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reader/42479317?target=all&keyword=%EB%8B%A4%EC%8B%9C+%ED%95%9C%EB%B2%88&p=2
이제 뭘 쓸지도 정했겠다, 그녀는 한글창을 열고 정신없이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이야기와 소잿거리들이 파편처럼 머리속을 어지럽혔다.
뒤엉켜가는 구상을 머릿속으로 정리해가며 한수영은 타이핑을 멈추지 않았다.
'오직 김독자만이 이 이야기를 봐주었으면......'
읽는 이를 배려한 배치도, 몰입을 위한 장치도 없는 서술들.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로 그렇게 쓰지 않았을 테지만 그녀는 최대한 이야기를 재미없어 보이게 쓰고 또 썼다.
오직 단 한 사람을 위해.
틀림없이, 그가 이 이야기를 읽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자신을 덮친 까마득한 재앙 앞에서 유중혁은 말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몇백 편, 아니 몇천 편에 달할지도 모르는 회귀자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녀가 김독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몇 번이고 길거리로 그를 찾아 나서게 될 것처럼, 유중혁도 포기하지 않고 회귀를 이어나갔다.
유중혁의 말과 행동을 빌려, 그녀는 자신이 김독자에게 하고 싶은 한 가지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시나리오의 끝을 보기 전까지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너를 다시 만나게 될 그날까지, 나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 마라."」
"후..."
어느덧 1화 분량의 글이 완성되었다.
"졸려......"
새벽이라고 하기에도 한참이 늦은 시간,
초등학생인 그녀에게는 잠들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해야 할 일을 마쳤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풀려버린 건지 그녀는 글을 업로드하자마자 곧바로 책상에 쓰러지듯 엎드려 잠들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태양이 막 떠오르고 있었다.
비스듬하게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뜬 내가 지금이 아침이라고 생각하며 노트북을 열자 [오후 6:10]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나를 반겼다.
...... 뜨는게 아니라 지는 중이었구나.
'젠장...... 이러다가 낮이랑 밤이 바뀌어 버리겠는걸.'
김독자가 내 글을 봐주었기를 바라며 인터넷 창을 켜 연재 플랫폼에 접속했다.
어제 새벽 올린 글에 벌써 몇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노잼, 설명충 등등 온갖 악평들이 눈에 들어왔다.
'너네 보라고 쓴 거 아니거든?'
그렇게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리던 중, 드디어 반가운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님. 정말 재밌습니다. 이거 연재 주기가 어떻게 되나요?
자신의 이름으로 지어진 단순한 닉네임.
그 이름 세 글자를 보자마자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그가 내 글을 읽고 감상평을 말해줄 때처럼, 어디선가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차......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오른손으로 눈가를 한번 쓱 닦으며 나는 [답글 달기]를 눌렀다.
자세히 보니, 댓글이 하나 더 밑에 달려 있었다.
-혹시... 내일도 연재하시나요?
뭐라고 답해야 할까.
매주 토요일 연재? 주 3회? 그것도 아니면 매일?
학교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이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쓸 수 있을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일은 아니고...... 주 3회로 연재 하되 가끔씩 한 두 편 더......」
"에이씨."
댓글을 작성하던 그녀가 짧은 짜증과 함께 쓰던 문장을 모두 지워버렸다.
"까짓것, 매일 쓰지 뭐."
어차피 원래도 매일 너에게 보여줄 이야기를 썼는데, 웹 소설이라고 안될 거 없잖아?
-네, 내일도 연재합니다.
노트북을 덮은 한수영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그래... 이제 된 거야."
연재는 계속되었다.
학교를 마치고 나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북을 열어 글을 썼고, 학원이 있는 날이면 새벽까지 글을 쓰곤 했다.
그에게 보여줄 글이기에 단어 하나 허투루 쓸 수가 없었다.
일부로 재미없어 보이게 쓰고 있기는 했지만, 그의 흥미를 적당히 돋우기 위해서는 퇴고와 수정도 필수였다.
"생각보다 웹 소설도 쉽지 않네."
