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의 생활은 정말 쉽지 않았다.

오히려 다곤과 싸우는 것이 나을수도.....


"독자야....소변 안 마려워?"

"제발....그만....!"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수 없는 몸 때문에 나는 병원에서 한수영과 알콩달콩을 개뿔 못 보여줄 꼴만 보여주고 있었다.


"진짜 혼자 할 수 있겠어?"

"수영아....제발....이건 아니야."

"크크크, 알았어."


나는 다급히 한수영을 내보내고는 혼자서 어떻게든 볼일을 처리했다.


어떻게 하냐고?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방법이야 있지."


원래 예전부터 이가 없음 잇몸으로 하라고 했다.


"'책갈피'."


['책갈피'가 발동합니다!]

[전용 스킬, '아바타 LV.???(+???)'가 발동합니다!]


"....이건 아닌 것 같아, 이게 맞을까?"

"어쩔 수 없잖아."

"기분 더러운데."

"나도거든? 나라고 안 그러겠냐?"


어찌됐든, 아바타에게 오로지 뒤처리에 관한 기억만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당신의 화신체가 좋지 않습니다.]

[스킬이 해제됩니다.]


대신, 정확히 3분만 유지가 가능하기에 여러모로 위험했다.


"다 했어?"

".....어."


다른 일행들은 각자의 일상이 있기에 평소에도 일이 없는 한수영만이 나를 도와줄 수 있었고, 자연스레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한수영과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었지만.....


"이건 아니야...."

"왜?"

"하...그래도 하루만 더 버티면 되니까. 아프긴 해도 팔도 움직일 순 있고."

"다행이네, 얼른 나으면 데이트하자."


....내가 잘못본 건가?


사귀기 시작하고서 어째선지 한수영과 애교가 많은 고양이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허....그래, 데이트 하자."

"좋아!"


저렇게 표정을 못 감추면서 나를 좋아하는 감정은 어떻게 그리 잘 숨긴거래?


*


병원에 있으면서 정말로 다사다난한 일들이 많았다.

어머니들이 찾아와서 한껏 잔소리를 내뱉다가 한수영이 사랑넘치는 말투로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그대로 부모님께 들켰던 것이나, 우리엘이 찾아와 껴안으려다가 한수영이 칼같이 막아내고 쫒아낸 일이나.


.... 퇴원하고 싶어.....


이쯤이면 병원에서 지내는 생활이 오히려 더 힘든 것 같다.



"이제 퇴원하셔도 될 것 같아요."

"진짜지?"

"휴.....이제 괜찮은 거죠?"

"네, 아까 확인할때에 움직이시는데 불편한 곳은 없으셨죠?"

"네, 느끼기에는 멀쩡하네요."

"다행이네요."


이설화는 내 퇴원 소식에 나보다 신나서는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한수영의 얼굴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퇴원하시면 일행분들 오늘 집에 계실 거에요. 가서 인사부터 드려요."

"그래야겠네요."

"그럼, 이건 퇴원 선물이랄까요?"


우리를 모며 싱긋웃던 이설화가 가운의 주머니에서 한 장의 사진을 꺼내 건네주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사진? 이게 뭐에요?"

"그럼 전 이만."


탁.


이설화가 문 밖으로 나가고, 나는 바로 이설화가 건넨 사진을 확인했다.


"....이런 미ㅊ...."


그 사진을 본 순간, 한수영의 입에서는 욕설이 나오다 사라졌다. 그 사진 안에 있는 것은 이설화가 의료 정보라는 핑계로 찍은 여자가 남자를 꼭 껴안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설화.....!"


한수영이 얼굴을 터질듯이 붉히며 밖으로 나가려고 할때, 나는 자연스레 사진을 주머니에 넣어 챙기고는 한수영의 손을 잡았다.


"일단 집으로 가자."

"어?....어."


내가 손을 잡자마자 언제 그랬냐는듯, 고개를 숙이며 소심해지는 한수영이 너무나 귀여웠지만, 일단은 여긴 병원이기에 장소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손....잡고....갈거야?"

"왜? 싫어?"

"아니....싫은 건 아닌데.....그냥....."


아, 귀여워. 이 아기 고양이를 어떻게 해야하지?


역시 일단 뭘 하든 장소를 옮기는 게 최우선이다.


*


"흠.....그래서 며칠 묶여 계실래요?"

"아하하...."


입원하는 내내 여친과 데이트를 하는 것을 기대했지만, 일단 그 전에 할 일이 남아있었다.


"희원 씨....그게...."

"상아 씨."

"네. 맡겨만주세요."

"저기....상아 씨 무슨....!"


꽈아아악.


유상아가 내게 손을 뻗더니, 머리에서 큰 압박감이 들기 시작했다.


"윽....."

"긴고아 맛 좀 봐야죠. 독자 씨."


점점 조여지는 긴고아에 내가 압박되어가자, 보다못한 한수영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왜?"

