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응큼한 손길로 그녀의 몸을 쓰다듬는다. 곤히 잠을 자던 그녀는 눈이 부셔 잠에서 깨어났다. 왠지 모를 개운함이 그녀를 반겼다.

끄으으으으응챠-

기지개를 켜며 아직 다 떠지지 않은 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느꼈다.

"X 됐다..."

아아아아악!!!!!

우당탕탕-


비명과 분주함이 한 데 어우러지며 우리엘의 집이 한 층 혼란스러워졌다. 오늘은 사랑스러운 대천사 우리엘과 김독자의 데이트 약속이 잡혀있는 날이다. 용기를 내어 데이트 신청을 한 것은 그녀였건만... 전 날, 설레는 마음에 그녀는 쉬이 잠들 수 없었고, 애지중지하던 김독자 굿즈들을 열심히 광을 내다가 결국, 늦은 시간에 잠에 든 것이다.

"이러다 늦겠다!!!"


그녀는 아끼던 옷을 꺼내 입고 머리를 묶은 채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김독자랑 나란히 서고 싶으니까..'


늦은 와중에도 김독자를 생각하며 힐을 신은 우리엘은 문을 나섰다. 표정은 생글생글, 산뜻한 기분으로 김독자를 만나러 가는 길. 우리엘은 가득한 설렘으로 기분 좋은 고양감을 느꼈다. 그녀는 김독자 컴퍼니의 집으로 향하였다.

'나도 같이 살게 해달라고 해볼까? 염룡이랑 제천대성도 다 같이... 으음... 안 되려나?'

그녀는 김독자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볼 수 있을 방법들을 하나 둘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얼마 되지 않아 저 멀리에서 김독자의 모습이 보여, 그녀는 달려가기 시작했다.

"김독자아아아아아아아!!!"

흠칫 놀란 김독자.

"우리엘... 그러다 넘어집니다."

"헤헤. 이 정도로 안 넘어져! 보고 싶었어 김독자!"

우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김독자의 뺨에 볼을 부볐다. 김독자는 흠칫 놀라더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다 봅니다."

"앗!"

우리엘이 황급히 떨어지며 김독자를 바라보았다. 우리엘은 내심 아쉬운 맘이 들었다. 보라고 그런 건데...

"저기 김독자."

"네."

"키가 좀 커진 것 같아..."

"... 깔창을... 좀 깔았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다 우리엘이 말했다.

"김독자! 키도 큰 애가 깔창을 왜 깔아!"

"그런게 있습니다. 자존심 같은 거에요."

"김독자랑 눈높이 맞추려고... 일부러 힐도 신고 나온 건데..."

아쉬워하는 우리엘을 보며 김독자는 피식 웃음짓고 손을 내밀었다.

"가실까요?"

"응응!"

김독자는, 언제 시무룩 했냐는 듯이 금세 밝아지는 우리엘을 보며 솔직하고 그래서 귀여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천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조용히 삼키곤 그녀의 손을 잡고 인파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시간이 흘러 밤이 되었다.

세상에 우리엘을 해하려는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불한당이 몇이나 있겠냐마는, "밤길이 위험합니다."라는 김독자의 말에 우리엘은 행복이 이리도 쉽고도 가깝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김독자!"

"네?"

"나 너무 행복해!"

그렇게 말하고선 배시시 웃어보이는 우리엘. 그런 우리엘의 행동에 김독자의 얼굴이 어딘가 붉어진 듯했다.

"독자도 같은 맘일까?"

해가 사라진 어두운 밤길. 거뭇한 가로등 불빛 아래. 어둠 속에서 이상하리만치 밝게 빛나는 에메랄드색 눈동자. 찬란히 빛나는 별자리의 눈은, 이리도 순수할 수 있구나. 김독자는 그런 그녀에게 마주 웃어 보였다.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엘, 도착했네요."

"아쉬워어..."

"다음에도 기회는 있으니까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나도 즐거웠어 독자! 데려다줘서 고마워!"

우리엘은 어딘지 모르게 아쉬워하였다. 김독자는 그런 우리엘에게 줄 것이 있다며 가까이 와보라 말하였다.

"그게 뭔ㄷ..."

김독자는 다가온 우리엘에게 살짝 입을 맞춘 뒤, 그녀의 눈을 보며 밝게 웃었다.

"우리엘."

"좋아합니다."

우리엘은 커다란 눈을 꿈벅이다 깜짝 놀란다. 그러다 곧, 김독자의 품에 얼굴을 묻고 대답한다. 어쩐지 그녀의 볼이 평소보다 붉은 듯했다.

"...나도 김독자가 좋아..."

"뭐라구요? 잘 안 들리는데 더 크게 말씀해주시- 억."

"바보야!! 나도 김독자가 좋다고!"

장난스럽게 그녀를 놀리던 김독자는 길바닥에 주저 앉아 고통겨운 신음을 흘렸다. 우리엘의 괜찮냐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늘엔 많은 별들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두 개의 별이 어쩐지 조금은 가까워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