아무렇게나 대충 쓰는 글 인줄 알았는데, 막상 직접 써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터넷에다 쓰는 것이기에 누구나 쓸 수는 있었지만, 독자들의 무성의한 스크롤을 뚫고 그들을 사로잡을 만한 문장을 쓰는 건 대충 써서 될 일이 아니었다.
매일 새벽까지 글을 쓰다가 잠들고, 다음날 틈틈이 확인한 후 오후 7시쯤이 되면 글을 올렸다.
한 편 한 편 글을 쓸 때마다, 머릿속에는 매번 김독자가 떠올랐다.
나를 보고 웃어주던 그 표정과 글을 읽을 때만 보여주던 그 생생한 표정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글이 조금이나마 그가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
그리고 내가 그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또 한 번 그를 떠올려보는 것.
그뿐이었다.
그 밖의 모든 나의 생활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나의 부모라는 작자들은 그날 이후로 다시 내게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김독자가 떠났다고 해서 나의 학교생활에 큰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이미 그와 붙어있는 시간은 하루 중 그다지 큰 시간을 차지하지 않았었고, 내가 그와 함께 있던 건 오로지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잠깐의 시간이었을 뿐이니까.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건, 어느 새부터 좀처럼 웃을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부정해 보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빈자리가 나라는 사람에게 있어 많은 부분을 가져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면 또다시 글을 썼다.
[멸살법]을 제외하고도 그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틈틈이 썼고, 그것들 중 몇 개를 골라 교내 백일장 같은 곳에도 종종 제출하고는 했다.
물론, 내면 내는 대로 중학교에서도 교내 문학상은 저절로 나에게 따라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너는 돌아오지 않았고 나에게는 여전히 친구가 없었다.
가끔씩 내가 쓴 글에 흥미를 가지고 내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으나, 그들 중 내 글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너 말고는 안되는 걸까......"
그렇게 바쁘게 글을 쓰고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그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김독자를 마주칠 수 있을까 싶어 시간이 날 때마다 주위를 돌아다녀 보았지만 아무 데서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굉장히 멀리 가버린 것이 분명했다.
그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을 흘러만 갔고, 그렇게 나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13살에서 14살로, 그리고 다시 15살로.
-작가님. 오늘은 중혁이가......
그는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고 이제 이 글을 읽는 사람은 김독자 하나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떨어져 나간 걸 확인한 뒤부터 나는 거리낌 없이 내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그의 댓글도 조금씩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작가님. 제 생각인데, 이참에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 편이......
"호오..."
-주인공을 하나 더 만들까요?
-기왕이면 예쁜 여캐로...
-아하, 미소녀 말씀이시죠.
나를 두고 떠나버린 주제에 미소녀나 찾고 있다니...... 나에게 댓글로 말을 걸기 시작한 건 좋았지만 그대로 부탁을 들어줄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괜히 미소녀 캐릭터 하나 만들어 줬다가 나 말고 걔한테 빠질 줄 어떻게 알고.
「유중혁의 뺨을 두 번 갈겨버릴 정도의 외모. 화려한 금발의 미소년이 유중혁을 노려보며 외쳤다. "야, 만두남."」
그러니 이것은 그에 대한 나의 소심한 복수였다.
-...작가님??
기지개를 켜며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삐그덕 거리는 의자를 집어넣고 거실로 나오자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를 보지 못하게 된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꼭 나의 졸업식을 보러 와주기로 약속했었는데, 초등학교 졸업식은커녕 중학교 졸업식도 이제는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언젠가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나는 다 괜찮았다.
유일한 독자의 말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이 지루하고도 지옥 같은 나날들을 견뎌나갈 수 있었다.
이 집을 나갈 수 있는 나이만 된다면, 이 집을 떠나 그를 찾아갈 것이다.
그를 만나, 얘기할 것이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고.
그렇게 또 1년 남짓 한 시간이 지났다.
그 1년은 지금까지의 시간에 비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운이 나쁘게 입시를 망쳐버린 그가 지방의 한 삼류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그중 하나였다.
지금은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질지도 모르는 그 시험 하나를 망쳐버린 나의 독자를, 멀리서나마 위로해 줄 수밖에 없었다.
