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바빠서 못 쓸 가능성 높음.. ㅇㅇ
이번 화 짧음.
음..뭐...암튼 그럼.

즐.
...
한수영은 문 앞에서 조용히 뒷걸음질쳤다.
문을 여는 순간 그녀의 아바타들이 튀어나와 그녀를 끌고 들어갈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태까지의 행보에 대한 질타를 받으면서 서 있어야 하겠지.
그렇게 되면 분명, 수치사하겠지.
그래서 터질 것 같이 덜컹거리는 문을 무시하고 검은 공간에서 그냥 주저앉아 멍하니 있었는데.
어느 순간 빛이 생기더니 시야를 뒤덮고선 익숙한 천장과 김독자가 보였다.
''...으음.....뭐야? 김독자?''
''여어, 깼어?''
''...네가 왜 내 방에 있냐?''
상황 설명을 듣고선 밀렸을 업무 걱정에 비명을 지르자 화를 내는 김독자를 보고선 한수영은 어리둥절했다.
'얘 왜 이래..?'
그러다가 김독자가 폰과 노트북을 압수해서 문을 닫고 가버리자 정신을 차린 한수영은 고함을 질렀다.
''야! 그건 주고 가! 미친!''
일어나려다가 다시 쓰러져서 한수영은 문을 노려보았다.
...방음 성능이 좋은 게 원망스러웠다.
...
한수영이 일어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한수영의 일터에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휴가를 받아냈다.
대학에서는 어떻게든 한다니 뭐, 그런가보다 했다.
김독자 컴퍼니에서 가장 한가한 사람은 나였기에, 한수영이 쉬는지 감시하고 옆에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것도 당연하게 내 역할이 되었다.
''야, 김독자.''
''왜.''
''폰만이라도 주면 안 되냐?''
''되겠냐?''
''아니, 인간적으로 영화도 못 봐, 소설도 못 읽어, 노래는 클래식만 틀고, 게임도 없고, 라디오든 TV든 방송도 못 틀게 하는게 말이 되냐?''
''그럼 그냥 자.''
''아니, 나 다 나았다니까? 이제 다시 일하러 갈 때라고.''
''응, 아니야.''
''...김독자.''
''뭐.''
''한 대만 때려도 되냐?''
...뭐, 이런 식의 일상이 반복되다보니 옆에 있는 게 익숙해져버렸다.
오늘도 평화롭게 투닥거리고 있었는데, 한수영 폰에서 알림 소리가 울려서 같이 얼굴을 들이밀고 쳐다봤다.
> 작가님, 내일부터 돌아오시는 거죠?
한수영이 얼굴을 돌려서 나를 쳐다봤다.
''야, 나 쉬는 거 오늘까지냐?''
''어.''
일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막상 일을 해야 되니까 가기 싫은지 울상이 되어 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한수영이 눈을 크게 떴다.
손을 들었다가 망설이더니 다시 내려서 얌전히 있는 걸 보니...
'''그런 표정 해도 휴가는 안 늘려줘.''
''뭐?''
이게 아닌가?
나를 노려보다가 손을 탁 치더니 반대편으로 돌아눕고선 나가라고 까딱거리는 손에 떠밀려 방 밖으로 나왔다.
.....뭐가 정답인데..?
...
눈치는 밥 말아먹은 저 녀석이 내 마음을 알아차릴 리는 없을 것 같네.
한수영은 김독자의 손길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3일간 계속 옆에 있었는데도 저러는 걸 보면 분명 김독자만 따로 받은 시나리오 패널티에 '눈치 소실 저주' 비스무리한 게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알아차리지 못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밥을 굳이 가져와서 같이 먹어달라고 하고, 아무때나 불러서 시시콜콜한 얘기나 해보라고 시키고, 방금 같은 행동까지 했는데 이건...
''김독자한테 최대한 빨리 로맨스 소설을 써서 좀 일깨워줄 필요가 있겠어...!''
최소한 분위기는 탈 수 있게 만들어야 고백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저 상태면 정말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내가 부끄러움에 저 녀석을 패버리는 엔딩이 날지도 모른다..!
주먹을 꾹 쥐고 굳게 마음을 잡던 한수영은 생각했다.
'그나저나 내일 출근이면 오늘 공지사항이 올 텐데 폰은 줘야하는 거 아닌가?'
''...귀찮네.''
폰을 뺏으러 가기 위해 방문을 열면서 중얼거리는 한수영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
한수영이 일어나서 직장에 복귀한 지 1달이 지났다.
처음에는 다시 혼자 집에 남아있으려니 좀 쓸쓸한 느낌도 들었지만, 금새 익숙해졌다.
이게 좋은 건지 좀 의심스럽긴 한데...
어쨌든, 한수영은 나 전용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내게 줬고, 매일매일 1편씩 읽어가는 것이 즐거웠다.
그와 동시에 어떻게 하면 한수영한테 고백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었다.
그 전에, 좀 착잡한 기분이 들긴 한데, 나를 아버지라 부르면서 따르기 시작한 비유한테 한수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아빠가 좋다면 난 상관없어. 근데, 이거 다른 사람들한테 말해도 돼?''
''당연히 안 되지.''
그렇게 비유의 허락(?)도 받았으니, 고백할 방법을 찾아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 설화들한테 의견을 구해봤다.
그런데...
[거대설화, '마계의 봄'이 차근차근 사소한 행동을 쌓아올리면서 호감을 쌓아가자고 말합니다.]
[거대설화, '신화를 삼킨 성화'가 당연히 바로 고백해야지 무슨 소리냐고 눈을 흘깁니다.]
[거대설화, '빛과 어둠의 감시자'가 시끄럽다고 조용히 하라 말합니다.]
[설화, ...]
뭐, 이런 식으로 지들끼리 치고 박느라 난리여서 별 도움은 안 됐다.
동료들한테 묻는 건 논외.
그 다음엔 우주와 같이 깊고 넓은 지식을 갖춘 지엄한 현대문명, 인터넷을 이용해봤다.
*질문 (작성자 : 외전기원)
ㅡ여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고백하는 것을 선호하나요?
ㄴ답변
ㅡ리틀파브르 : 그런거 물어보는 것부터 틀린 거 아냐?
ㅡ막내사서 : 그냥 진심을 드러내서 말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다만 상대분의 성격에 따라 화려한 방식으로 할 것인지, 조용하게 분위기를 잡고 할 것인지 고려하는 것이 좋겠어요.
ㅡ . : 그런 걸 묻다니, 유약하군. 먼저 정신부터 단련해라.
.
.
.
음. 역시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한수영에게 억지로 활기찬 척을 하면서 고백하는 것은 비웃음을 살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비웃겠지.
그러면 일단 조용한 곳에서 단 둘만 있을 때 고백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호감을 쌓는 것은...글쎄, 딱히 신경 써봤자 답이 없을 듯 하니 포기하자.
그 외에도 고백할 장소랑, 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한 과정이랑, 멘트도 고민해야되고...
''쉬운 게 어느 하나 없구나..!''
진심으로, 마지막 시나리오를 돌파하기 위해 머리를 굴릴 때보다 힘든 것 같다.
머리를 감싸쥐고 있기를 한참.
아무도 없어서 거실로 나가 소리를 좀 질렀다.
''고백하려는 게 왜 이렇게 어렵ㅡㅡ!''
벌컥
''...김독자? 뭐하냐?''
그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인.
날카로운 눈 밑의 눈물점이 인상적이다.
그건 그렇고.
진짜 이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