"이쯤하면 괜찮지 않을까? 얘도 반성했을 거고, 이번 일은 얘도 예상 못했던 일이니-"

"뭐야? 너 왜 갑자기 독자 씨 편을 들어?"

"어? 뭐, 뭐가?!"

"흐음....?"

"어? 뭐라는 거야! 내가 왜 얘 편을 들어! 이건 단순히-"

"너.... 수상해...."

"뭐, 뭐가?!"


하하.....젠장.


한수영의 연기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말투나 표정이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 것 같았으니까.

대신 말투나 표정은 바꿔도 저거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잠깐만요."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유상아가 긴고아에 가하는 힘을 멈추고 한수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왜."

"수영아."

"뭐."

"너 얼굴이 엄청 빨개."

"....!"


한수영은 자신의 손등을 뺨으로 가져가 대더니,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 흠칫 놀라며 몸을 돌렸다.


"아, 아파서 그런가?! 아무튼! 이제 독자 그만 용서해주자....."

"....독자?"

"...."


숨긴다고 한지 일주일도 안되서 끝이네.


유상아에 이어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정희원이 한수영에게 다가가 마침내 아까부터 느껴지건 낌새의 핵심을 짚었다.


"야, 너 독자 씨랑 사귀냐?"

"....."

"언니, 설마....."


그제야 하나둘 다른 일행들도 상황을 파악하고는 작게 미소지으며 한수영을 둘러쌌다.


"아니....거든....!"

"맞네~ 언니 언제부터야?"

"수영 언니.....드디어...."

"....."


일행들의 질문 공세에 한수영이 고개를 숙이고 터질듯이 얼굴을 붉히고 있자, 보다못해 내가 나섰다.


"저....사귀는 건 맞는데, 우리 수영이가 부끄럼이 많아서 잠시 시간 좀 주시겠어요?"

"헐....."


나는 그대로 한수영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


한수영은 밖으로 나와서 집이 멀리 보일때까지 걸으면서도 아무 말 없이 내가 잡은 손을 의지하며 나를 따라 걸었다.


"....김독자."

"응?"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독자야."

"왜?"


그 후로도 내 이름를 몇 번이나 부른 한수영이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따뜻하게 대답해주었다.


".....김독자."

"여기 있어."

"독자야."

"응."


그러기를 한참 한수영이 숙인 고개를 들더니 내 얼굴을 보며 작게 웃었다.


"히히....독자야."

"응, 수영아."

"......좋아해."


그리고 그 말이 들리지마자, 나는 참고참던 인내심이 터져 그대로 몸을 돌려 한수영의 팔을 잡아당기며 그대로 품에 안았다.


"응, 나도 좋아해."

"....."


히힛. 하고 이상하게 웃은 한수영은 내 품 속에서 얼굴을 비비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얼굴에 가득한 홍조 말고, 그 눈동자에 다른 것 없이 오직 나만이 비추고 있는 것을 보고는, 손으로 양볼을 감싸 짧게 키스해주었다.


쪽.


"히히....."


그러자 다시 내 가슴에 고개를 파묻더니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 말해버렸네?"

"그러게."

"뭐 어때. 내가 내 남친 사귀겠다는데."

"그치. 뭐 어때."


한수영을 품은 가슴이, 그 안에 있는 마음이, 겉으로든 속으로든 굉장히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


".....대박."

"그러니까, 한수영이 먼저 다가가서 사귀기 시작했다는 거지?"

".....그렇다니까!"


밖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다 결론을 짓고 돌아온 우리는 일행들에게 둘러싸여 질문 폭탄을 받다,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역시.....말보다는 행동이라는 건가...."

"닥쳐! 그 얘기 안 꺼내기로 약속해서 말해준 거잖아!"


그리고 사귀게 된 이야기를 설명해주다 일행들의 독촉에 어쩔 수 없이 한수영이 키스한 것을 말하자, 일행들은 크게 놀라고는 아까부터 한수영을 놀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수영아. 요즘에는 여자도 적극적이고 해야돼."

"독자가 훨씬 적극적이거든?!"

"어머."

"수영아....."


아까부터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나는 한수영의 팔을 잡고 끌어서 내 다리 사이에 앉혔다.


"화내지 말고 말하자."

".....미안."


내가 내 앞에 앉은 한수영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사과의 말이 들려왔다.


"헐....."

"역시 사랑은 위대하구만."

"닥쳐....."

"수영아."

"....조용히 해."


그 모습에 일행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우리를 놀리면서도 그 속에서 계속해서 우리의 사랑을 응원해주었다.


고맙습니다. 다들.


내가 일행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자, 한수영이 내 소매를 작게 잡아당겼다.


"....독자야."

"응?"

"다른 사람보고 그렇게 웃지마."


그리고는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진짜....이 귀여운 생명체를 어떻개 해야하지?