-독자님, 지금 당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그가 어디로 가게 될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독자가 있는 곳도 알았겠다, 더 이상 주저할 것이 없었다.
'어차피 작가할 건데, 대학이 그렇게 중요하겠어? 정 찜찜하면 나중에 재수하면 되는 거고.'
그가 있는 대학, 그가 들어간 학과 등등.
그가 소소하게 전하는 자신의 생활상과 정보들을 빠뜨리지 않고 모아 기록해 두었다.
이제 이 집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그를 만나는 일에는 큰 지장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2년만 더......'
그날 이후로도 나는 여전히 이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나와 그 인간 둘 중 누구도 김독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둘 모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아예 모른다는 것처럼 행동하기만 했다.
여전히 그는 나를 신경 쓰지 않았고, 나는 넓은 집에 남겨진 채로 주중에는 어떻게 여기를 떠날 것인지를 궁리하고 주말에는 찾아오는 부모들을 상대했다.
이런 내 처지가 서러워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을 때에는 그를 찾아 나서기 위해 또 몇 번씩 집을 나서기도 했지만 대게는 얼마 못가 집으로 돌아오고는 했다.
아직, 이 집을 떠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에.
그래서,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내가 언젠가 이 집을 떠날 날을 기약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그를 위해 썼던 이야기를 조금 더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수정하고 덧붙여 내놓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선풍적인 인기가 자연스레 따라왔다.
-공전의 히트작! 『SSSSS급 무한 회귀자』!
비록 내용을 조금씩 바꾸기는 했지만 그만을 위해 썼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준다는 것에 왠지 모를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다 김독자를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 쪽지를 받으면서도.
-작가님! SSSSS급 무한 회귀자란 소설 아시나요? 이 소설 설정이 멸살법이랑......
알기만 하겠냐, 내가 직접 썼는데.
[멸살법]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또 다른 내 작품을 까내릴 김독자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덕분에 조회 수 올라서 좋네요.
언젠가 그를 만나면 꼭 알려줘야 할 사실이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다.
사실은 두 작품 모두를 같은 사람이 쓴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늘어졌다.
'참, 이럴 때가 아니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오늘 자 연재분이 떠오른 나는 다른 창들을 닫고 한글창을 띄웠다.
그 뒤로 그를 만나러 갈 내 계획에 방해가 될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김독자가 재수를 하지 않고 지방의 삼류대학에 다니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내 성적을 관리하는 것도 한결 수월해졌다.
애초에 웬만한 중위권 성적으로는 들어갈 수 있는 학교였고, 지금의 내 성적을 유지만 한다면 장학금을 받고 들어가기에도 충분했다.
적당히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공부하며 나는 두 작품을 병행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내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게 있었으니......
-작가님. 저 모레 군대 갑니다. 최전방 걸릴 거 같아요.
"아... 맞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나는 휴대폰을 툭 떨어뜨렸다.
나 바보구나......
'김독자가 지금 가서 군대를 마치고 오면......'
아무래도 그를 만나려면 시간이 좀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나는 계속해서 그를 기다렸다.
그와 같은 대학에, 그가 있는 문예 창작과에 원서를 넣었고 결과는 4년 전액 장학생이었다.
좀 더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한 것이 아쉬울 법도 했지만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다만 좀 신경 쓰이는 것은, 지금의 내가 꽤나 유명 인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1학년, 그것도 첫 학기 초에 누군가가 내 이름이 [SSSSS급 무한 회귀자]의 작가의 이름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아냈고,
내가 텍스트 피디아 1위 웹 소설의 작가라는 소문이 곧 전교에 퍼져나갔다.
덕분에 혼자 있을 틈이 없을 정도로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었고, 나는 졸지에 숨어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교수들한테 잘 보여서 성적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나오는 건 꽤나 이득이었다.
......종종 내 외모만 보고 남학생들 중 몇몇이 들이대는 게 짜증 나기는 하지만.
아무튼 오늘은, 드디어 그가 복학하는 날이다.
본인한테도 확실히 들었으니 아마 오늘 운이 좋으면 캠퍼스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대학교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심장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그를 만나면 전하기 위해 연습해온 말들을, 나는 마지막으로 또 한 번 다시 되뇌어보았다.
