갔었는데 글 올리는 단축키같은거 있음? 주의해야겠어...
여튼 읽어줘서 고맙다 전붕이들!
다음은 몰?루 아마 김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