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풀어 줘.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신유승은 무심코 죽은 반려견을 떠올렸다. 둘 사이에 무슨 공통점이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 답답해.
두 번째 음성이 닿았을 땐, 그 출처가 좀 더 명확해졌다. 목소리는 래서 드래곤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를 죽이려 드는, 이젠 자신이 죽이려하는 존재. 생사의 기로에서 신유승은 래서 드래곤의 염원을 읽어낸 것이었다.
천재지변에는 이성이 없다. 단지 자연에서 태어나 살아 있는 것들을 취할 뿐. 일련의 과정엔 어떠한 악의도 없다.
그것이 그들의 존재의의며 재앙으로 불리는 것의 정체.
허나 눈앞의 짐승은 달랐다.
이성이 있고, 제 목소리를 낼 줄 안다. 자신을 구속한 시나리오를 향해 거센 분노를 토해내며 필사적으로 구조 메시지를 보낸다. 재앙이 아닌 짐승. 즉, 생명이었다.
이를 인지한 순간, 신유승은 래서 드래곤을 더 이상 재앙으로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사태의 호전을 뜻하는 바는 아니었다. 비록 제 의사가 아니라곤 하나, 래서 드래곤의 공격은 여전히 매서웠다.
간신히 불길과 손톱을 피해 드래곤에게 접근한 신유승과 정희원을, 김독자가 멈춰 세운 것은 그때였다.
- 여러분, 잠시만 대기해주세요.
- 네?
대기라고? 헛것을 들었나? 그러나 헛것이라기엔 완성된 문장은 너무나 정확한 의미를 이루고 있었다.
'이현성을 지금 이대로 방치할 것.'
울컥한 정희원이 쏘아붙이려는 찰나, 김독자의 문장이 이어졌다
- 지금 현성씨는 성흔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계승에는 임계점 이상의 열기가 필요해요. 드래곤의 시선이 저희에게 끌려 브레스가 멈춘다면 계승이 실패로 끝날지도 모릅니다.
정희원은 정신이 아득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이 인간은 대체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는 걸까.
- 그러니까 독자 씨는 . . . 현성씨가 성흔을 받는 것까지 예상하고 움직인 건가요?
- 그렇습니다.
[다수의 성좌들이 '김독자'의 음험함에 감탄합니다.]
그새 청빙환을 주워 먹은 김독자가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높이 치켜들었다. 검면을 타고 빛나는 에테르 불꽃이 등대가 되어 일행들을 인도했다. 김독자가 도착한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여기라면 래서 드래곤의 시선을 끌지 않으면서도 현성씨를 지켜볼 수 있을 겁니다."
". . ."
". . ."
"왜 그러십니까?"
정희원이 뒷목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왜 그러냐고요? 지금 사람 뒤통수를 두 번이나 쳐 놓고 그런 말이 나와요?"
". . . 죄송합니다."
"하아, 사과는 됐어요. 독자씨가 없었다면 우린 진작에 다 타죽었겠죠. 그래도 다음부턴 미리 언질 좀 줘요. 유승아, 너도 한마디 해."
". . ."
"유승아?"
정희원이 말없는 신유승을 의아하게 쳐다 봤다. 방금 들린 용언으로 골똘히 생각 중이던 신유승은 김독자를 향해 대뜸 이렇게 말했다.
"드래곤이 자기를 풀어달래요."
"뭐?"
"아까부터 계속 들려와요. 나를 풀어달라고. 자유를 원한다고 . . . "
". . . 나는 못 들었는데."
"그야 희원씨 스킬은 그런 쪽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신유승은 다르다. 스킬 레벨이 높다면 그녀는 래서드래곤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신유승의 문장이 이어졌다. 담담한 어조에서 결기어린 의지가 묻어나왔다.
"제가 래서 드래곤을 길들여볼게요."
"뭐?"
"우리끼리 싸울 필요가 없잖아요. 어째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고 상처 입혀야 하는 거죠? 저는 싫어요. 더 이상 . . . 지켜보고 싶지도 않아요."
"크롸롸롸!!"
일행들이 이현성과 래서 드래곤을 번갈아 쳐다 봤다. 온몸이 강철로 뒤덮인 이현성이 브레스를 견디며 한 발자국씩 내딛고 있었다. 마치 신화속 영웅과도 같은 모습에 일행들은 잠시 넋을 잃었다. 그리고 잇따른 비명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크아아!!"
"크롸롸롸!!"