강의를 들으러 가는 이 발걸음이 오늘은 왠지 평소와 달라 보였다.
습관처럼 하던 모든 행위들이 하나하나 그와의 있을지도 모르는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다.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말랐으려나.
키는 이제 꽤 클 것 같은데.
너무나도 궁금한 게 많았다.
길고 길었던 모든 기다림에 대한 설렘을 안은 채로, 나는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실에 들어가자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미 와 있었다.
'혹시 김독자도 여기에 있나?'
그가 언제 어떤 수업을 듣는지는 하나도 아는 바가 없었기에 오늘 듣는 수업마다 김독자가 있는지를 샅샅이 살펴볼 예정이었다.
'혹시...?'
왼쪽 대각선으로 한참이나 앞에 있는 자리에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자신의 책을 확인하기 위해 잠시나마 고개를 돌릴 때, 한수영은 그게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독자다...!'
조금은 달라졌지만 저 모습이 김독자라는 것을 알아채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이 안 변했네.'
강의는 시작됐지만 더 이상 집중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혹여나 그가 눈치를 챌까 자세를 숙여 그를 힐끔거리는 것과 동시에 머릿속에는 벌써 김독자와의 재회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그녀는 김독자를 찾았다.
어느새 인파 속에 섞여들어간 그는 다음 수업을 위해서인지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김독자......"
이 순간만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가.
그녀가 이 학교에 오게 된 이유가 눈앞에 있었다.
멀어져 가는 그를 향해 그녀는 달리기 시작했다.
「아주 오랫동안, 단 한 사람의 독자만을 기다려왔다.」
그를 기다리면서, 그의 이야기를 쭉 들어오면서 그녀는 이제 그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작가님! 저 여기서 기숙생활합니다!
-저도 이 근처에 살았었는데. 소설 속에서 보니 또 추억이 돋네요.
그가 어떻게 자신의 비극에서 벗어났고, 어떤 식으로 또 삶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지.
-작가님. 정말 몇 번이나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도.
-작가님이 써준 이야기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어요.
어쩌면 그저 그녀의 소망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김독자를 마지막으로 본건 벌써 7년이 넘었고, 김독자가 어떤 삶을 사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그녀가 전부 알 수는 없으니까.
한수영이라는 사람이 김독자에게 있어서는 그저 스쳐 지나간 하나의 흐릿한 추억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법이었다.
그가 자신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 거짓말일 것이라는 것도 한수영의 추측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한수영은 생각했다.
그럼에도 내가 또 한 번 너에게 다가가 보는 건,
네가 나에 대한 기억을 조금이라도 간직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나를 기억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내가 봤던 너는 충분히 그럴 만큼 따뜻한 사람이었으니까.
그와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며 그녀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앞으로도 나의 독자가 되어준다면,
그리고 다시 한번 나를 기억해 준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너를 위한 이야기를 써 내려갈 자신이 있다고.
간신히 뻗은 그녀의 손끝이 김독자의 어깨에 닿았다.
"하아...... 김독자!!"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그의 옷, 그의 감촉, 그의 얼굴, 그의 표정.
모든 게 낯설면서 동시에 익숙했다.
가까이서 직접 보니 키만 큰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왜소하고 작은 체구의 소년은 이제 시크하면서도 차가운 인상을 가진 한 명의 남자가 되어있었다.
"아......!"
이렇게 기쁜 날에, 그렇게 기다리던 널 다시 만나게 된 이 순간에, 나는 왜 자꾸만 눈물이 나는 걸까.
"...... 한수영?"
"아흑, 으흑......!"
목이 메어오는 동시에, 나는 준비한 말을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그대로 그의 앞에서 목놓아 울었다.
그런 나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를 보고 놀란 그의 눈에도 어느새 나와 같이 한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대로 재회? 어림도 없지
망해가는 챈 오랜만에 좀 글 올라오는 것 같아서 올려본다
뒤편까지 쓰고나서 여러번 고친후에 올리고 싶었는데 창작이 너무 안올라오기도 하고 수정한다고 해서 더 나아질것 같지도 않고 해서 걍 올림
개추와 댓글 주시면 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