"당연하지."


너도 고마워, 내 작가가 되어줘서, 그리고 내 여친이 되어줘서.


병원에서 퇴원하고 맞이한 일행들과 얘기하며 한수영과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


그 후로도 우리는 꽁냥꽁냥한 연인으로 지내왔다. 가끔 일행들이 적당히 하라고 화내기도 했지만, 우리가 신경쓸 일은 아니다.


"여행을....가자고?"

"응."

".....설마, 둘이서?"

"어."


그리고 내가 여행을 가자고 요청하자, 한수영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가게....?"

"음....2박 3일?"

"둘이서 2박 3일로?"

"그치?"

".....변태."


그러자 한수영이 양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며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봤다.


"어.....어?!"

"김독자....변태."

"무슨....! 아니! 그런게 아니잖아! 그런 생각도 안했다고!"


아니, 안했다고는 못하겠지만.....어쩔 수 없잖아. 연인이고!


['한수영'이 '거짓 간파 Lv.???'을 사용합니다!]

[당신의 발언이 거짓임을 확인하였습니다.]


"....."

"....."


아니.....이게 그....


나는 저번 가터벨트 때보다도 더욱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이고는 그저 침묵을 유지했다.


".....하고 싶냐?"

"어. 어?!"

"와....진짜....."


나도 모르게 한 대답에 나도 놀라며 고개를 들어 한수영을 바라봤다.


".....변태네."

"아니.....근데 어쩔 수 없잖아. 우리 사귀는 사이인데."


그렇지만 그런 한수영도 얼굴을 완전히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어느샌가 그저 부끄러움만 남은 표정으로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한수영에게도 나에게도 이번 연애가 생의 첫연애였기에, 그 어떤 경험도 없었던 우리라 더욱 풋풋하면서도 좋은 연애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그녀가 부끄러워하며 눈을 피할때는 내가 한 발자국 더 다가가주었다.


"그래서.....여행가기 싫어? 예약도 해놨는데."

"아니.....싫다는 건 아니고."

"그럼 된거네. 이번주 수요일주터 가려고 하는데. 괜찮지?"

".....응."

"알았어, 그럼 이따 보자."


그리고 나는 한수영을 잠시 안아주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

한수영의 반응을 보고 점점 참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부쩍 이런 일이 많아졌다.

뭐를 참기가 힘드냐고?


꼭 그쪽 일이 아니어도 그저 꼭 껴안고 싶다거나, 마음껏 키스하고 싶다거나, 그저 계속 손잡고 싶다거나하는 기분이 계속해서 들었다.


혹시 모르니까 좀 참는게 좋겠지.


똑똑.


"상아 씨, 계십니까?"

"아, 네 들어오세요."


그리고 내가 곧바로 찾아간 곳은 유상아의 방이었다.


"안녕하세요."

"네, 무슨 일 있으세요?"

"아, 그 이번주 수요일에 잠시 여행을 갈까 해서요."


유상아는 정부에서 지원되는 코인과 여러 특혜로 우리의 삶이 여유로워진 김에 하던 일을 쉬고, 집 안에서 쉬면서 모두의 스케쥴이나 일을 관리하고 있었다.


"흠...저에게만 얘기를 한다는 것은 설마....?"

"네.....그 설마입니다."

"역시 수영이 몰래 바람을 피시려고! 그 대상은 저인가요?"


음....? 뭐라고?


"네?"

"죄송하지만, 저는 그런 일은....."

"저기요....그만 놀리주십쇼."

"하하하. 그래요. 두 사람이서 놀러간다는 거죠?"

"네. 수요일부터 2박 3일로 다녀오려고요."

"흐음.....뭐, 괜찮을 것 같네요."


다행이다.....안된다고 하면 계획을 전부 수정하려고 했는데.


"대신, 전화를 꼭 주셔야해요."

"전화요?"

"네, 이건 정부측도 원하는 일이니까요."

"무슨.....?"

"위치와 간단한 동선 확인이요."

"아.....네, 뭐 그정도는 알겠습니다."


뭐, 정부쪽도 긴급한 상황이면 도움을 요청할 수가 있어야하니까.


"그럼 괜찮은거죠?"

"네, 제가 전화드리면 왠만하면 꼭 받으세요."

"알겠습니다."


일단.....준비는 다 된 것 같고.


사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그냥 여행이 아니었다.


"이번 여행이 딱 1주년이니까."


한수영과 교제를 시작한지 딱 1주년이 되는 날이 이번주 목요일이었다.


"후.....할 수 있어."

"뭐를요?"

".....어?"


어느순간부터 보고 있던 건지, 신유승이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있었다.


"아.....유승아."

".....아저씨."

"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괜찮을 것 같네요. 힘내요."

"어, 어....고맙다."


.....아무튼.


이번이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속으로 의지를 다듬고는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작은 상자 하나를 작게 쓸어 만졌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