화신과 재앙을 둘러싸고 스파크가 작렬했다. 초반 시나리오에서 보기 힘든 개연성의 폭발이었다. 허나 한쪽 세력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성좌, '사랑과 미의 여신'이 당황합니다!]
[성좌, '흉포의 군신'이 창을 집어던지며 분노합니다!]
일이 틀어졌음을 깨달은 <올림포스> 성좌들이 개연성을 아끼기 시작했다. 허나 불길은 약해지지 않았다. 이 명장면을 좀 더 즐기고픈 성좌들이 재앙에게 개연성을 지급한 것이다. 화신들의 재앙은 성좌들의 축제나 다름없었다.
이야기를 향한 광기 어린 열망에 김독자는 혀를 내둘렀다. 역시 저들은 상종할 바가 못 된다. 폭죽처럼 터지는 불씨에서 시선을 거두며, 김독자가 신유승을 바라봤다. 올망졸망한 눈동자에서도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화신, 신유승의 특성이 진화에 임박했습니다.]
이현성의 각성과 신유승의 특성 진화. 일련의 흐름이 마치 잘 짜인 각본 같다고 김독자는 생각했다. 물론 절호의 기회임은 분명하므로 걷어찰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당신도 그걸 바라겠지.'
[마왕, '격노와 정욕의 마신'이 '김독자'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본진이 문제다.'
5번째 사도의 말대로라면 지금쯤 충무로 역은 사도 무리의 습격을 받았다. 본진이 함락되면 여기서 신유승을 각성시켜봤자 전부 물거품이 된다.
'히든 시나리오를 끝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재앙을 사냥하거나, 1시간을 버티거나.'
만약 신유승이 재앙을 길들이는 데 성공해도 시나리오가 조기종료 되지 않는 한 김독자일행은 충무로 역으로 복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도들을 막아 내는 것은 온전히 유상아의 몫이다.
'유상아가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질 무렵, 한통의 메시지가 김독자에게 도착했다.
[마왕, '격노와 정욕의 마신'이 본진은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네?"
[마왕. '격노와 정욕의 마신'이 유중혁이 충무로 역으로 갔다고 말합니다.]
유중혁.
그 세글자를 들은 순간, 모든 고민이 싹 씻겨나갔다. 도대체 무슨 심경에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망할 회귀자가 충무로 역으로 향했다면 뒷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김독자가 신유승을 보며 말했다.
"저항이 거세면 죽일 거야. 어쩌면 기회는 한번뿐일지도 모르고. 그래도 할 수 있겠어?"
신유승이 대답했다.
"네."
" . . . 좋아. 희원씨. 유승이를 서포트 해주세요. 현성씨가 계승을 마치는 순간 들어가겠습니다."
정희원이 한숨을 내쉬며 검을 빼들었다.
"하아, 나 빼고 다 미친 것 같아 . . . "
"저는 빼주십시오."
"독자씨가 가장 제정신이 아니예요."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은 정희원이 이현성을 힐끔 바라봤다. 갑주가 더욱 두꺼워지고 있었다. 잔뜩 달구어져 붉게 물든 갑주가 태양처럼 사방을 비췄다.
- 콰과과!!
열기가 숨통을 조여 왔다. 검집을 꽈악 움켜잡은 정희원이 흘리듯 말했다.
"그래도 믿어야죠. 믿으라고 했으니까."
온도가 임게점에 도달한 순간, 브레스가 멈췄다. 동시에 강철의 증명도 완료됐다.
역습의 시간이다.
*
-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마왕님?"
- [마왕, '격노와 정욕의 마신'이 일이 잘못되면 강림해서라도 도와주겠다고 말합니다.]
[강림?]
[말이 그렇다는 거죠.]
흑염룡의 눈빛을 회피하며 충무로 역을 비춘 화면을 띄웠다. 다행히도 유상아의 지휘에 따라 충무로 역 자체가 한 몸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사도들을 격파하고 있었다.
- "총알 맛이 어떠냐!!"
공필두가 접근을 방해하고 이지혜와 이길영이 전선을 지켰다. 사도들 하나하나는 분명 초반 시나리오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강했지만, 그건 충무로 일행도 마찬가지. 후원러시를 한 보람이 있었다.
- "흐악!"
[야, 저걸 피하네.]
['외발 준족'이 생각보다 쓸 만하군요.]
한명오는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용캐 사도들의 공격을 피하며 높은 마력 레벨에 힘입어 마력셔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장족의 발전이다.
