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ㅡ
눈물 한 방울이 땅을 적셨다.
한수영은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낡은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골목. 별다를 것 없는, 어느 동네에나 하나쯤 있을 법한 골목이었지만 한수영에게는 그 어떤 골목보다도 특별한 골목이었다.
'김독자... 제발 빨리 돌아와... 나 죽을 것 같아'
골목을 바라보며 우는 그녀의 머릿속엔 오직 김독자뿐이었다.
항상 동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던 그를 누구보다 잘 알던 그녀였기에 그녀는 김독자가 떠날 것임을 알고도 잡지 못했다.
항상 곁에 있어준 그는 언제나 과분한 존재였기에 떠나던 그를 감히 잡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움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떠나는 김독자가 불편하지 않게 일부러 모진 말을 뱉었어도, 자신을 미워해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게 그에게 일부러 아픔을 주었어도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
항상 김독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그녀는 언제나 지친 김독자가 기댈 수 있게 준비해두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고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도 한수영은 마지막으로 둘이 걸었던 골목을 매일같이 걸으며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언젠가 사랑이 필요할 때
언젠가 따뜻한 손길을 원할 때
그 사랑이, 그 손길이 자신의 것이었음을 바라왔기에
그녀는 김독자를 놓을 수 없었다.
조금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녀는 그를 사랑했기에 수 년, 수십 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러니,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그 암흑 같은 기다림이 보상받았을 때
그녀의 마음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달아올랐을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눈물을 흘리게 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그래서 그 남자와의 사이에서 예쁜 딸을 낳았을 것이다.
<작가의 말>
그러니 나의 딸아.
너의 부모님은 이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이야기를 통해서 너를 탄생시켰음을 기억하렴.
그리고 언젠가 이 이야기에 담긴 사랑을 네가 이해할 때가 오면 너의 아버지에게 말해주렴.
엄마는 아빠를 참 많이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거라고.
그러니 다시는 가족과 친구, 동료를 구원한답시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고.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자 너의 이야기이니까.
한수영 - 《한 살의 서아에게(작가의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