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


그가 말을 꺼냈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짜피 자신을 기억할거라 한수영 본인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키스로 인격이 뒤바뀐 것을 보면…아마도 한수영을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나 몰라?”


“…몰라요.”


주륵


“어? 왜…”


김독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한 방울, 한 방을 떨어지던 눈물은 어느새 수도꼭지처럼 터져나왔다.


“누구세요 정말…”


“독자야 그게”


“누군데 제 마음을 이리도 힘겹게 하는 건데요.”


힘겹다
그 한 마디에 한수영의 몸이 멈칫하였다.
김독자가 고개를 위로 젖혔다.
한수영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어디가요?”


“네가 힘들다고 했잖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같이 있어줘요. 제발…제발…”


뭐지


“그럴까?”


왜 한 사람이 눈 앞에서 아른 거리는 걸까


“김독자”


“…네?”


“난 널 알아”


“…”


“그러니 너도 날 알아”


“떠올려봐.”


헛된 희망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기적이란 것은 없으니. 그러나 만일 이 세게에 신이 있다면, 고통 뿐인 한 사람의 인생에 단비을 내려주기를. 


“으아아아…”


김독자가 신음을 삼켰다.


“어지…러워요…그런데…그런데 느껴져요…”


“뭐가?”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투둑 투둑 빗방울 소리가 주변을 가득 체웠다. 그들의 얼굴도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액체로 젖어있었다.
한수영의 눈빛이 돌변하다. 그녀는 김독자의 머리를 잡더니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데었다.


“뭐가 기억났어? 아니 뭐가 느껴졌어?”


“뜨거운 무언가가…그리고…그곳이 아니에요.”


김독자가 자신의 머리를 잡고 있는 한수영의 손을 잡았다. 떨리는지 무서운지 괴로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데었다.


“여기에서…제 마음 속에서…느껴져요. 그리움과 보고픔과…사랑까지 전부”


김독자의 몸에서 검은 액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마도 그 악마였으리라
김독자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가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고
전부 죽어버리면…그러면 자신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런 흉악한 뱀이 김독자의 무의식 속에 거대한 꽈리를 틀고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다 악마를 만나니 그 뱀이 용이 되어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김독자는 알지 못했다.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주변 상황이 아닌 그 상황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었음을. 그리고 지금에야 그것을 알게되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악마는 필요가 없었다. 그에겐 그 시선을 통해 바라볼 세상을 바꿔줄 이가 존재했으니까.


“김독자…”


“나는 당신이 누군지도 몰라요, 당신이 왜 나를 돕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정말 뜬금 없겠지만…나랑…나랑 사귀어 줄래요?”


“김독자, 사귀고 싶으면 반말이라도 써.”


“네?”


“몇 백번이어도 사귀어 줄 수 있으니까.”


한수영이 김독자를 끌어안았다.


빗물이 계속해서 이 둘을 적셨다.


*


“흐음…”


왕은 지금 고민중이다.


지금 그의 눈에는 한수영은 그져 이용수단일 뿐이었다.





그 위대한 이름 앞에 한수영은 다음 왕을 뽑는 돌림판이나 다름이 없었다.


“다음 왕이 누가 되어야 할까…”


왕이 음흉하게 웃었다.
누가되긴 당현이 이몸이 되어야지.


10년 전


“커헉!”


거의 60대가 다 되어간 노쇠한 몸. 그 몸에선 선짓피가 끈임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는…다음 왕이 되려 하는가…”


“그렇다. 당신을 죽이고 반역을 일으키면 내가 왕이 될 수 있겠지.”


“끌끌끌 너는 절대로 왕이 될 수 없다.”


“그게 무슨 소리지?”


“수영이가 태어날때 요정에게 마법 하나를 부탁했지. 수영이와 결혼한 사람이 바로 다음 왕이 된다고!”


“뭐라?”


“그리고 내 어여쁜 딸이 너 같은 망나니와 결혼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그런 말도 안되는!”


그러나 이미 눈 앞에 왕은 그의 칼 때문에 숨을 거둔 후였다.


“크…크큭 그렇다면 내가 네 행세를 해주지, 내가 네 딸의 혼처를 정해주지…바로 나로 말이야!”


다시 현재


“난 역시 천재야…이제 이 나라의 진정한 왕이 될 수 있겠군…크하하하하!”


*


“김독자 빨리와!”


“네, 아니 어…갈게!”


“여기야 여기”


“지금 누굴 보러 가는 거라고?”


“우리 아빠.”


“엥? 왜”


“우리 아빠한테 내가 사귀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해 줄거야.”


큰 문을 열자 그곳에는 국정을 보고 있는 한수영의 아버지, 이 나라의 가짜 왕이 있었다.


“아빠! 저 사귀는 사람 생겼어요!”


“…무ㅓ?”


“? 아빠 왜 그렇게 놀라요?”


“아버님들은 원래 딸이 사귄다고 하면 엄청 충격받으셔.”


“아 그렇구나! 그냥 그렇다고요! 그럼 가볼게요 아삐~”


두 남녀가 나가자 집무실에 혼자 남은 그는 생각했다.


‘저 새끼를 죽여야해.’


*


“여기가 네 방이야?”


“으아악 거긴 들어가지 마! 들어가면 죽여버린다!”


“오 방 넓다.”


“야이 씹알 새끼야! 보지 말라고!”


한수영이 김독자에게 매달려 눈을 가렸다. 그러자 무게 중심이 뒤로 무너져 이 둘은 뒤로 쓰러졌다.


“어어 계단!”


“우와아악!”


김독자가 한수영을 감쌌다. 이 둘은 하나가 되어 계단을 굴러 떨어졌다.


“으으…괜찮아?”


“으응, 넌?”


“누구 덕분에.”


“근데 수영아, 저 문 원래 있던거야?”


계단 옆에 작은 문이 열려 있었다. 아마 계단을 구를때 뭘 누른 것 같았는데…


“우리 내려가 보자.”


“어? 왜?”


“왜긴, 궁금하잖아.”


한수영 역시 궁금하긴 하였다.


“그럼 잠깐 살피고나 오자.”


둘이 계단을 내려갔다. 작은 입구와 비교되게 내무 계단은 꽤 컸다.

내려가다보니 문 하나가 보였다.


“들어가볼까?”


한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은 밝은 횟불로 빛나고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탁자 위에는 서류가 널려있었다. 아니, 그것은 서류라기 보단 계획서 같은…


“수영아…이거…”


한수영이 손을 입에 가져다 데었다. 이것은 자신의 아버지가 본인을 어떻게 이용할것인지에 대하여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아버지가 진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할거야?”


“…죽여야지 뭘 어쩌겠어. 그 전에 그거부터 찾자.”


“뭘?”


“네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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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써놨던거 올림
이제 또 자러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