- "이거 받고 힘내시게!"
- "고마워요, 아저씨!"
아아, 이게 말로만 듣던 빛명오인가. 딸내미가 생기기 전 모습을 생각하니 정말 감개무량했다. 나는 한명오 품에 안긴 한다름을 바라봤다.
- "꺄르륵!"
아빠 품이 재밌는 놀이기구라 생각하는지, 아기는 배시시 웃고 있었다. 심장에 해로운 귀여움이다. 헤프게 웃으며 무심코 손을 뻗었을 때, 한다름과 눈이 마주쳤다.
우연인가? 허나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눈 맞춤이 길게 이어졌다. 화면을 빤히 바라보던 흑염룡이 중얼거렸다.
[꼬마 놈이 너를 보고 있네.]
청룡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기하군. 아직 네 권속이 아니잖는가?]
[맞아요.]
한다름은 아직 정식 권속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내 권속의 피를 물려받았다. 여러 전승에서 피는 주술과 계약의 촉매로 작용하니, 어쩌면 악마 종의 혼혈인 한다름이 나를 주인으로 인지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한다름과 내 눈이 또다시 마주쳤다. 조그마한 팔이 정확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한다름이 조그만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웃으며 발음했다.
"하, 하머니!"
[풉!!]
- [마왕, '격노와 정욕의 마신'이 당혹스러워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뱉으면서 말이다.
[콜록콜록!!]
샐리맨더가 내 등을 두드려 줬다. 빙의하고 나서 사례들린 적은 처음이었다.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었을 무렵, 이번엔 한명오가 입을 열었다.
- "장모님?"
[무슨?!]
- [마왕, '격노와 정욕의 마신'이 나는 너 같은 사위를 둔 적 없다고 일갈합니다!]
- [마왕, '헤아릴 수 없는 엄격'이 폭소합니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쾌락없는 책임을 짊어질 뻔했다. 물론 그동안 한다름이 배시시 웃을 때마다 코인도 던져 주고 아이템도 주는 등 보모 역할은 겸하고 있지만. 그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다한거라고.
[그러니까 손주를 챙기는 할머니처럼 보지 말라고요 다들.]
[그러기엔 지금까지 네 행동이 너무 - ]
[너무?]
청룡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명절 때 용돈 주는 할머니 같았다.]
[응응. 완전 동의.]
[샐리맨더. 당신까지 . . . ]
억울하다.
이제 막 인생의 청춘을 즐기고 있건만, 소아성애자 프레임도 모자라 할머니 프레임까지 씌워지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 . . 근데 수영아. 너 손이 왜 주머니로 가냐? 손모가지 날아가고 싶니?
- [마왕, '격노와 정욕의 마신'이 '그거' 쓰는 순간 본체의 사지를 분질러 <명계>에 던져 버리겠다고 경고합니다.]
아기가 있는 걸 뻔히 알면서 마력폭탄을 쓸려고 하다니. 뒤질려고 작정했나. 우리엘에게 빙의해 분노의 타이핑을 몇 번 쳐주자 한수영의 아바타가 질색하며 손을 뺐다.
가만히 지켜보던 흑염룡이 말했다.
[할머니 맞네.]
[하아, 그런 걸로 하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수습을 포기했다. 방송이나 보자. 히든 시나리오도 슬슬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현성이 래서 드래곤의 머리에 태산 부수기를 적중시키고 정희원이 꼬리를 크게 벴다.
- 크아아!!
재앙이 잠시 그로기 상태에 빠진 순간, 김독자의 보조를 받은 신유승이 드래곤의 목에 올라탔다. 금빛 마력이 거대한 손의 형상을 이루었다.
첫 번째 시도.
- 츠츠츳!
- "큭!"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샐리맨더가 나직히 신음을 흘렸다. 같은 화룡종 계열인 만큼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히든 시나리오에 몰입한 상태였다. 나는 샐리맨더를 독려 했다.
[너무 실망하지 마요. 아직 기회는 남아 있으니까.]
다시 균형을 잡은 신유승이 두 번째 [길들이기]를 시전했다. 금빛 스파크가 터지며 래서 드래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성공했나?]
[아.]
흑염룡이 '그 발언'을 함과 동시에 래서 드래곤이 크게 몸부림쳤다. 불안정한 자세로 서 있던 김독자가 튕겨 나갔다. 신유승이 이를 악물었다. 두 번째 시도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샐리맨더가 눈을 홉뜬 채 낮은 어조로 흑염룡을 불렀다.
