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붕이는 한때 고등학교때 자타공인 문학도였을정도로 문학에 관심이 많은아이였어. 고등학교때 윤동주의 자화상이나 이상의 날개등의 챡을 수특으로 읽으라할때 집에서 나름 작가들의 의도나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고뇌하고 이 인정머리없는 정보화 세상에는 어울리지않는 낭만파이자 낙관론자였지.


하지만 결국엔 현실에 부딪혀 후붕이도 결국 이과쪽으로 진학하게 되었고, 나름 이름있는 대학에도 들어갔지만 후붕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문학책을 손에서 놓지않았어. 후붕이의 아내인 후순이도 후붕이의 이런 지적인 면모에 반했기에 둘이서 cc에 결혼까지 골인을 한거지.


둘의 결혼생활은 매우 행복했어. 다른집처럼 막 술을먹다 꼴아서 깽판을치거나 아니면 아직도 남아있는 한남충같은 짓거리를 하진않고 오히려 같이 영화를보고 감상을 나누거나 서로 같이 독서를하는 그런 가난하지만 행복한 생활이었지.


하지만 이런 생활은 오래가지못했어. 애초에 적성에도 안맞는 일을하느라 피곤한데 실적도 안나와, 야근도 조빠지게해.

후붕이는 점점 삶에 지쳐가는 모습을 보이는거지. 집에서는 언제나 다정다감한 남편이지만 후순이랑 부부의 정을 나눌 시간이 없었던거야. 어떨때는 직전까지 갔다가 피로에 의해 꼬무룩한 후붕이의 쥬지때문에 거사가 성사되려다 말았지.


후순이는 이런 후붕이한테서 욕구불만이 와. 처음엔 집에서 몰래 자위를 하는걸로 시작했어. 그리곤 한동안 괜찮아졌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위를 할때마다 그 감각이 무뎌지는거야. 그래서 결국 후순이는 돌이킬수없는 선택을 하고말았어.


그건 바로 전남친을 불러서 불륜을 하는거였지. 처음엔 자기가 하는 행위에 극심한 자책감을 느껴서 일주일동안 후붕이랑 눈도 마주치지 못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말수록, 후붕이가 자기를 만족시켜주지 못할수록 전남친과의 짜릿한 불륜관계를 이어갔지. 


하지만 꼬리가 길면 걸린다고했나? 어느날 후붕이가 운좋게 보너스에 조기퇴근까지 받아내서 기분좋게 집을가고있었어. 마침 보너스도 받았겠다, 후순이를 위해서 조그마한 케이크도 사들고 가고있었지. 눈밑에 다크서클은 서렸지만 얼굴은 환한 후붕이가 들어가서 본장면은 다름아닌 자기의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아름다웠던 여성이 외간남자에게 안긴 모습이었어. 


순간 후붕이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게되지. 그렇다고 "지금 뭐하는거야?!"라고 하며 달려갈 깡도 없었어. 평생을 책과 후순이를 보면서 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겠어. 그리곤 자리에 주저앉아서 끔찍한 광경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기 위해 그대로 집밖을 다시 나갔지. 하지만 후순이는 그런 벨소리조차 잊은채 금단의 관계를 즐기고 있었어. 


한편 후붕이는 편의점에 들어가서 태어나서 한번도 만져본적없던 담배를 샀어. 한개비를 꺼내서 어설프게 불을 붙였지만 담배는 마약이 아니었어. 확실히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 덜해지긴했지만 여전히 아팠거든. 그리곤 너덜너덜해진채로 거리를 방황하다가 결국 야근시간에 들어가지. 


그날부터 후붕이는 후순이를 피하기 시작했어. 다른 남자랑 몸을 섞었다는 역겨움보단 이젠 자기가 필요없겠지 하는 생각에 그녀를 위해서 자기가 비키려는거야. 애초에 후순이는 대학생때 청초한 얼굴로 인기가 많았던 여자애였거든.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까 후순이도 이제 무언가 이상한걸 느끼는거야. 아침에 일어나서도, 저녁에 와서도 후붕이를 본적이 없었던거같거든. 그때마다 식탁위에는 '미안 나 오늘 일찍 출근해' 또는  문자로 '나 야근할거같아'하며 후순이가 잘때즈음에 들어오거든. 그리고 또 후붕이의 자켓에서 담배 몇갑을 발견했어.


그리고 얼마안가서 식탁앞에는 도장만 남은 이혼서류와 3개정도되는 돈봉투들, 그리고 편지한장과 신혼때 꼈던 결혼반지가 놓여져있었어.  편지의 내용은 "후순아 나같은거 만나줘서 너무 고마웠어. 이제 그사람이랑 꼭 행복해지길 바래."라는 짧은 문장하나뿐이었지. 지금보니까 후붕이의 서재에 있던 책들도 한두권씩 사라지더니 결국엔 책상과 둘이 같이산 물건외엔 아무것도 없었지. 


