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에 도착한 저는, 그대로 왕성을 향해 용사님과 나아갔습니다.

성에 도착하니, 제 존재를 알아차린 높으신 분들이 절 쫓아내려고 내려왔습니다.


그러자 용사님이, "내 여자다. 리나를 여기서 살게 해라"라고 일갈하며,

제 방을 당장 준비해주셨어요. 용사님의 권한은, 아무래도 상당히 강한가 봅니다.


몇몇 분은, 제가 마을처녀니까 성에 살게하는 것은 품위가 떨어진다고 반대하던 것

같습니다만, 용사님이 성검을 들이대자마자 입을 다물게 됐습니다.


"코오지님.. 성에 같이 살다니 꿈만 같아요. 감사해요"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리나는 내 여자잖아? 그럼 이정돈 당연하지"


뜨거운 시선으로, 우리는 서로를 응시했습니다.

마차에서도 그렇게 사랑을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또 용사님을 갖고 싶어진 저는...

그를 유혹해 준비된 방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그만큼,

용사님에게 푹 빠져있던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뒤에도 한동안은, 용사님은 매일 제 방에 찾아와 절 요구했습니다.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질때마다, 용사님으로부터 격렬하게

사랑받고 있다는 실감이 솟아 오릅니다.


그가 기뻐하도록, 몸의 일부분에는 코오지님 전용이라고 쓴

타투를 새겼습니다. 두 번 다시 사라지지않게, 마법으로 새겨받은

저만의 특별한 사랑의 표식입니다. 용사님도 타투를 보자마자,

굉장히 흥분하셔가지고, 저를 찾아오곤 하셨습니다.


게다가 용사님의 아이를 갖고 싶었던 저는, 성의 하인을 불러내서는

왕도에서 팔고 있는 배란 유발제를 가지고 오게해서, 복용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용사님이 저를 찾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어갔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었지만, 용사님은 사랑을 나누기 전에 저 몰래,

피임 마법을 걸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즉슨, 처음부터 저와

결혼할 생각 따윈 없었고, 오직 가지고 놀기 위해 데려온 여자였단 것.


처음의 여성을 임신시켜 버려, 부득이하게 처리하고 나서는,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 그런 수단을 취하고 있던 것입니다.


마을을 나올 때 약속한, 결혼하겠다는 말도 실현되는 일조차 없이,

일년이 채 넘어가기 전에, 다른 여성에게 빠져버렸는지, 이젠

저를 찾아오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맹목적으로 용사님을 계속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매일 몸을 깨끗이 하고, 용사님 취향의 선정적인 옷을 입고, 언제라도

저를 요구하더라도 괜찮게끔, 늘 준비했습니다.


일년이 넘어 2년이 지나려는 무렵이 되어도, 저는 용사님에게 안기기 위해

매일 기다렸습니다. 성 안에는 저 외에도, 용사님의 여자가 된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우리들의 사이는 전혀 나쁘지 않고, 오히려 서로 용사님을 찬양하고 기뻐하는,

마음이 맞는 동지같은 관계였지요. 용사님의 강인함... 안겼을 때의 행복감.. 

징그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우린 모두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2년과 조금 더 지나고 ─ ─ 마침내 그 때가 왔습니다.

오늘도 저는 같은 처지의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웃는 얼굴이었던 그녀가 이상해진 것입니다.


"엣...뭐....? 어라, 여기는... 대체... 나...는"

"무슨 일이에요? 기분이라도 나쁜지─"

"그,그런... 시,싫엇! 싫어어어어어어어!"


저와 대화하고 있던 여성은 갑자기 날뛰기 시작하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누군가를 향해 사죄의 말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울부짖던 그녀는,

이윽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싱글벙글 했었는데, 대체 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던 저는,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 ─ 곧바로 저도, 그 이유를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제 안에 있던, 용사님에 대한 사랑이,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악몽으로부터 눈이 뜨인것처럼, 지금까지 용사님과 함께 있을 때 생긴

가치관이.. 탁했던 사고가 정화되어 가는.. 저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게 있었습니다. 저는, 뭔가 알 수 없는 것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그런 감각이 들었던겁니다.


아주 약간의 안도와 해방감은 있었습니다만, 사고가 바로잡히지 않은

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 ─ 그... 지금까지 난 뭘하고 있었지?


─ ─ 게다가 알토는, 어디? 어디있어?


두리번 두리번 주위릘 바라보면, 이 곳은 알토와 제가 살던 마을이 아니고,

저 같은 마을처녀가 있기에는 엉뚱할 정도로 호화로운 성이었습니다.


제가 그 광경에 얼이 나가 있을 때, 다음으로 덮쳐 온 것은 강렬한 기억이었습니다.

너무도 끔찍하고 무서운 기억들이 폭력적인 기세로 흘러 들어온 것입니다.


그런 것을 당연, 참을 수 있을 리도 없어서, 제 의식은 거기서 끊겼습니다.






─ ─ ─ 다음에 눈을 뜨자, 그 곳은 호화로운 침대 위였습니다.

그리고 눈 앞에는, 교회로부터 왔다고 하는 상냥한 얼굴을 한 신관님이

서 계셨습니다. 제 컨디션을 묻고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신관님은

심각한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리니씨.. 조사한 결과, 아무래도 당신을 포함한 다수의 여성들은..

용사로부터 매료되었습니다"


"엣..."


" 용사가 사용하고 있던 스킬은 [거짓사랑의 침식]이란 매료 스킬이었습니다.

스킬을 발동한 상대를 사랑하게 되고, 침식이 더 진행되면, 점점 사고와 가치관까지

상대와 같게 물들어가는 무서운 스킬입니다.


"제,제....가, 거기에...?"


"그렇습니다. 오늘, 용사가 마물에게 습격당하고 죽은 탓에, 그것이 풀린겁니다.

스킬 조사기로 체크해본 결과, 당신은 침식 상태가 특히 심해서, 몇 겹씩이나

스킬을 걸어왔던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용사님이... 죽었어? 엣? 게다가, 침식은..."


신관님의 말씀을 들어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설명하고 있는 동안 ─ ─ 조금씩 기억이 돌아왔습니다.


"아... 아아아! 나, 나... 나....!"


그래요, 저는 용사님... 아니 용사로부터 ─ ─ 어처구니 없는 짓을 당했던거라고


가장 사랑하는 소꿉친구를... 사랑하는 부모님을... 정말 좋아했던 마을 사람을..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 모두!! 제 손으로 부숴버린거라고, 간신히... 겨우.. 눈치챈 것입니다.



너무, 너무나도 늦은 해방이었습니다. 확실히, 악몽으로부터는 깨긴 했습니다.

하지만, 악몽에서 깨어난 제 앞에 다가오는 것은.. 끝을 모를 후회였던 것입니다.








스킬 [거짓사랑의 침식]

특정의 키워드와 행동에 의해 발동하는 악질적인 매료 스킬의 일종

키워드는 소유자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이성에게 밖에 효과가 없다.

누적가능. 무조건 사용자를 사랑함과 동시에, 침식이 심해지면, 가치관,

사상까지 사용자의 색깔에 물들어간다. 사용자가 쓰레기면, 최악의 스킬

그러나, 쓰레기 밖에 이런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발동했다면 어떻게 되든 최악의 스킬.


[여담] 리나가 어디에 타투를 넣었느냐는 질문이 있으므로 대답합니다.

구체적으로 쓸 수는 없지만, 배꼽 조금 아래가 아닐까나..





와 씨발 몇개를 번역한거야.. 중편이랑 후편은 진짜 못하겠음 뒤질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