[흑염룡.]
[아니 이게 내 탓이야?!]
[저도 흑염룡이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 . . 조용히 하면 되잖아. 아주 그냥 내 편은 아무도 없지. 내 성운인데 . . . ]
궁시렁거리며 후드를 팍 뒤집어쓴 흑염룡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방송에 집중했다. 김독자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 "이번이 마지막이야!"
- "알겠어요!"
이현성과 정희원의 신체가 한계에 달했다. 김독자는 검에 충무공의 성흔을 두른 채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세 번째 시도마저 실패한다면 세 사람은 동시에 가장 강력한 일격을 재앙의 급소에 쏟아부을 것이다.
당연히 클리어는 하겠지. 하지만 지금 시나리오는 클리어의 문제가 아니다.
- "제발 . . . 제발 . . . "
신유승의 설화가 이야기의 맥락을 타고 전해진다. 작게 박동하는 소녀의 심장이 배후성인 내게 말한다.
살리고 싶다고. 사랑하는 반려견을 목졸라 죽인 손으로 누군가를 구할 수 있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다고.
첫 번째 시나리오의 비극이 트라우마로 남은 상태다. 여기서 실패한다면 마음에 남은 상흔은 더 깊어지겠지. 그렇게 된다면 그건 명백히 내 잘못이다.
떨리는 순간, 흑염룡이 문득 말했다.
[성공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혼잣말에 불과한 문장. 하지만 나는 어느새 그 물음에 대답하고 있었다.
[저는 믿어요.]
흑요석 같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는 은은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랑스러운 내 화신이니까요.]
[그런가 . . . ]
- 츠츠츳!!!
금빛 스파크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섬광이 잦아들고 메인 화면에 잡힌 소녀와 드래곤을 보며 흑염룡이 픽 웃었다.
[훗, 그런가 보네.]
래서 드래곤이 소녀에게 머리를 치대고 있었다. 신유승은 코피를 흘리고 기진맥진해 보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뻐 보였다.
- "히히. . ."
- [채널 내 성좌들이 난생 처음 보는 전개에 경악합니다!]
- [마왕, '격노와 정욕의 마신'이 화신의 성장에 기뻐합니다.]
나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충무로 역으로 시선을 돌렸다. 재앙 총량 불변의 법칙이랄까. 충무로 역에서 후퇴한 사도 일행은 또다른 재앙과 마주쳤다.
- "누, 누구야?"
유중혁이 진천패도를 납검하며 말했다.
- "나는 유중혁이다."
한 번의 휘두름. 주작신보에 힘입어 비상한 진천패도가 사도 한 명의 목을 벴다.
- "그리고 너희는 여기서 모두 죽을 것이다."
- ". . . 씨발!"
수영이 당분간 고생 좀 하겠네. 나중에 많이 챙겨줘야겠다. 뒤끝이 긴 멸살법 작가님을 어떻게 달랠지 고심할 무렵, 알림음이 들렸다.
[음?]
확인해 보니 발신자가 바사고였다. 레메게톤의 수장이 무슨 용건일까? 음모의 냄새가 난다.
나는 흑운 성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밀실에 들어가 메세지를 확인했다. <에덴>에서 쓴 편지만큼 장문의 글이었다. 천천히 정독하고 요약한 내용은 이러했다.
- 아가레스 그 새끼 꼴받지 않음? 함께 뒤통수 치실?
나는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해서 <게티아>의 단체방에 붙여넣었다. 출처도 정확히 밝혔다. 당연히 이 방엔 아가레스도 있었다. 올린 지 1분도 되지 않아 개인 채널로 답신이 왔다.
- 그래서, 내 뒤통수를 칠건가?
"섭섭하게 왜 이러실까?" 라고 보내기엔 나도 전과가 있어 뭐라 못하겠다. 재빨리 부정하는 답신을 보냈다.
- 설마요. 근데 저기 저분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군요.
기쁨은 내게로, 분노는 남에게 돌리면 인생 사는 게 편하다. 그래서 나는 아가레스의 분노를 레메게톤에게 돌렸다. 불화의 조성자, 안드라스도 감탄할 처세술 이었다.
- 함께 혼내주러 갈래요?
- 그러지.
아가레스의 동의를 받고 나는 바사고에게 지난 성마대전의 무대에서 처형식을 열자는 응답을 보냈다.
누구의 처형식인지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