후순이는 그러자 주저앉아버렸어. 그리곤 눈물을 흘려버렸지. 아아..내가 왜그랬을까.. 결국 이렇게 걸릴꺼면서 난 왜 그랬을까 미친듯이 울기 시작했어. 하는말마다 "여보 미안해.."를 붙여서 누가보면 후붕이가 후순이에게 가정폭력을 저지르는줄 알았지. 실상은 그 반대인데 말이야. 결국 그 둘은 공식적으로 이혼하였고, 위자료 문제도 후붕이가 놓고간 덕분에 일사천리로 해결됬어. 


하지만 후순이는 후붕이의 얼굴을 정말 다시한번 꼭보고 싶었지.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었어. 이렇게 더러운 걸레년이라도 다시 만나줄수있냐고.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후붕이를 찾을순 없었어. 혹여나 이사라도 갔나 싶어서 후붕이가 갔을만한곳을 쥐잡듯이 뒤져봤지만 헛수고였지. 


결국엔 후순이는 흥신소에 의뢰를 맡겼어.

흥신소장은 너무 어이없어하면서 말했지.

당신은 당신이 바람펴놓고 그가 다시 만나주길 기대하는 거냐고. 후순이는 그 자리에서 반박조차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지. 며칠이 지나자, 의뢰결과가 나왔어. 후붕이는 얼마 안가까운 서울 외곽의 달동네에서 살고있었던거지. 후순이는 얼른 전철을타고 그 달동네까지 갔어.


그리고선 후붕이를 찾으려고 거리를 배회했지.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후붕이를 찾을순 없었어. 그러다가 체념한체로 어떤 오래된 서점안에 들어가게되. 혹여라도 책을 좋아하던 후붕이가 이곳에 나타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그렇게 후붕이를 기다리는 동안 후순이는 저 구석에 쌓여있는 책더미를 발견했어. 먼지가 좀 끼긴했지만 나온지는 얼마안된 책이었지. 


"죽은 시인의 이야기."


그리고선 저자를 봤더니 그녀가 그렇게 애토록 찾던 후붕이였어. 후붕이는 집을 나오고선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의 꿈을 찾아서 글을 쓰기시작했지. 윤동주나 이상처럼 역사에 남는 명작을 만들어보겠다는 일념하에 후붕이는 글을 썼던거야. 그런 후붕이의 글을 보고 후순이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 


120쪽 정도되는 짧은 시집이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다 자기와 관련된 내용이었거든. 페이지 한장한장을 넘길때마다 후붕이가 자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자기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둘만의 추억이라든지 하는 후붕이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해줬는지, 또 한편으로는 안심했어. 이대로라면 후붕이가 다시 자기를 봐줄거라고. 자기가 정말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후붕이도 용서해 줄거라고. 


그래서 긴장 반, 기대 반으로 흥신소에서 알려준 달동네로 가고있었어. 아직도 연탄불을 쓰는동네인지 매캐한 냄새가 나기도했어. 시간이 좀 지나 겨우 도착하자 후순이는 문을 두들겼어. 


"똑똑똑"


하지만 대답은 없었지.


"똑똑똑"


다시한번 두들겼지만 역시 대답은 없었어. 

그래서 후순이는 후붕이를 깜짝놀래켜주기 위해 문을 떠고 들어갔어. 비밀번호는 아직도 결혼날짜였지. 

한손에는 그가 버렸던 반지를 들고, 한손에는 후붕이의 초판본을 들고선 다시 자기를 만나달라고, 첩이라도 좋으니 제발 날 버리지말아달라고. 잔뜩 상기된채로 후붕이의 집에 들어갔어. 


하지만 정작 놀란건 후순이 자기 자신이었어.

왜냐면 


후순이가 본것은 허공에 매달려있는 후붕이었거든. 


후붕이는 아까도 말했지만 달동네에서 사는 가난한 시인이자 얼마 안남은 낙관론자이자 낭만주의자. 하지만 이 세상의 차가움은 후붕이가 견디기엔 너무나도 가혹했던거야. 거기다 유일한 버팀목인 아내마저 자기를 버렸으니 후붕이 입장에선 더이상 어딘가로 도망칠수없었던거지. 그래서 가난한 시인이었던 후붕이는 죽기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집한권을 내고자하기위해 열심히 노력했어. 


후순이는 후붕이의 차가운 몸덩이를 안으면서 통곡했지. 자기 자신이 죽였다고 자책하면서 통곡하기 시작해. 그러다가 우연히 펼쳐진 후붕이의 책 끝장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어. 


"죽기직전이라도 좋으니 아내를 다시한번 보고싶다..예뻤던 그 시절의 아내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고싶다.." 라는 말로 끝마쳤지. 결국 119구조댜원들이 와서 후붕이를 이송시키지만 이미 죽은몸이었어. 


후붕이의 장례식이 끝난지 3일째 되는날, 후순이는 후붕이의 묫자리를 미친듯이 파기시작했어. '쿵!'하는 감각이 느껴지자 얼른 파헤치고 관을 열어버렸지. 아직 썩지않은 후붕이의 시신이 그대로 보존되어있었어. 그리곤 수면제를 30알정도 들이킨다음, 후붕이의 바로 위에서 쓰러졌지.


"후붕아..우리.. 다음생엔 꼭 좋은 인연으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