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오랜만에 나가서 밥 먹지 않을래?"


오빠가 우리에게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오빠를 싫어한다. 우리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우리를 방치 하듯이 돌봤다.


당연히 오빠가 어린 나이에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어린 나이에 방치를 당한다면 누구든 애정이 갈 리가 없었다.


그렇게 서로 동생들과의 사이만이 더욱이 돈독해졌고 우리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오빠는 더 이상 우리 집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오빠가 말을 걸었다.


"얘들아 나 왔어"


하지만 우리에게는 오빠는 남이었고 잠깐의 관심을 제외하고는 오빠에게 시선조차 보내지 않았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행동을 보고는 미안해 하지도 화내지도 않은 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오빠가 들어간지 몇 분 정도가 지나자 끼익끼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소리에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고 그저 소외되었다는 것을 다시 느낀 오빠가 울고 있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오빠의 무단 결근으로 인해 오빠의 방의 광경을 보게 되었고 우리의 생각은 처참히 무너졌다.


"불쌍한 놈들일세.."


장례식장에서 허탈하게 앉아있는 우리를 보며 의례적으로 온 오빠의 회사 동료들이 안쓰러운 표정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오빠의 자살은 우리가 만들어낸 결실이니까.


허탈하게 오빠가 죽었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던 중 오빠 다음으로 최연상인 미정이 언니가 일어나 말했다.


"얘들아 일단은 오빠 장례라도 제대로 치루자"


그런 언니의 말에 나를 시작으로 줄줄이 도윤이와 지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빠의 사진이 걸려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도착하고 난 뒤 오빠의 사진에 절을 시작하였고 중간 중간 우리가 오빠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우리를 위해서 하루도 빠짐 없이 일하던 오빠에게 철 없이 놀아 달라고 했던 우리들의 모습을.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나온 오빠의 폭력에 큰 실망감과 증오감을 가지게 된 우리.


그리고 마지막은 오빠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평소와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꽤 수척해 보였으며 눈에는 생기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오빠...."


입에서 절로 오빠를 불렀다. 하지만 더 이상 대답은 해주지 않는다. 오빠는 이미 죽었고 우리를 떠났다.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말이다.


그렇게 두 번의 절이 끝났고 장레식 장에 나와 바람을 쐬려고 하는 그 때


또각또각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와 함께 장례식장 문이 열렸고 그 앞에는 꽤 어여쁜 여자가 숨을 헐떡이며 무릎을 짚고 서 있었다.


"누구세요?"


도윤이가 여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여자는 도윤이의 대답을 전혀 듣지 않은 채 다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 쉬고는 식장으로 달려 들어갔다.


"아아아아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의 목소리로 비명이 들려왔고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우리는 바로 여자가 달려간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인 광경은 오빠의 사진을 끌어 안으며 그 누구보다 가족인 우리보다 더욱 슬퍼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니 우리의 행동이 부끄러워지기도 하였으며 다시 한 번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가족이 죽었는데도 뭘 하기는 커녕 허탈하게 울지도 않고는 앉아 있었으면서 그리고 마지막은 성의없는 절.


결코 가족이라고 볼 수 없는 우리였다.


그런데 여자는 우리와 달랐다.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슬퍼하고 아파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서서히 다리에 힘이 풀렸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힘이 풀렸고 그 후에는 눈에서 물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그렇게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섞인 목소리를 내며 장례식장을 여자와 나의 목소리가 가득 채워갔다.