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시나리오 - 가치 증명>

분류: 메인

클리어 조건: 하나 이상의 생명체를 죽이십시오

보상: 100 코인

실패 시: 사망

제한시간: 30분

유상아는 자전거를 멈추고 눈 앞에 나타난 푸른색 창을 보았다. 

게임 퀘스트 창과 비슷하게 생긴 그것은 그녀에게 살인을 요구하고 있었다. 

유상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푸른색 창을 받은 것은 그녀 뿐만이 아니었는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유상아는 저도 모르게 손톱을 깨물며 생각했다. 

'어쩌지? 정말 사람을 죽여야 하나?' 

사실 이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맞았다. 

유상아가 도덕적인 사람이라곤 하나, 그녀 또한 평범한 사람. 

다른 이를 위해 굳이 희생할 필요가 없었다. 

유상아는 까득까득 손톱을 물어뜯었다. 

똑똑한 유상아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죽고 싶지 않아."

"내가 여태껏 어떻게 살아왔는데!"

"난 살거야."

"필요하다면 사람을 죽여서라도!"

유상아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적당한 크기의 돌멩이를 쥐었다.

그리고 자신이 죽일 수 있을만한 약한 생명체를 찾아다녔다.

십수분 후, 유상아의 귀에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유상아는 서둘러 그 소리를 쫓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자신보다 약한 생명체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난 유상아는 잠시 멈칫했다.

생명체는 작았다.

166cm의 여성 평균 키인 유상아의 골반까지도 오지 않는 작은 크기였고,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생명체는 아이였다.

많게 쳐줘야 5~6살인 남자아이.

유상아는 돌멩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 아이만 죽이면 유상아는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아깝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엘리트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죽어."

유상아가 돌멩이를 두 손으로 잡고 크게 휘둘렀다.

쩍!

"죽어."

쩍!

"죽어, 죽으라고!"

유상아와 그녀가 쥔 돌멩이, 그녀의 얼굴, 그녀가 입고 있는 스커트와 셔츠에 아이의 피가 묻었다.

아이는 머리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쓰러졌고,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하지만 유상아는 아이의 머리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될 때까지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

띠링.

[메인 시나리오를 클리어 했습니다.]

[보상 100 코인이 지급됩니다.]

"후우………."

유상아가 물가로 이동해 흐르는 물에 손을 담가 피를 닦아냈다.

그때.

찌르르르르.

어디선가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유상아는 그제서야 간과하고 있던 한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푸른색 창은 '살아있는 인간'을 죽이라 말하지 않았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라 말했다.

"...........흐흐."

"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유상아가 미친년처럼 웃기 시작했다.

나무나 바위 같은 것에 몸을 숨긴 채 그녀를 노리고 있던 사람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하더니, 결국 그녀를 피해 도망쳤다.

유상아는 겁쟁이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물가에 비친 그녀는 피를 잔뜩 묻힌 채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너는 쓰레기야 유상아.

아무리 착한 척을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너도 사실 알고 있었잖아.

그치?

첨벙!

"허억, 허억!"

"........그래."

"나는 쓰레기야."

"내 가슴까지도 안 오는 꼬맹이를 죽인 쓰레기."

"근데, 그게 뭐?"

"나는 살거야."

"살아서, 지금까지 내가 한 고생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지 않을 거라고!"

[하하, 여기 똑똑한 분이 계시네요.]

".......도깨비?"

[네, 제가 바로 도깨비입니다.]

"도깨비가 왜 현실에…..?"

[뭐, 그런 건 알 필요 없고, 당신은 그냥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뭘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후원자로 선택해 강해질 것인지, 아니면 누구도 후원자로 고르지 않고 약한 채로 머물지.]

타락했다 하더라도, 유상아의 현명함은 여전했다.

유상아는 잠시의 고민도 없이 도깨비에게 말했다.

"전자를 선택할게요."

띠링.

도깨비는 아까의 것과 유사한 푸른색 창을 그녀의 앞에 띄우고 잘 선택해보란 말만 남긴 채 사라졌다.

유상아는 턱을 매만지며 그 창을 응시했다.

창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을 후원해 줄 성좌를 선택하라.

아까처럼 사람을 죽일 필요없이, 그저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유상아는 그 말 아래 놓여진 선택지 두 개를 유심히 읽어보았다.

뱀으로 변해버린 여인

사랑과 미의 여신

신화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던 그녀는 두 수식언이 각각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첫번째 선택지 '뱀으로 변해버린 여인'은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했음에도 괴물로 변하는 저주에 걸려버린 가엾은 여인, '메두사'였고, 두 번째 선택지 '사랑과 미의 여신'은 그 유명한 올림포스의 열두 신 중 하나, '아프로디테'였다.

유상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선택했다.

"흉측한 괴물 따위는 내게 어울리지 않아."

[소수의 성좌가 당신의 발언에 낄낄거립니다.]

[성좌 '뱀으로 변해버린 여인'이 분노합니다!]

유상아의 건방진 발언에 메두사가 분노했지만, 정작 메두사의 분노를 산 그녀는 자신이 미의 여신에게 선택받았다는 사실에 감격할 뿐이었다.

자신이 호랑이의 꼬리를 밟아버린 것도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