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의 깔끔한 천장은 우리엘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은 것이었다.
전에 정희원이 보여주었던 공단 안의 방을 우리엘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에 보았을 때와는 가구 배치 등과 같은 것들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바닥은 꽤 따뜻했다. 보일러를 틀어놓은 것 같았다.
들어갈게요. 익숙한 목소리의 인사말이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정희원이 천천히 걸어왔다. 정희원은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곧 추궁을 할 게 뻔해 보였다.
"우리엘, 깼어요? 어디 아픈 데는 없고요?"
"응. 희원아, 나 멀쩡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그러니까 인상 좀 피자, 너 그러다 얼굴에 주름 생긴다?"
"그렇게 크게 다쳐놓고 괜찮다고 하면 쉽게 믿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역시나. 추궁을 피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뭐라 변명해야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따가운 시선을 피했다.
몇일 전, 아니 몇일 전이 맞는 지 아니면 한 주하고도 몇일 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크게 다쳤던 적이 있었다. 묵시룡의 꼬리짓을 막을 때 무리해서 막았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 그리고 그러다 크게 다쳤던 것이 정희원이 화난 까닭일 것이다. 전에도 몸조심 하라고 잔소리를 들었었는 데, 이번에는 더 크게 혼나지 않을까.
"...미안. 한 번만 봐주라, 응?"
때로는 정면돌파가 해답일 때도 있는 법이다. 화난 정희원을 보며 우리엘이 잘못했다며 빌었다. 저렇게 화난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3년 간의 근신이 끝나고 독자를 더 먼저 찾았을 때도 저렇게까지 화가 나 있지는 않았었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진짜로 큰일 난다, 그 생각을 하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려 했다.
"...이번 만이에요, 다음은 없어요. 또 이렇게 다치면 혼날 거에요, 알았어요?"
"응, 응. 당연하지. 다시는 안 그럴게."
고개를 끄덕이며 여러 번 다짐을 하는 우리엘을 본 정희원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저번에도 안 그러겠다고 했으면서. 들려온 중얼거리는 소리가 양심을 따끔하게 찔렀지만 무시하고 딴청을 피웠다. 조금 뜨끔한 소리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넘어간 것 같다는 생각에 우리엘이 헤실거리며 웃었다.
"물 좀 마셔요. 목마를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정희원이 물이 담긴 컵을 건넸다. 확실히 목이 마르긴 했다. 우리엘이 컵을 받아들고 물을 마셨다.
"아, 희원아. 그러고 보니 시나리오는 어떻게 됐어? 다음 메인 시나리오는 아직이려나... 혹시 새로운 서브 시나리오도 왔어?"
"시나리오요?"
"어. 희원아. 시나리오 말한 거야."
정희원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뭘 잘못 먹기라도 했냐는 표정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우리엘도 피차일반이었다. 어째서 그러는 지 설명이라도 해달라는 듯 정희원을 바라봤다.
"우리엘, 시나리오는 오래 전에 끝났어요. 오징어 포획작전이 실패한 이후에 독자 씨도 돌아온 지 오래고요."
잘못 듣기라도 한 건가. 도통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을 말하는 말이었다. 그렇게나 오래 자고 있었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정희원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왜 그러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웅얼거리는 소리만 날뿐이었다.
"우리엘, 기억나는 게 어디까지인지 한번 말해봐요."
"묵시룡의 꼬리짓 중에 두 번째 꺼, 그 열염파를 막았던 거 까지는..."
"우리엘, 저 잠시만 설화 씨 좀 만나고 올게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무언가 잘못됐다, 그렇게 생각하며 정희원이 밖으로 향했다. 영문을 모르는 우리엘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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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설화를 만나야 했다. 단순한 기억상실이라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지만 어째선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감이 들었다. 공단에서 빠져 나온 정희원은 이설화의 병원으로 달려갔다.
우리엘이 사고를 당한 것은 몇주 전의 일이었다. 공연 중에 조명이 떨어진 것이 그 원인이었다. 깨진 조명 파편 아래로 붉은 피가 흘러나오던 것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삐뽀삐뽀 하는 구급차 사이렌과 함께 구급차가 왔었고 우리엘은 이설화의 병원으로 실려 갔었다. 그렇게 몇 주 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있던 우리엘은 상태가 좋아지고 나서야 공단으로 옮겨졌다. 이설화의 병원보다는 공단이 그나마 익숙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제발 큰일은 아니어야 할텐데. 그렇게 빌며 정희원이 이설화의 병원으로 달렸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