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신유승!"
"왜?"
"나 너 좋아해."
"?????"
아니, 길영아. [청력 강화] 스킬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누가 고백을 그렇게 뜬금없이 하니.
며칠 전 한강에서의 고민 상담 이후로 길영이는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원래도 많았지만, 이제는 내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한다고나 할까. 이유는 내게 연애 팁을 구하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왜냐고? 나도 연애 경험이 없으니까. 요즘 것들은 벌써부터 연애질이나 하고 말이야... 하지만 이대로만 두고볼 수는 없었기에 나는 몇 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몇 달 동안 누워있던 놈이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소리냐."
"아니, 그러지말고 좀만 도와줘봐."
"꼴에 좋아하는 여자라도 생겼나보군. 한수영이냐? 아니면 그 올림포스 여자?"
"아 내가 아니라고!"
"유상아가 맞는 것 같다. 이설화. 혹시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아무튼 어떻게 하면 연애 잘 할 수 있는지 말 좀 해줘봐. 하다못해 고백 팁이라도."
내가 첫 번째로 시도한 것은 유중혁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저 얼굴에 여자가 없었다면 말이 안되지.
"...나는 고백을 해본적이 없다. 항상 여자 쪽에서 먼저 따라왔지."
빌어먹을. 우리 재수없는 회귀자께서는 이설화랑 결혼한 후부터 오글거리는 말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나보다.
"어... 어느 순간부터 사귀고 있던데요?"
정희원에게 물어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나빼고 모두 연애를 잘하고 있는거야. 차라리 우리 컴퍼니 사내 연애 금지 조항이라도 만들어야겠다.
"근데 누구길래 갑자기 그런걸 물어보고 그래요? 혹시 상아 씨? 시나리오 중에도 키스하고 그랬잖아요."
"다시 말하지만 키스 안 했습니다. 그리고 저 좋아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에잉, 그러지 말고 나한테만 말해봐요~"
"우리엘이나 잘 챙겨주십쇼. 전국 콘서트 하고 나서 목이 많이 상하셨던데."
"어머, 설마 내 배후성 좋아하는거에요? 어쩐지!"
혼자서 떠드는 정희원에게서 몸을 돌리자, 어머니가 서 계셨다.
"아들. 성인이라지만 연애 문제는 이 어미랑 한 번쯤은 얘기했으면 좋겠구나. 전에도 말했지만 난 상아 씨가 더 좋다."
"그런거 아니에요 엄마. 유승이나 잘 챙겨주세요."
"나도 안다. 길영이가 유승이 좋아하지?"
어머니는 눈치가 빠르다. 소름돋을 정도로.
"어떻게, 도와주실거에요?"
"아니, 길영이가 너한테 부탁한거잖니. 너 스스로 해결해보렴."
이럴 때는 눈치가 없으신건가. 나는 한숨을 쉬며 다시 길영이가 있는 집으로 향했다.
그 시각, 한수영은 김독자를 몰래 쫓아다니며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다.
'젠장. 왜 아무도 나라고는 말 안해주는거야. 나도 연애할 줄 안다고.'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냐고 장난스럽게 묻습니다.]
"꺼져."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실망합니다.]
입 안에 맴도는 달큰한 레몬 사탕의 맛을 느끼며, 한수영은 몇 번이고 되짚어 봤던 설화 파편을 꺼냈다.
[설화 파편, '레몬 맛 사탕의 추억'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위층에서 소리가 들렸다. 저기는 애들 방인데, 왠지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 몰래 [청력 강화]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니까 내가 잡아다 줬잖아!"
"난 벌레 싫다고! 내가 원하는건 티타노가 아니라 그롤이었단 말이야!"
이거,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은데. 유승이가 느끼는 감정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져 왔다.
불쾌, 짜증, 화남, 억울함, 당황, 그리고 호감.
호감?
잠깐만. 이거 내가 제대로 읽은건가? 어쩌면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신유승!"
"왜?"
"나 너 좋아해."
"?????"
아니, 길영아. [청력 강화] 스킬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누가 고백을 그렇게 뜬금없이 하니.
이번에는 당황과 호감이 더 커졌다. 어라? 잘 되고 있는건가?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유승이가 울면서 뛰쳐나왔고, 그대로 나를 지나쳐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잘 되기는 무슨, 야단났네. 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길영이 방으로 올라갔다. 길영이는 얼굴을 두 손에 묻은채로 침대에 앉아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이름을 불렀다.
"길영아."
화들짝 놀라 나를 바라본 소년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가만히 안아주었고, 눈물은 몇 분 동안 계속 되었다.
[김독자 소멸까지 남은 시간
335일 8시간 12분 51초]
길영유승 커플링은 이번 화에 끝내려고 했으나 조금이라도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 가져왔습니다. 앞으로는 파일 관리 잘하겟습니다 흑흑. 4화는 늦어도 광복절 전에는 나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